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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계 영국인 래퍼의 정체성 갈등

모굴 모글리(Mogul Mowgli)

베를린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모굴 모글리’. 파키스탄계 영국인 래퍼 제드는 래퍼로서의 예술적 자아와 문화적 전통 사이에서 갈등한다.  [Strand Releasing]

베를린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모굴 모글리’. 파키스탄계 영국인 래퍼 제드는 래퍼로서의 예술적 자아와 문화적 전통 사이에서 갈등한다. [Strand Releasing]

이민 사회에서 성장한 2세들의 정체성 문제는 대개 모국의 문화와 전통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부모 세대와의 갈등으로 표현된다.

영국에는 파키스탄계 이민자들이 상당수 거주한다. 파키스탄계 이민자들은 종교가 이슬람인 이유로 인도인에 비하여 대체로 열등하지만, 파키스탄계가 런던 시장에 선출되고 재무부 장관에 임명될 정도로 그들의 위상은 많이 향상됐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진출한 파키스탄계 중에는 리즈 아메드(Riz Ahmed, The Sound Of Metal)가 단연 눈에 띈다.

1982년생으로 배우와 래퍼, 사회운동가로 활약 중인 그는 2017년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아메드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 정치,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그는 전공 분야로 진출하지 않고 왕립연극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배우의 길을 택했다.

아메드는 2008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 오디션에 응했다가 인도계 영국 배우 데브 파텔에게 배역을 빼앗긴 전력이 있다. 그러나 2016년 HBO 드라마 ‘더 나이트 오브’로 무슬림 아시안 배우로서는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영화 ‘모굴 모글리’는 아메드가 파키스탄계 영국인 ‘제드’로 출연하는 영화이다. 배우와 래퍼로서의 아메드의 역량이 동시에 발휘되는 이 작품은 파키스탄계 미국 감독 바쌈 타릭의 데뷔작으로 타릭과 아메드가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파키스탄계 영국인 래퍼 제드(리즈 아메드)는 힙합 장르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스타이다. 세계적 래퍼가 되겠다는 야망에 찬 런던 집으로 돌아온다. 대망의 첫 번째 유럽 투어를 앞두고 그가 태어나고 자란 런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생각에서다.

2년 만에 만나는 가족들과의 반가움도 잠시, 제드는 가족들과 갈등을 겪게 된다. 백인들의 편견과 파키스탄인들의 못마땅한 시선들에 랩으로 응전했던 그는 어느덧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제드의 건강에 이상증세가 일어난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 투어, 그러나 통증 때문에 걸을 수조차 없다.

육체적 고통보다 제드를 짓누르는 건 파키스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이다. 래퍼로서의 예술적 자아와 파키스탄계 이민으로 지니는 문화적 전통이 끊임없이 부딪힌다. 영화는 의외로 감정이입을 자제한 채 아메드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연기에 집중한다.

인간에게 있어 피부색은 무엇을 의미할까? 리즈 아메드의 진중한 연기가 끌어내는 질문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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