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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한류’가 흔들린다…불황 여파 태권도장 줄줄이 문닫아

San Francisco

2010.01.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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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미국의 중심 워싱턴 DC에 태권도 도장이 문을 열었다. 태권도의 대부로 불리우는 이준구 사범(81)이 선구자다.

부시 전 대통령,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아놀드 슈워제네거 가주 주지사 등 정계인사와 권투영웅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고 브루스 리, 척 노리스 등 스포츠 및 연예인들이 태권도를 수련했다.

미국 땅의 첫 ‘한류’가 바로 태권도다. 태권도는 코리아였고, 코리아는 태권도였다.

하지만 미국 진출 50년을 앞두고 태권도 도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태극 혼’이 흔들리는 것이다.

우선 문을 닫는 태권도 도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산호세 등 베이지역에서부터 남가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여기에는 10년 넘게 태권도 전파에 앞장서 온 도장들도 포함돼 있다.

세계선교태권도협회 정종오 회장은 “미 전역에서 5,000여명의 한인 사범들이 활동중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의 도장 가운데 10~20%는 문을 닫았거나 닫을 위기에 놓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속적인 경제한파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학부모들이 우선적으로 아이들의 태권도 수련을 중단시키고 있다. 관원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렌트비 내기가 버거워지면서 문을 닫는 것이다.

발레호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북가주 태권도협회 윌리엄 김 회장은 “태권도가 수영, 배구, 테니스처럼 모든 학교에 크레딧으로 인정이 안 돼 학부모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태권도를 그만두게 한다”며 “자기 건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지 않는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가주에 200여 개의 태권도장이 있었지만 최근에 20~30%가 문을 닫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경기 전에 이미 치열한 경쟁 체제로 접어들며 태권도장은 휘청이고 있었다.

태권도 보급 초기엔 그 희귀성으로 인해 수십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태권도를 수련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행사에서 보여준 태권도 시범은 전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90년대에는 많은 한국의 사범들이 미국으로 건너오기 시작했고, 잘 나가는 태권도장은 수백명의 관원들을 보유할 만큼 붐이 일었다. 그 탄력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경기종목으로 채택됐고 태권도의 글로벌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과열 경쟁이 시작됐고, ‘태권도의 체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김판겸·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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