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 수퍼보울(2월7일ㆍ마이애미 돌핀스타디움) 정상을 향한 NFL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10일까지는 와일드카드 라운드가 펼쳐져 2라운드에 나갈 팀의 얼굴이 가려졌다. AFC에서는 뉴욕 제츠와 볼티모어 레이븐스가 이겨 2회전에서 각각 샌디에이고 차저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대결한다.
NFC에서는 댈러스-미네소타 애리조나-뉴올리언스 세인츠가 격돌한다. 2회전에서 관심을 끄는 경기는 16일 펼쳐질 콜츠-볼티모어의 일전이다.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얻기 위해 '져주기 경기'도 불사한 콜츠 짐 칼드웰 감독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칼드웰 감독은 지난 12월27일 뉴욕 제츠전서 충분히 이길 수 있던 경기를 고의로 졌다.
15-10으로 앞서던 3쿼터 말미에 주전들을 모두 벤치로 불러 들이면서 15-29로 내줬다. 콜츠는 시즌 개막 후 14전 전승을 달리던 팀이었다.
2007년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 이후 첫 정규시즌 전승으로 1972년의 마이애미 돌핀스 신화를 재연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칼드웰 감독은
"수퍼보울 우승을 위한 선택"이라고 웅변했다. 이미 AFC 1번 시드를 확보한 마당에 주전들의 부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미없는 경기에 전력을 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뉴잉글랜드는 2007년 정규시즌서 16전 전승을 했고 플레이오프까지 18연승을 이어갔지만 정작 수퍼보울에서 뉴욕 자이언츠에 져 끝내 패자로 기록됐다.
칼드웰 감독은 뉴잉글랜드 같은 팀이 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칼드웰 감독의 선택은 결과만을 중시했지만 팬과 과정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었다.
작전 우승도 중요하지만 팬들은 선수와 감독이 하나되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치고 환호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져주기 경기'하면 금방이라도 떠오르는 게 한국프로야구 초창기의 삼성-롯데전이다.
1984년 삼성은 한국시리즈 상대로 껄끄러운 OB를 피하고 만만한 롯데와 붙기 위해 정규시즌 막판 두 번이나 져주기 경기를 했다. 삼성 김영덕 감독은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두 경기를 모두 내준 끝에 원하는대로 강병철 감독의 롯데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김영덕 감독의 결정은 어찌 보면 탁월한 결정일 수도 있었다.
우승만 했다면 '비난은 잠시고 우승은 영원하다'며 져주기 경기는 묻혀 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포츠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져도 본전'인 롯데는 시리즈 6차전까지 3승3패로 맞섰고 최종 7차전에서 유두열의 역전 3점 홈런으로 삼성을 6-4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프로야구에 지금도 회자되는 '져주기 경기의 저주'다.
물론 프로야구와 달리 NFL은 부상이 잦은 데다 주전들의 부상은 곧바로 팀 전력 약화를 초래한다.
칼드웰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전력을 집중하기 위해 16차전인 버펄로 빌스전서도 고의로 져 2연패(14승)로 시즌을 마쳤다.
이제 칼드웰 감독은 수퍼보울 정상까지 남은 3번의 승부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더 이상 져주기 작전은 나올 수 없다. 지면 탈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