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타나 국립 빙하공원 하이킹을 가기로 했을 때 나는 알래스카 빙하공원을 연상했다. 수년 전 알래스카 크루스를 갔을 때 배에서 푸른 빛을 발하는 거대한 빙하를 보았다. 흰 천둥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렸다. 나는 이것을 ‘빙산은 바다를 그리워 한다’는 시로 표현했다. 끝없이 내리는 눈은 녹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여 깊은 계곡에서 강을 이루었다. 빙하는 제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햇님도, 달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바다를 향해 걸어 내려 온다. 바다를 연모한 빙하는 부딪치는 순간 흰 천둥소리를 내며 산산히 부서진다. 그 때 배에서 빙하와 빙하를 연결하는 트레일을 하이킹하는 사람들을 멀리서 보았다.
8월말~9월초의 Glacier National Park은 빙하가 없는 빙하공원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얼음 계곡은 눈에 띄지 않고 간혹 높은 산 응달에 채 녹지 않은 눈이 보일 정도였다. 빙하는 얼음 강이다. Glacier는 불어 Glace에서 나온 말, River of Ice를 말한다. 빙하를 형성하기 위해선 계속 내린 눈이 녹지 못하고 얼음 덩어리가 되어 중력를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야 한다. 몬타나의 겨울에는 빙하가 있겠으나 한여름에는 없다. 몬타나 빙하공원은 캐나다 국경에 가까운 서북부에 있다. 9월말~10월초 내리기 시작하는 눈은 5월초까지 계속된다. 눈은 기온이 올라가는 5월 중순부터 녹아 6월 말이 되면 보기 힘들다. 7~8월 몬타나 기온은 화씨 80도를 오르내리고 간혹 90도를 넘어 선다. 우리가 여행한 9월 초, 드라이한 햇살이 머리를 때리는 80도 더위였다. 눈이 견뎌낼 수 없는 기온이다. 알래스카는 여름에도 눈이 많이 녹을 수 없는 40도 기온, 빙하의 두께가 가벼워질 수는 있으나 존재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몬타나 빙하 국립공원이 생긴 것은 1910년. 자연주의자( Naturalist)였던 데오도로 루즈벨트 대통령은 시간만 나면 사냥을 즐기고 숲 속을 헤매었다. 그는 퇴임 후 아들과 소수의 대원을 이끌고 아마존 탐험에 나섰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카누 안에서 마취 없이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재임 기간 메인주의 아카디아, 몬타나 빙하공원 등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와이오밍의 Yellowstone이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된 후 정부는 탐험대를 몬타나로 파견했다. 이들은 수백 개의 빙하를 발견하고 정부에 보존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후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하나 둘 줄어들어 현재는 25개 밖에 안 되는데 앞으로 10년 후에는 하나도 남지 못할 것이라고 현지 가이드와 레인저들은 말하고 있다.
2030년의 몬타나 빙하공원은 A Glacier Park without glaciers가 될 가능성이 많다. 몬타나 뿐만 아니라 알래스카의 빙하도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져 그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높은 산맥의 만년설은 수자원의 원천, 안데스 산맥의 눈은 아마존의 원류가 되고, 히말라아 눈 녹은 물은 갠지스 강의 상류가 되고 있다. 큰 강의 대부분은 눈 녹은 물이나 밀림으로부터 발원한다. 전 세계 수량의 70% 정도가 빙하에 의존하고 있다. 알래스카나, 안데스 빙하는 바다로 합류하지만 몬타나, 엘로우스톤 빙하는 강으로 흘러 댐을 만들어 수력발전을 일으키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중요한 수자원이 되고 있다. 콜로라도 강물은 목마른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사막을 적시는 젓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