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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장애 학생을 위한 봉사의 ‘울타리’

Los Angeles

2021.09.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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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 학생 및 학부모들의 모임인 서클오브프렌즈(COF)의 창립자이자 두 자폐 자녀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에 2건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COF 초창기 봉사 학생들이 이제 서른 살이 넘어 하나둘 결혼하는 나이가 되었다. 말리부비치가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장소에서 열린 카니의 결혼식장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하이 미세스 김”하며 인사하는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모두가 COF 봉사자로 활동했던 학생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 보지만 애 엄마가 된 아이도 있고, 갓 결혼한 아이도 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고등학교 때 열심히 봉사하던 그때 그 앳된 아이의 모습일 뿐이다.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물으니 한 학생이 위티어에 있는 학교에서 특수교육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4년 동안 COF에서 봉사한 한 덕분에 지금 특수교육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다는 것이다.

특수교육 교사가 될지 자신도 생각을 못했었는데 기회가 왔고 COF에서 봉사한 경험이 두려움을 없애줬다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네가 내게 고맙다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너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그 아이의 하얀 얼굴을 보니 진짜 얼마나 고맙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또 다른 학생이 달려와 꼭 껴안아 준다. 리저널센터에서 서비스 코디네이터로 5년째 일을 한다는 애슐리.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학생들의 반전 모습이었다. 순간 나의 잊어버린 그때 그 시절 기도가 생각났다. ‘매년 봉사자 학생 중 2명씩 우리 장애 자녀들의 울타리가 되어준다면…’ 하던 막막한 어미의 기도였다.

요즈음 나는 많이, 아주 많이 지쳐있다. 우선은 몸이 따라주지 못하고, 모든 것에 기운이 없고 그냥 뭐든지 겁부터 난다. 그래서 요즈음 COF의 미래는 나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COF가 장애 학생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이런 내게 하나님이 하라 명하시는 건 무엇일까. 하나님이 COF를 통해 보여줄 비전은 무엇인가. 이런 어려운 숙제에 답을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내게 이날 결혼식에서 만난 애슐리와 유니스는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아들 자니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 방과 후 교실 밖에서 4명의 친구와 농구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COF가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어느새 자니는 34살이 되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장애 자녀들을 지켜보며 고민이 깊어지는 요즈음 하나님은 나에게 애슐리와 유니스를 보내 하나님의 계획을 다시 한번 보게 하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반의 긴 시간을 집에서 몸부림치며 보내던 장애 자녀들을 위해 COF를 다시 한번 시작하려 한다. 매주 월요일은 대면으로, 매주 수요일은 줌으로 장애 학생들에게 울타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스테이시 김 / 서클오브프렌즈 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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