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의 향기] 어떻게 살 것인가
박기준 신부/성 바실 한인성당
나는 과연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인정받는 삶일까?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신앙인은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배우고 있다. 그것은 어린이와 같이 되라(루카 1817)는 요구이기도 하다.
한때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가 얼마냐 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저 아이는 참 머리 좋은 애야." "저 아이는 아이큐가 높아." 마치 머리 좋은 것이 좋고 훌륭한 아이의 상징이기라도 한 듯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는 EQ(educational quotient 교육지수)란 표현을 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라는 의미에서 많이 쓰고 있고 머리만 좋아서는 안 되고 정서가 안정되어야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머리만 좋다고 해서 훌륭한 인격으로 성장한다는 법이 없다. 희대의 사기꾼이나 범죄자들 중에는 이 IQ가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닌가?
그러나 타고난 머리뿐 아니라 후천적 교육을 통한 인격 성장 또한 중요하기에 IQ와 EQ의 균형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게다.
그런데 요즘 농담 삼아 ZQ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ZQ란 '잔머리지수'라고 한다. 세상이 워낙 살아가기 힘들고 남을 등쳐먹는 세상이라 '잔머리를 잘 굴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비극적인 현실에서 나온 농담일 것이다.
이렇게 IQ EQ ZQ가 높은 사람이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겠는가?
일반적으로 각 지수를 100점 만점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몇 점이고 어떤 균형을 취하고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기에 IQ는 85점 EQ는 감정의 기복 정서 불안적 요소들을 감안하면 75점 ZQ는 이것저것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며 단순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60점정도 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아닌가?
예수님이 하신 어린이같이 되라는 말씀은 이 지수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신앙적인 관점에서 이 지수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IQ(지능지수)가 아니라 SQ(sapience quotient 지혜지수)가 높아야 하고 EQ(교육지수)가 아니라 '애정지수'가 높아야 하고 ZQ(잔머리지수)가 아니라 '단순지수'가 높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많이 아는 것으로 지식욕을 채우기보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공부를 많이 하여 감정을 콘트롤하는 데 관심이 있기보다는 타고난 성격이 비록 모난 부분이 있더라도 더 사랑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 세상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잔머리를 굴리기보다 있는 그대로 주님께서 주신 삶에 단순하게 응답해 나가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결국 더 지혜로워지는 것 더 사랑하는 것 더 단순해지는 것 이것이 하느님다워지는 길이 아닐까? 이것이 인간이 하느님을 닮아가는 길이 아닐까?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