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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아미시 마을의 하루

Los Angeles

2021.10.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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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1박 2일로 펜실베이니아주 아미시(Amish) 마을에 다녀왔다. 농장만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옥수수 밭 옆을 따라서 인근에 있는 아미시 그로서리 가게에 갔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가게였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아미시 마을에서는 일요일에는 종교적 행위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새벽에 닭이 울기도 전에 눈을 떴다. 날이 밝기 전에 숙소를 나섰다. 주인 할머니가 전날 가르쳐준 산책길을 탐험하기 위해서였다. 산책길에 막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키를 넘게 자란 옥수수 나무에는 빼곡하게 옥수수가 달려 있었고, 하루하루 말라가고 있었다. 아내의 말로는 씨를 받기 위한 용도라고 했다. 옥수수 밭에서는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길가에는 노란 사과와 붉은 사과나무가 열을 지어 서 있었다. 아내는 이브가 되어 사과를 하나 땄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아내가 훔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예쁜 것과는 거리가 먼 투박스러운 사과는 달콤 새콤한 과즙을 품고 있었다.

아미시는 자신들의 종교와 삶의 태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아주 소박한 옷을 입고, 삶은 단순하며, 종교적인 평화주의를 지향하며 살아간다. 빨래도 손으로 해서 햇볕과 바람으로 말린다. 아미시 마을에서 빨래를 해서 걸어 놓은 풍경은 아주 자연스럽다. 쉽고 자동화된 방식이 아니라 손을 쓰는 노동을 통해서 삶을 엮어간다.

새벽 안개 깔린 아미시 마을의 옥수수 밭에서 흘러나오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머릿속은 한결 투명해졌고, 마음은 완전히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룻밤을 아미시 마을에서 묵고 서둘러 빠른 속도로 도시를 향해 차를 몰았다. 달리는 차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김학선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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