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J 수필]넌 나의 에너지
아~ 정말 안타깝다.초반에 그라운드를 힘차게 누비던 워리어스팀의 주전들이 리바운드에서 밀리는가 싶더니 화려한 멤버의 LA 레이커스팀에게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역시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는 대단했다.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만 혼자 12점을 사냥하는 등 30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아깝게 지긴 했지만 끝까지 잘 싸워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경기가 끝난 늦은 밤, 오클랜드 오라클 농구경기장을 빠져 나오는 동안 내내 간발의 차로 역전패를 당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시질 않는다.
시합중엔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상대편 선수들이 키와 덩치가 훨씬 더 큰 것 같았고 경기 끝무렵 까지도 지칠줄 모르는 무한한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해 지기도 했다.
문득, 한참 오래 전에 우리나라 복싱의 홍수환 선수가 4전 5기 끝에 세계챔피언이 된 후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라고 외치던 그 눈물의 현장이 스쳐 지나간다.
‘어머니' 라는 이 한마디가 그가 참피온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인 것 처럼, 오늘밤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운 두 팀 선수들의 멈출 수 없는 에너지에 난 어떤 의미가 있음을 느낀다.
내가 가끔 운동경기장을 찾아 열정을 쏟아 내는 것은, 침체 되어 있던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켜 생각만 하고 있던 일들에 대해 도전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어서이다.
힘차게 내려 꽂는 마법과도 같은 덩크슛의 매력 앞에서 뜨겁게 도전하고 싶은 나의 열망에 무한한 대리만족을 느끼곤 한다.
승패와 무관한 그 만족은 기회가 있을때 주저없이 용서하고, 더 늦기 전에 뜨겁게 사랑하여 세월마저도 이겨내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 채워진다.
설사 열망이 지나쳐 나의 근육에 해로운 젓산이 쌓인다 해도 이 뜨거움은 내 면역체를 더욱 강하게 다지는 에너지가 될 수 밖에 없다.
150억년이나 되는 우주의 역사 속에서 이 땅에 내가 태어난 기적같은 사실 하나 만으로도 힘의 원천이 되듯, 운동경기를 관람할 때 마다 나는 원더우먼이 된다.
경기 시작 전, 멋진 경기를 위해 규칙을 지켜야만 하는 것처럼 나는 오늘도 하루를 여는 첫 시간에 잠잠히 마음을 열고 귀를 세워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알게 모르게 규칙을 어긴 승리자가 되느니보다 당당하고 떳떳한 패자의 편에 서서 주어진 하루를 후회없이 살고자 한다.
내가 달려가는 앞길에 높은 산이 가로 막혀 있고 깊은 강이 넘실대고 있을지라도 목표지점만을 향해 씩씩하게 달려갈 수 있는 것은 내 안에 감추어둔 어떤 에너지 때문이리라.
달려 가는 그 길에 가로 막는 방어벽이 아무리 단단하다해도 쉬지 않고 덩크슛을 날려 보낼 수 있는 것 또한 마지막 결승전에서 경쾌한 승리의 종료휫슬을 듣기 위해서다.
자신 있게 던진 볼이 또 다시 튕겨져 나온다해도 그러나 나는 쉬지 않으리, 끝나기 전까지는 결코 끝난 게 아니니까.
최민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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