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올림픽 개막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피겨 팬들은 김연아(20)는 물론 금메달 다툼을 펼칠 아사다 마오(20)와 안도 미키(23) 등 맞수들의 소식에도 귀를 쫑긋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수준의 팬도 있는 반면 뒤늦게 피겨에 입문한 초보 팬들은 여전히 암호 같은 피겨 용어에 고개를 갸웃하게 마련이다. 서양에서 시작한 운동이어서 대부분 용어가 외국어이고 딱히 비슷한 한국말로 바꿔서 부르기도 어렵다.
피겨를 접할 때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용어는 악셀(Axel) 러츠(Lutz) 루프(Loop) 플립(Flip) 토루프(Toe Loop) 등 주로 점프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여기에 더블(double 2회전)과 트리플(Triple 3회전) 쿼드러플(Quadruple 4회전) 점프를 비롯해 인 에지(In Edge)와 아웃 에지(Out Edge) TES PCS 등 낯선 외국어와 각종 약자를 보다 보면 한숨까지 나온다.
우선 점프들의 명칭은 대부분 그 기술을 처음 사용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따왔다. 여섯 가지 점프 기술 가운데 유일하게 앞으로 보고 뛰어올라 다른 점프보다 0.5 바퀴를 더 도는 '악셀 점프'는 노르웨이 출신의 악셀 파울센(1855-1938)이 1882년 처음 시도했던 기술이다. 이후 파울센의 이름을 따서 악셀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김연아의 '교과서 점프'로 유명한 '러츠 점프' 역시 오스트리아 출신의 알로이스 러츠(1898-1918)가 고안한 점프로 1913년 처음 실전에서 사용됐다. 스케이트 앞날을 얼음에 찍어 추진력을 얻는 토(toe) 점프의 하나로 중심축이 되는 발이 바깥쪽으로 꺾이는 아웃 에지를 사용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하지만 고안자와 점프의 이름이 다른 때도 있다. 독일 출신의 남자 피겨 선수인 베르너 리트베르거(1891-1975)가 1910년 처음 선보인 '루프 점프'가 대표적이다. 루프는 점프 직전에 몸을 180도 돌리는 동작이 필요한 데 이것을 '스리턴'이라고 부른다. 스리턴은 말 그대로 몸을 돌리는 순간 얼음에 스케이트날에 의해 숫자 '3'과 비슷한 모양이 그려지는 것을 본떠 만들었다.
여자 선수들의 필수 요소로 손꼽히는 '비엘만 스핀'도 비슷한 경우다. 한쪽 스케이트 부츠를 머리 위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회전하는 비엘만 스핀은 스위스의 대표적 여자 싱글 선수인 데니스 비엘만(48)의 이름이 붙여졌지만 누가 고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 비엘만이 국제대회에서 유행시키면서 '비엘만 스핀'이라고 공식적으로 이름이 붙여졌지만 비엘만도 이 기술을 팀 동료에게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피겨는 점수를 채점할 때 기술점수(TES)와 예술점수(PCS)를 합쳐 총점을 낸다. TES는 '토털 엘리먼트 스코어' PCS는 '토털 프로그램 컴퍼넌트 스코어'의 약자다.
TES는 선수들이 수행하는 기술별 점수의 합계이고 PCS는 스케이팅 기술 안무 해석 연기 등 예술적인 요소들의 점수를 합산한 것이다.
또 피겨 스케이트의 날은 스피드스케이팅의 날과 달리 가운데에 홈이 파여 있어서 단면으로 자르면 마치 두 개의 날(에지 edge)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깥쪽의 날을 아웃 에지(Out Edge) 안쪽 날을 인 에지(In edge)라고 부르는데 점프 기술에 따라 사용하는 에지가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러츠 점프는 아웃 에지로 도약하고 플립 점프는 인 에지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