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무지개에 도취되어 넓은 바다를 보고 있었다. 내린 비를 쫄딱 맞았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시원하고 큰 바다를 보니 마음이 훨씬 가볍고 올바른 생각을 하게 되어 무엇보다 감사했다.
팔을 벌려 기지개를 폈다. 순간 뒤를 돌아보니 남편과의 거리가 생겼다. 그런데 어떤 젊은 여자가 남편 쪽으로 다가가는 게 보였다. 옷감을 많이 아낀 듯 만든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그 여자가 남편에게 바짝 붙어 서더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순간 무슨 일인지 잽싸게(?) 다가가 들어보니!!!
"Do you want a date?" 를 연발하는 게 아닌가? 남편이 손을 저으며 "No" 라고 하니 그 여자는 다시 남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온갖 눈웃음과 갖은 앙징스런 애교를 떠는 게 아닌가. 오호!!! 이렇게 예쁜 부인이 시퍼렇게 두눈을 뜨고 있는데 이게 왠 말인가? 게다가 그 여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그 남자 부인은 몹시 힘센 운동선수라는걸 말이다. 그 여자를 번쩍 들어 올려 바다로 던져 버릴 만큼.
내가 옆으로 바짝 다가가 "실례합니다. 내가 이 남자 부인입니다"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남편이 한마디 했다. "여기 이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부인입니다"라고 하자 그 여자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그래!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빨리 가라! 내가 따라 가서 혼구멍을 내주기 전에. 감히 어딜 넘봐! 광분한 내 얼굴을 본 남편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나도 어이는 없었지만 남편의 한마디가 큰 믿음이 되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월요 예선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얼마전 남편에게 그 때 일을 기억하는지를 물어보니 '가물가물하다'고 하기에 그 때 당신이 했던 말도 기억나냐고 물으니 '안난다'고 한다.
그래서 상황 설명 및 보충 설명과 '아름다운 부인' 운을 띄우자 내 말을 단칼에 자르며 하는말. "와! 나는 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아니. 여~봇!!!"
*전 LPGA 선수인 여민선씨는 현재 멜로즈와 버몬에 있는 마제스틱 골프연습장 티칭프로로 활동 중입니다. 949-394-5742. www.minnywear.com
# 여 프로의 LPGA 뒷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