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의 향기] 있는 그대로의 당신
김두진 신부/예수 고난회
왜 모두들 자기 이외의 무엇이 되려 애쓰는 것일까?
심어진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당신이 아는 한 최선을 행하라. 〈있는 그대로의 당신 중에서>
제가 이런 시를 옮겨 적은 이유는 참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어서입니다. 우리가 산이 아름답다고 말할 때 산이 크고 장엄하다는 이유 하나로 그 산이 못생긴 것들 투성이란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말합니다.
산에 있는 꼬부라진 소나무는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소나무 밑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듯한 커다란 바위도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위 위에 붙어있는 이끼도 이름 모를 풀들도 심지어는 꽃들도 하나씩 보면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각자는 결코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서로가 어우러질 때 아름다워집니다. 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우러진 조화가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해서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삼는 척도 자체가 이미 아름답지 못함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선배 신부님께서 저에게 이런 농담을 들려주셨습니다. 하루는 손가락들이 서로 잘났다고 자랑하고 있었답니다. 엄지손가락이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최고를 말할 때 '으뜸이다.'라고 말하면서 늘 나를 꼽는다. 그래서 내가 최고다" 둘째손가락이 이어 말합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란 그림에서는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과 맞붙어 있으니 내가 제일 거룩하지 그러니 내가 최고다." 셋째 손가락이 말합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제일 길으니 내가 최고야." 가만히 듣고 있던 넷째 손가락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들이 가지지 못한 비싼 것을 가지고 있어 늘 반지는 내게 끼우지 않니? 내가 제일 부자니까 당연히 내가 최고야!" 다른 손가락들의 자랑을 다들은 다섯째 손가락이 조용히 말합니다. "그래 너희들 모두 다 잘났다.
난 thumb up 도 아니고 거룩하지도 않고 거기다가 짧기까지 하고 비싼 것도 없지. 그런데 너희들 이거 아니? 너희들이 아무리 잘났어도 못 생긴 나 없으면 우린 모두 손 병신이 되는 거야!"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나쁜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 덕에 뽐냅니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 덕에 행세할 수 있고요. 공부 잘하는 사람은 공부 못하는 사람 덕에 거들먹거립니다. 그래서 좋은 차는 나쁜 차를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공부 잘 하는 사람은 공부 못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요.
그게 뽐내는 도구가 아니고 서로의 필요를 아는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쁜 차가 없고 가난한 사람이 없으며 공부 못하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병든 사회 장애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병든 가정 병든 교회 혹은 병든 사회는 서로가 어울리지 못하는 성급함일지도 모릅니다. 늘 우쭐거리는 마음이 앞서 남보다 낫다는 교만한 생각에 다섯째 손가락을 업신여기는 병든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급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새로운 해에 늘 새로운 마음을 다져보지만 올해는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알아가도록 노력해봄이 어떨는지요?
그것이 가정을 복음화 시키는 일이고 그것이 말씀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우리 사회에 선포하는 일이며 그것이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임마누엘의 하느님을 뵙게 하는 지혜가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밝아온 새해 하느님의 복 많이 받으시고 그 받은 복으로 다시 하늘에 복 짓는 우리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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