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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삭개오,'지금 당장 구원'의 산증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1970년대 재개발사업으로 판잣집에서 마지막 밥을 먹던 가족 위로 철거용역들의 포클레인이 내리 찍히는 현장을 목격한 조세희 씨가 미친 듯이 써내려가 태어난 작품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었다.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신약시대 민초들의 삶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신약시대 로마의 식민지였던 팔레스타인에서 일반적으로 유대인들이 내는 세금은 전체 수확된 농산물의 약 35%에 달했다고 한다. 허리가 휠 정도의 과중한 세금이었다. 더군다나 로마에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그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이러한 열악한 경제상황 속에서 로마 총독으로부터 조세 징수를 위탁받은 산헤드린(유대의 최고 재판 기관)이 세금 징수를 위해 고용한 세리는 대부분 징수 과정에서 폭리를 취한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기에 세리는 동족들의 고혈을 짜는 로마앞잡이요 죄인의 대명사처럼 불려졌다. 신약성서에서 세리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순수'라는 이름의 뜻을 지닌 삭개오였다.

예수 만난 뒤 삶이 변화된 많은 사람들에 관한 소문을 들어온 터라 여리고 지역 세리장이었던 삭개오는 그 동네에 예수님이 지나신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 분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기위해 체면불고하고 길가 뽕나무에 올라갔다. 세리장으로서 많은 부는 축적했지만 그의 마음은 허허롭기 그지없었다. 그의 이름이 지닌 뜻대로 순수한 삶을 살기를 원했지만 삭개오는 동족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으니 그인들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지나가시던 예수님은 잠시 발길을 멈추고 뽕나무에 있는 그를 쳐다보며 말씀하신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예수님이 방문했을때 삭개오는 뜻밖의 고백을 하게 된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그리고 뒤이은 예수님의 선포.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그렇다 구원은 오늘 우리가 서있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질의 신 맘몬에게 놓임 받은 삭개오처럼 구원은 우리를 참사람 되게 하지 못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놓임 받는 것 또한 구원이다. 가끔씩 하늘을 쳐다보다가도 이 발밑 어지러운 세상에서 참사람으로 살지 못한 채 허허롭게 살아가는 우리 자신도 돌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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