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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가부좌와 불교수행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서양 사람들이나 신세대들이 동양식 불교 수행을 실제로 따라하면서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참선방이나 법당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것이다.

걸상이나 벤치 하다못해 무슨 울타리든 난간이든 그 위에 걸터앉지를 않고 곧장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으라는 것은 많은 미국사람들에게는 좀 색다른 요구사항일 것이다. 마치 수저 없이 음식을 집어먹는 것처럼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빠진 것 같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 앉더라도 두 무릎을 세우거나 비스듬히 눕거나 벽에 기대어 두 다리를 쭉 펴는 편이 한결 낫지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틀거나 일본 무사들처럼 꿇어앉는 것은 고문에 가까울 것이다.

같은 동양이라고 해도 또 다르다. 앞이 터진 기모노를 입은 일본사람들은 두 무릎을 모아 다다미 위에 꿇어앉을 수밖에 없었다. 핫바지의 한국 남자들은 편안하고 점잖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는데 긴 치마를 입은 여자들은 대개 한 쪽 무릎을 세우고 다소곳이 앉아 눈을 내리깔았다. 중국 사람들도 본래는 바닥에 앉았는데 당나라 때 서역에서 걸상에 앉는 풍습이 들어와 그 후로는 주로 의자와 침대 생활을 하게 되었고 가구도 그에 따라 발달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양복을 입고 사니 방바닥에 무심코 쿵 내려앉았다가는 자칫하면 지붕에서 떨어진 박 같이 엉덩이 솔기가 터지기 마련이다. 앉았다 일어섰다 애써 여민 허리춤도 비어져 나오기 십상이고 특히 양장의 여자들은 가히 몸 둘 바를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인도에서는 예부터 요가가 발달하여 그랬는지 특이한 몸자세가 많았는데 부처님과 그 제자들은 주로 가부좌나 반가부좌를 하고서는 명상에 잠기곤 하였다.

가부좌란 것은 양반다리로 앉아 종아리를 서로 꼬아 오른 발은 왼 무릎 위에 왼 발은 오른 무릎 위에 놓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윗몸을 꼿꼿이 세우고 오래도록 명상하기에 편한 자세다. 반가부좌란 한 쪽 발만 다른 쪽 무릎 위에 놓고 다른 발은 반대쪽 종아리 밑에 꼬불치는 것이다. 가부좌는 다리가 짧고 통통한 동양 사람들에겐 쉽지 않고 반가부좌가 훨씬 편하다. 인도의 수행자들은 대개 몸이 마르고 다리가 길어서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부처님 상은 대개 가부좌에다 두 손은 여러 가지 수인을 하고 계시는데 이 손 모양은 그 불상의 계보를 알리는 주된 단서가 된다. 얼마 전 LA의 예술 박물관에서 모셔와 전시했던 것으로 신라시대의 '금동 미륵 반가 사유상'이란 특이한 자세의 국보가 있었다. 전문 지식이 없다면 한글로든 한자로든 이 이름이 뜻하는 바를 쉬 알기 어려울 것이다.

이 불상은 등받이가 없는 작은 의자에 걸터앉아 있다. 한 쪽 다리는 꺾어 다른 쪽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한 쪽 팔로 턱을 고이고서는 잔잔히 웃음 지으며 생각에 잠긴 미래 세계를 구하러 오실 보살상이다. '한 무릎 꺾고 생각하는 미륵보살님 금동 상'이라고 처음부터 우리말로 부르면 쉬울 텐데. 좀 기나? 쉬운 걸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이 불상은 같은 모양이 나무로도 만들어져 일본의 유명한 보물이 되었는데 지금도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다. 나무의 재질이 일본에는 없는 한반도 산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이 생각하는 보살님의 자세는 따라 하기가 쉽다. 그러니 오늘은 우리 모두 이 미륵 보살님이 한 번 되어 보자. 이 풍진 사바세계 비록 죽을 맛일지라도 오른 다리를 여유롭게 터억 꺾어 왼 무릎에 얹고설랑 오른 팔은 안으로 굽혀 갸웃한 턱을 고이고서는 잔잔한 미소 속에 홀로 한 가닥 생각에 잠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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