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생활에서 보면 쓸모 없게 여겨지는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음을 종종 발견한다. 사람도 완전하지 못하여 투박한 결점들이 있어 더 인간적일 수 있다. 요리에도 온갖 맛을 낸 '고메' 식탁 위에 단지 삶아내기만 하거나 단순한 맛을 낸 음식을 한 두개만 넣어도 더욱 고가의 메뉴로 끌어 올릴 수 있듯 미처 눈에 띄지 않아 의식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눈여겨 보게 된다.
비구름 그치고 파란 하늘에 남가주다운 상큼한 2월의 요리 강습날 아침이다.
병석을 털고 탠저린 밀감을 따서 종이가방이 터지도록 안고 오시는 분 두꺼비만한 아보카도를 넣은 비닐봉지를 수줍어하며 건네시는 큰언니같은 분 심지어 동백꽃 몇송이 초컬릿을 금박지에 돌돌 말아 든 소녀처럼 환한 얼굴의 어머니같은 분. 어떤 화려한 문구와 말보다 친절과 배려와 사랑이 고스란히 가슴에 스며든다.
나누고 섬김을 아는 이들의 삶의 쉼표와 인생 여정의 여백을 절절히 느끼며 나야말로 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자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