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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그냥 머무르는 거야"

배기현 신부/성삼한인성당

1. "들숨 따라 흡입된 영혼의 비타민. 너무~우 맛있어. 숨이 붙어 있는 한 어찌 날숨질 하리요."

담배를 끊었습니다. 사는 게 아닙니다. 딱 한 대면 모든 걸 용서할 것 같은데 딱 한 모금이면 강론 준비가 잘 될 것 같은데.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들려주신 귀한 말씀. 당신도 스무 살에 시작했고 예순 넘어 끊으셨다고 그러시면서 싱긋이 웃으시며 담배 끊는 방법 하나 가르쳐 줄까. "그냥 끊는 거야 그냥 그냥 끊는 거야."

그렇습니다. 도둑놈처럼 힐끗거리며 결국은 한 모금 피우고만 부끄러움에 땅을 치며 괴로워하다 문득 깨어보니 그게 꿈이었음에 한없이 감사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그냥 끊는 것입니다.

2.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네 안에 머무르겠다. 나도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사제로서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다 보니 그 육신 또한 진실하고 정직하게 꾸며진다. 그러니까 먹은 만큼 정직하게 나온다는 얘기다. 이미 고인이 되신 어머니가 언젠가 성탄 카드를 보내셨다. 아주 귀한 표정을 가진 아기천사가 그려져 있었는데 배 쪽이 너무 통통했다.

"배가 좀 나왔지만 사랑하는 아들 콘스탄틴 신부에게 하느님과 일대일로 기도하며 늘 그 분 안에 머무르는 나날 되세요. 이 못난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로소이다." 그런데 사제관에서 상당까지는 몇 마일이나 되나? 사형수 감옥에서 사형장까지를 '그린 마일'(green mile)이라고 한다는데....

제자들이 주님과 나눈 약속 아들과 어미가 나눈 약속 그 모두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것 그 분의 현존 앞에 있는 것. 부활하신 분의 거룩한 영이 내 안에 채워짐으로써 내 속된 영이 비워지고 가난해지는 것이거늘. 사제관에서 성당까지의 거리가 '그린 마일' 같을 때가 있음을 감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안에 머물러라' 어떻게 머무는가. 따로 노하우(know how)가 있는가? 없다.

그렇다면 추기경님 식으로 말해 볼 수 있겠다. "그냥 머무르는 거야. 그냥 기도하는 거야."

그렇다. 그래 정답인 것 같다. 아니 정답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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