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기다림도 예배다
박병기/Jesusinculture.com 운영자
한국문화는 '빨리빨리'가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문화가 미국 이민 사회에도 넘어와 한국인 고용주와 함께 일하는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은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정도다. 미국도 '급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기다림이 사회의 시스템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은 시스템이지만 어찌하랴 우리가 이민자이니 '로마의 법'에 맞춰 사는 수밖에.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미국에서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사회에서 소위 성공을 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다림의 대가들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기다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에게서는 삶의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한국인의 기질대로 '빨리빨리' 밀어붙이면 당장 일은 되는 것 같은데 미국 사회를 배우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결과는 '나의 능력'이고 신의 섭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은 무시하고 쉽게 지나치게 된다.
기독교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기다림의 신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빨리 움직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느리게 응답하고 느리게 역사를 이끌고 간다. 예수의 탄생을 몇 백 년 전에 이사야를 통해서 예시했던 것을 보면 얼마나 차근차근 준비하는 분인지 알 수 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 역사를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를 창조한 신의 능력에 맞게 세상이 돌아간다면 인간은 따라잡을 수 없을 뿐더러 허수아비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의 수준에 맞게 느리게 일이 진행되는 것은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무언가 빨리 결정되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그다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다려라'라는 메시지는 계속 이어진다. 그 다음 일을 하지 못하고 이전에 한 일을 돌아보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좀 더 견고하게 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20년을 너무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돌아봄의 시간이 부족했다. 미국 경제 위기와 함께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지난 1년은 어쩌면 돌아볼 시간을 우리에게 제공해준 것 같다.
사실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인에게 기다림의 시간은 매주 한 번씩 찾아온다. 예배 시간에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중단하고 듣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것은 기다림의 중요한 훈련이다. 예배란 우리의 분주함을 드리는 것이다. 예배란 우리 생각을 내려놓고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온갖 잡념과 내 생각으로 가득 차 예배 때 뿜어지는 신적 에너지를 받지 못할 때가 있다. 예수님은 그래서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가 진짜 예배다"라고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했던 것 같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