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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인도 말 '붇다'는 '깨달은 이'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무슨 공부를 하든지 그 분야에서 쓰는 용어를 먼저 정확히 알아듣고 알맞게 쓰는 것이 기본이다. 사실 용어를 다 파악하여 써먹을 줄 안다면 그 쪽 공부는 거지반 다 한 것이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이어받자면 먼저 불교에서 쓰는 말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불교에 있어서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불교가 전해 오면서 성격이 전혀 딴판인 여러 어족들의 말이나 글자들이 뒤섞인데다가 여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마구 녹아들어 있다. 게다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기 자신의 말과 글로 제대로 소화 시키지를 못한 상태에서 선불교 사상이 덮씌워졌다.

그렇지만 오늘은 우선 불교라는 한 낱말만 가지고 국어 공부를 좀 해 보자.

불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불이 곧 부처인데 본래는 인도말 붇다(Buddha)에서 왔다. '붇다'에서 '부텨'가 되었다가 입천장소리되기로 결국 '부처'가 되었다. 디귿이나 티읕 같은 혀끝소리는 홀소리 'ㅣ'를 만나면 지읒이나 치읓 등 입천장소리로 변하기 쉽다. 알다시피 'ㅕ'는 'ㅣ'와 'ㅓ'가 합쳐진 소리이다.

그렇다면 한자의 불(佛)은 뭔가? 원래는 중국에 그런 글자가 없었고 아니 불(弗=不) 자만 있었는데 불교가 전해지자 '붇다'에 해당하는 외래어 표기가 필요해서 불(佛) 자를 새로 만들어 불타(佛陀)로 표기했다가 줄여서 불(佛) 자만 쓰곤 했다. 한자로 쓰여 있다고 다 본래부터 중국말은 아닌 것이다. 본래 디귿 소리와 리을 소리는 서로 넘나들기 쉬우므로 불(佛) 자의 그 당시 중국 발음이 '붇'에 가까웠을 것이다. 원음에 상당히 가까운 소리베낌이 된다.

인도 말 '붇'은 깨닫는다 깨친다는 뜻을 가진 말줄기이며 '붇다'는 '깨달은 이' 또는 '깨친 이' 라고 새길 수 있다. 무엇을 깨달았는가? 인생과 우주의 실상에 관한 거룩한 네 가지 진리를 깨달았으며 중생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를 수 있는 여덟 겹의 바른 길을 깨치신 것이다. 그리고 삼라만상이 홀로 있지 않고 서로 맞물리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일어나고 사라진다는 연기법을 깨치신 것이다.

어쨌든 인도말 '붇'은 '깨닫다'나 '깨치다'로 멋지게 번역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말 '깨닫다'를 좀 더 파 보자. '깨닫다'는 '깨다'와 '닫다'가 합쳐진 말이다. 깨는 것은 알 껍데기를 깨듯이 본래 있던 것을 부수고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닫는 것은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다다르다' 할 때처럼 어떤 상태에 닿아 이르는 것이다. 그러니 깨닫는다는 것은 기존의 관념을 깨부수고 새로운 앎의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다. 혹시 무엇을 깨기는 했지만 더 높고 새로운 상태에는 다다르지는 못한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깨치다' 라는 말은 '깨다'와 '치다'가 합해진 말이 아니라 깨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치'라는 힘줌 도움줄기를 집어넣어 생긴 말이다. '밀다'와 '밀치다' '놓다'와 '놓치다'가 어떻게 다른지 보면 알 것이다. 그냥 깨지 말고 단단히 깨란 소리다. 중국 사람들은 '붇'을 각(覺)으로 번역하여 쓰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 불교에서도 각(覺) 자를 많이 쓴다. 일제 때 한국 불교가 너무나 피폐함을 보고 크게 깨달으신 용성 스님은 불교 중흥을 위해 한 때 불교 대신 대각교(大覺敎)라는 이름을 내거시기도 했다.

영어로는 인라이튼(enlighten)이나 어웨이큰(awaken)이란 말로 많이 옮긴다는 것도 알아 두면 좋다. 부처님은 더없이 높은 진리를 깨치신 이(The Enlightened)요 깨달으신 분(The Awakened)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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