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의 향기] 공동체 분열 가져오는 싸움닭
신홍식 신부/정하상 바오로 성당
이러한 싸움닭을 사람에게도 비유하는데 용감하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대개는 아무 장소에서 아무나 하고 다투는 전투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이러한 싸움닭 기질이 있는 사람이 속한 단체나 모임은 대체로 분위기가 살벌하다. '오늘은 누가 싸움닭의 표적이 될까?'하고 다들 긴장하니 말이다.
성당에서는 남자는 형제 여자는 자매라고 부른다. 어느 본당에서 이러한 싸움 닭 기질이 다분한 신자자매를 만난 적이 있다. 대체로 이야기가 되지 않고 이야기도 도전적이며 끝에는 기분이 상한 채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그 자매와 이야기를 섞으려 하지 않게 되고 또 피하게 된다.
어느 날 그 자매의 투쟁적인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저하고 이야기 좀 하시죠!' 남편들이 제일 무서워한다는 말을 저도 듣게 된 것이다. 보통의 신자들은 '신부님 언제 시간되시죠? 제가 상담할 일이 있는데요'라고 공손하게 묻는데 이 자매의 첫마디는 저를 잔뜩 겁먹게 만드는 도전장처럼 들렸다.
그래서 시작한 이야기는 처음에는 긴장 그리고는 불안 급기야는 불쾌한 감정만 남기고 끝났다. 공동체 안에서 닥치는 대로 싸우다가 급기야는 그 상대가 바로 내가 된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자매를 보는 내 시선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른 신자들도 불편해했고 그 자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라온 환경과 여러 가지일 들로 사람들을 대하는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본인이 고치려는 노력이 없다면 힘든 것이다. 더군다나 신앙생활을 한다면서도 자신의 잘못된 성격을 고치려는 노력도 없이 나온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옮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죄를 짓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그 자매와 둘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매에게 '왜 성당에 나오세요?'하고 물었다. '자존심과 오기로 나와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참 기가 막힌 대답이었다.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로서는 처음 듣는 대답이었다. '그것이 이유라면 앞으로는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 의외의 반응이었는지 당황하던 자매는 '그럼 앞으로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그 자매는 성당에 나오지 않았고 싸움닭이 없어진 공동체에는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신앙공동체는 자기 마음대로 자기하고 싶은 대로 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자신의 뜻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를 결심한 사람들이 우리 신앙인들이다. 그래서 신앙공동체는 끊임없이 현재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마음을 잊고 산다면 그 신앙공동체는 결코 화목하지도 못하고 항상 다툼과 분열이 있을 것이다.
한 공동체의 사목을 맡은 사목자로서 자매에게 성당에 나오지 말라고 말한 것은 결코 잘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지금 나에게는 공동체의 분열을 가져오는 싸움닭 기질이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죄와 죄로 유혹하는 마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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