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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상담] 심령과 질병의 조우

김영기 원장/S&E 치료마사지

5년전 봄. 잘 아는 치료마사지 테크니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80대의 미국인 할머니인데 루게릭 질병을 약 4~5년간 앓고 있으며 현재 3명의 주치의가 2~3개월 정도 지나면 돌아가실 것으로 통보를 주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통증을 줄이는 치료마사지를 해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내게 직접 나서 달라고 해서 “2~3개월안에 돌아가실 것으로 보지 말고 6개월 기간으로 시술하겠다”는 전제를 달고 흔괘히 수락을 했습니다.

약속을 정하고 그 날 방문을 해보니 남편과 딸, 두 명의 간병인이 추천해주신 분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환자 상태를 보니 척추 주변의 근육까지 퍼져 굳어있는데다 사지가 마비되어 있고 욕창으로 등짝은 질척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 밖에 없는 전신마비 상태에 이른 환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몸을 보는 것 못지 않게 마음을 보아야 하는 것. 내가 먼저 해야 할 것은 두려움과 공포에 떠는 영을 느끼고 손을 잡고 마음으로 대화를 먼저 시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두려워 하지 마셔요. 도와드리겠습니다.”

치료마사지를 할 때에는 시술 전에 전체 일정에 대해서 시간 배분과 순서에 대해 설계를 끝내고서 일사분란하고 과감하게 주저함이 없이 시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5년간 진행된 루게릭 질병에 대해 급하고 천천히 해야 할 순서가 있으므로 먼저 호흡근을 보호하고 그 다음에 척추 주변 근마비를 풀어가면서 오장육부의 순환을 정상으로 돌려야 하며 그 다음에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 주기로 했습니다.

2주일의 시술과정에서 조그마한 노인의 몸에 한 웅큼씩 만져지던 척추 주변근 경직이 부드럽게 풀리면서 호흡이 편해지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급한 불은 끄게 됐습니다. 다시 2주일의 기간에 계속 척추 주변근을 풀면서 목울대 주변근과 가슴과 옆구리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안면 주변근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2개월 지난 시기에 몸을 가누고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니 가족들로서는 미라클, 기적이라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꾸준히 일정에 따라 치료마사지 시술을 하던 과정에 돌아가신다는 3개월이 되던 시기에 방문하니 집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뛰쳐 들어가보니 할머니가 얼굴이 사색이 돼서 신음하고 간병인들은 당황해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소변을 전혀 배설하지 못하고 있어 의사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노인의 용태가 이상하다고 발을 구르기에 골반내측을 압박하고 마사지를 해주니 시술을 해주던 손이 젖도록 소변을 배출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 날부터 간병인들에게 야간에 응급상황시 해주어야 할 기본적인 마사지를 훈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약 5개월 되던 시기에는 가족들과 휠체어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잔디를 깔고 간병인의 부축을 받으며 재활훈련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마음이 아주 흐뭇했습니다.

하루는 일찍 도착해서 충분히 몸을 풀고 기공체조를 하며 심신이 충만한 상태에서 치료마사지 시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시술중 문득 따사로운 파장이 느껴져 할머니를 쳐다보니 참으로 평화롭고 편안한 표정을 짓고 계시기에 마음으로 교감을 통해 “할머니 편안하시죠?”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고맙습니다. 지금은 내 몸이 날라갈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두려워 하지 마셔요. 계속 좋아질 겁니다.” 서로 쓰는 말은 달라도 심령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계획했던 6개월이 끝나는 날 할머니에게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치료는 끝났습니다. 계속 그 컨디션을 유지하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셔요.” 했더니 얼마나 서럽게 우시는지 도대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었지요. 할머니가 아무리 괴로워할 때도 한번도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저도 그 후부터 중한 환자에게 치료마사지를 할 때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공체조로 몸을 먼저 풀어두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문의: 703-750-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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