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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2] 김정남 감독에게 들어 본 1986년 멕시코 대회

'배 출렁대면 방해되잖아' 그땐 물도 못 마시게 했어요
감독 1명에 코치 1명…팀 닥터는 생각도 못해
상대방 정보라고는 마라도나 이름뿐

"그때는 물도 못 마시게 했으니 할 말 다 했죠."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수분을 보충해야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스포츠 상식이다. 하지만 1986년에는 달랐다.

김정남 86월드컵 감독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배가 출렁대면 훈련하는 데 방해된다고 물을 못 마시게 했다.

훈련이 끝난 다음에 한꺼번에 물을 마시게 했다. 실전에서는 어차피 물을 맘대로 마실 수 없으니 그래야 실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86.90월드컵에 잇따라 출전한 최순호 강원 FC 감독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물을 마시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다.

코칭 스태프도 단출했다. 김정남 감독에 김호곤 코치가 전부였다. 없어선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골키퍼 코치조차 없었다.

김 코치가 골키퍼 훈련도 맡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표팀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 골키퍼였던 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의료진도 없었다.

김 감독은 "차범근이 소속 팀에 사정을 이야기해서 물리치료사를 한 명 데리고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금이야 외국을 제 집 드나들듯 하고 정보 채널도 다양하지만 그때는 참고할 만한 게 거의 없었다"고 했다.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국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다.

김 감독은 "지금은 외국인을 고용해 상대 전력을 분석하기도 한다. 그때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대회를 앞두고 아르헨티나와 불가리아의 경기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1개씩 간신히 구해서 본 기억이 난다.

그나마 축구협회의 배려로 대회를 수개월 앞두고 이탈리아와 서독의 평가전을 보러 갈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은 사실 마라도나 1명만 알고 나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 다른 월드컵 상대국인 이탈리아와 불가리아는 월드컵에서 두 팀이 맞대결하는 것을 보고 어떤 전술을 쓸지 최종 점검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장비 담당이 따로 있지만 그때는 유니폼 관리도 직접 했다. 양말도 선수들이 알아서 빨았다. 다만 월드컵에서는 호텔의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이야기한 게 결코 투정으로 들리지 않기 바란다. 그저 그 시절이 그랬을 뿐"이라고 말했다.

2010엔 이동국 1986엔 차범근 '뽑네 마네'
유럽서 '붐' 일으킨 최고 선수…지역예선 안 뛰어 미운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33세였던 차범근은 당시 현역으로는 유일하게 유럽 무대를 누비는 선수였다. 현재 대표팀 주장인 박지성처럼 팀의 주축이 돼야 할 선수였지만 본선행을 확정 지은 후 차범근의 대표팀 합류를 두고 국내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최정예로 팀을 꾸려야 하고 차범근을 중용하는 게 마땅하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축구협회 안팎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차범근을 빼고 월드컵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가 꽤 있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출전하지 않은 차범근이 본선에만 나갈 경우 형평성과 팀워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선수들 사이에도 기량이 출중한 차범근이 팀에 합류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당시 김정남 대표팀 감독은 차 감독의 합류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중론을 모아 물 흐르듯 처신하는 게 김 감독의 스타일이다.

"당시 왜 적극적으로 차범근 발탁을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최근에 만나 묻자 김정남 감독은 "처음부터 차범근 없이 본선을 치른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가장 잘하는 선수를 빼놓고 팀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속마음은 본인만이 알고 있을 터.

논란 끝에 차범근은 월드컵 개막 한 달을 앞두고 미국 콜로라도에서 전지훈련 중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 감독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범근 없는 대표팀은 불가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차범근은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서 3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장했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최순호(강원FC 감독)와 함께 투톱을 이뤘다.

최 감독은 "차범근 선배는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는 역할을 했다. 차 선배를 집중 마크하는 틈을 타 다른 선수에게 찬스가 생길 수 있었다. 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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