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石花)라고 불리는 이 생물체는 참으로 묘하다. 어렸을 때부터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남원에서 자란 나는 바다와 멀어서인지 음식에 민감하신 어머니 식단엔 해산물을 보기 드물었다. 특히 의사이시던 아버지는 날음식에 특히 민감하셔서 생굴 같은 건 들어만 보았지 접할 길이 없었다.
어른이 되면서 처음으로 접했던 굴. 김치 속에 삭힌 굴 맛을 보았던 난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기분 나빴다. “이게 그 맛있다던 석화야? 말도 안돼!”라며 내 머리 속에서 석화에 대한 호기심은 지워버렸다.
노부(Nobu)에서 일할 때였다. 아침 준비하던 스케줄이 있을 때 항상 했던 일, 바로 ‘굴 까기’였다. 새벽 6시에 240개 정도의 굴을 까야만 했다. 특히 새벽인지라 뻘이 다닥 붙어있고 지저분하게 생겼던 굴을 까고 있으면 예전에 먹었던 굴 김치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날 다시 큰 마음을 먹고 240개 중 가장 예쁘게 생긴 굴을 눈 꼭 감고 입 안에 넣었다. 그런데 이게 왠말인가? 바다가 아닌가? 내가 전에 ‘썩었다’고 생각했던 굴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입 안에 감도는 바다의 여운은 참 길고,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은 지속되었다. 나의 굴 인생은 180도로 바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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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할 점=“R이 빠진 달은 굴을 먹지 말라.” 5월(May)부터 8월(August)까진 먹지말라는 뜻인데 도대체 왜 이런 말이 나온걸까? 일단 굴이란 생물체는 강어귀랑 바다가 만나는 해수와 담수가 썪여 있는 곳, 염분 농도가 낮은 물에서만 산다.
이때 굴은 독성을 품는 산란기일 뿐더러 날씨가 따뜻해지면 물 속에 사는 플랑크톤의 움직임도 활발해져 비브리오, 살모넬라, 대장균 등 박테리아가 득실거리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건강한 청년들이 먹을 경우 대부분의 박테리아균은 위산에 의해 죽는다. 그러나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나 위산이 부족한 노약자, 또 위산과다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긴다.
멕시코만 근처에서 나는 굴은 4월부터 10월까지 먹어선 안되고, 북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 근해에서 나는 굴은 사시사철 물이 대체로 차가와 1년 내내 먹어도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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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보관하기=어떤 해산물을 사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그 매장에서 생선 비린내가 많이 나는지 안나는지가 중요하다. 보통 냄새가 많이 나는 이유는 생선을 보관하는 얼음 케이스를 완전히 씻어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껍질은 잡다한 것들이 없이 깨끗해야 한다. 약간의 사이가 벌어져 있는 굴은 톡톡 두들겨 안 다물어지면 반드시 피하여야 한다. 흔들어봐서 속이 알찬 느낌이 드는 굴이 좋다.
굴은 화씨 55도에서 35도 사이에서 보관하고, 차가운 물로 진흙이나 불순물을 씻어낸 뒤 먹도록 한다. 또 냉장 보관을 하려면 컵처럼 생긴 모양을 밑으로 보관해야 한다. 이유는 굴 속에 있는 주스가 굴을 살아있게 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밀폐하거나 랩을 싸면 안된다. 굴도 숨을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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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먹기=물론 굴도 스모크, 보일, 프라이, 스튜, 스팀, 브로일 등 여러 조리법이 있다. 개인적으론 생굴로 즐기는 것이 가장 굴의 맛을 이해하는데 좋다고 본다. 대부분 사람들이 칵테일 소스, 호스래디시, 타바스코 소스를, 또 한인들은 초장을 곁들어 먹는다.
개인적으로 굴의 떼루아(굴도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맛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Oyster Terrior라고 한다)를 구별하기 좋은 방법은 레몬즙 이다. 일본의 폰즈와 시큼달콤한 미요네트 소스(Mignonette sauce)가 가장 잘 어울리는듯 하다.
또 굴은 성게알이나 캐비아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와인으로는 샴페인 또는 드라이한 리슬링, 소비뇽 블랑과도 잘 어울린다. 프랑스에서 굴은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들어진 샤블리 와인과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너무 고급 샤블리는 컴플렉스해서 굴의 심플한 맛을 죽여버리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굴에서 흥미로운 점은 굴이 상품화되려면 2~3년 걸리지만, 1년이면 거의 성숙한다. 첫해는 모두 수놈으로 정액을 분비하다가 2~3년이면 예외 없이 죄다 암놈으로 성전환해 난자를 분비한다고 한다.
▶김주언씨는 요리학교 CIA 졸업 후 노부와 크리스털 크루즈, 불레이를 거쳐 현재 뉴욕의 톱 프랑스 레스토랑 ‘퍼세(Per Se)’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