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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허점 많았지만 내년을 기대한다

Los Angeles

2010.03.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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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아름답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어디서나 처음은 빛난다. 하지만 그만큼 처음이란 어렵고도 힘든 법이다. 지난 주 화제 속에 열린 LA한국영화제(KOFFLA)도 그랬다.

지난해 11월 미국 내 최대 규모 최다 상영작 최고 퀄리티를 표방하며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개막 직전까지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았다. 충분한 예산 확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일부터 저질렀던 탓이다. 돈이 돌지 않으니 계획대로 되는 게 없었다. 상영관 확보 배우나 감독 등 VIP 초청 홍보 마케팅 거기에 영화제의 핵심이어야 할 프로그램조차 막판까지 확정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애초 후원을 약속했던 스폰서 업체가 마음을 바꾸는가 하면 개막을 이틀 남기고 최종 상영 일정을 바꾸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시종일관 '잘 돼 가고 있다' '최종 확정만 남았다' 해오더니 결국 최종 수습을 못한 꼴이었다.

정창화 집행위원장은 한국과 미국 영화계 모두에서 존경받는 감독이자 원로 영화인으로 이번 영화제를 가능하게 한 장본인이었지만 그가 꾸린 사무국은 어설펐다. 영화제 경험이 전무한 '병아리' 스태프들 영화에 대한 애정 하나만으로 뛰어 든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마추어적 일처리는 영화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여러 개인 단체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개막식 행사는 겉보기에 꽤나 성대했지만 진행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회견이나 팬미팅 등의 일정은 줄줄이 취소됐다. 주말에 열린 '액터페스트'나 류승완 감독 회고전 단편영화 상영회엔 인종 구분 없이 제법 많은 이들이 몰렸지만 처음 꿈 꾸던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주류 영화계와의 발전적 연계 도모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영화제는 넉넉한 재원 탄탄한 조직 안정적 프로그램 확보 능력이 생명이다.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집행위원회측도 부족함을 인정하며 '여러분들의 채찍질을 달게 받아 내년엔 보다 나은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한국영화는 우수하고 쇼는 계속될 것이다. 내년에는 보다 나은 LA한국영화제를 기대한다.

이경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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