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格調)란 ‘격을 갖추기 위해 이리저리 고른다’는 뜻으로, 매사를 심사숙고한 뒤 자신이 갈 곳을 정해 한발 한발 내디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격조있는 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잡목이 아닌 삼나무, 향나무, 자단과 같은 좋은 나무를 선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격조가 있는 생각, 즉 사상이란 그저 그런 생각을 모은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체제에 맞게 정리해 표현된 것이다.
격조와 반대 의미로 풍속(風俗)이라는 말이 있다. 속(俗)이란 ‘아무 것도 없는 산골짜기에서 사는 사람’이란 의미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사는 사람이란 의미다. 그래서 남을 경멸할 때 흔히 ‘속되다’라고 한다.
이 보다 더 심한 표현으론 ‘저속(低俗)하다’라는 하는데, 이는 속되며 남의 집 밑에 있는 사람과 같이 행동하는 사람을 흉보는 말이다. 풍속은 이 같은 속됨이 사방으로 번져 만연한 것으로 사람들이 별다른 생각없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자라면서 부모로 부터 교육을 받는데, 주된 가르침은 속되지 않고 저속하게 굴지 말며 인생을 격조있게 살라는 것일게다.
시의 음율에 대구법(對句法)이 있다. 비슷한 어조의 문구를 짝지어 대립시켜서 격조를 맞추는 표현법이다. 음율도 이럴진대 사람의 성품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비슷한 성격과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조화롭게 짝지어 격조를 맞추는 것이 품격이다. 그러므로 친구와 친구, 남편과 처, 부모와 자녀가 서로 비슷한 것이다. 어떤 사람의 인격에서 나오는 기품은 주위로 퍼져 나가는데, 이것을 ‘풍’(風)이라 한다. 이 때문에 취미가 같거나 성향이 같은 경우 같은 풍의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람의 품격은 본성과 타고난 성질, 품성, 인격 등이 한데 모여 형성되는데, 품격을 형성하는 것들이 절제되고 잘 짜여진 모양을 격조라 부른다.
격조란 사람의 품격과 취향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것을 말하는데,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태도를 바로 잡으며, 옷깃을 여미는” 단정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곧 겸손(謙遜)함에서 격조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격조가 높다” 라고 말한다면 아마 “그 사람 출세(出世)했어” 하는 말 보다도 더 좋은 찬사일 것이다.
인격이란 사회의 도덕적 행위를 내 스스로 판단해 자각하고, 정리해 지향하는 일이다. ‘내 일이 아니다’며 도외시 하거나 ‘너야 뭘 하든 나와는 상관없다’라는 식의 무책임함과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냐’ 하는 식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교만하므로 인격이 아니다.
인격적이지 않으면 격조 또한 있을 리 없다. 격조하면 흔히 돈을 떠 올리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지러울 정도로 차이를 따지는 명품, 고가 주택, 고가 자동차, 브랜드 의류, 고가 과외 등이 인간을 고품격으로 만들어 올리는것이 아니다. 인간의 품격은 가지고 있는 물품의 가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격조에서 나온다.
돈으로 격조를 사려는 식의 허영과 낭비는 전염병 처럼 급속히 퍼저 나간다. 그래서 풍속이되는 것이다. 이런 풍속은 말 그대로 속되고 속된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