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가난한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도 가난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 이것은 빌 게이츠가 몇 년 전에 했던 말이다. 내 마음에 들어서 그때 내 노트에 적어놓았다. 오늘 우연히 다시 읽어보았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사는 것이야,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왜 가난한 집에 태어났어야 했을까?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게 ‘재수 없게’ 태어났단 말인가? 반대로, 부잣집에 태어난 사람들은 ‘운 좋게’ 부잣집에서 태어났단 말인가? 불교는 보는 관점이 다르다. 이 세상은, 모든 게 다 인과응보에 의해서 운행되고 있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다 ‘내 탓’인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도 다 자기 탓이다. 부잣집에 태어난 것도 다 자기 탓이다. 부처는 말씀하셨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만약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항상 가난하여 배를 채울 밥이 없고 몸을 가릴 옷이 없을 것이다.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증일아함경 제44권) 여기서 부처는 도둑질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했었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면, 당장 부자로 살 것 같아도, 길에 보면, 어느 땐가는 경찰에 잡힌다. 영창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저놈은 도둑놈이야” 하고 신용을 안 해준다. 그러니 후생이, 여기서 말하는 후생은, 내일도 모래도 후생이다. 물론 죽은 후 다시 태어나는 생도 후생이다. 후생이 점점 가난해질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마피아 두목은 남의 재물을 많이 훔쳤지만, 운 좋게도 경찰을 피할 수 있었다. 늙어서 집에서 편안하게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부처의 말씀대로 인과법칙에 따라서, 다음 생에 태어날 때는 가난한 집에 태어날 것이다. 어떤 독재자들을 국민을 억압하고, 국민의 재물을 도둑질하면서 호강하게 살고 있다. 이런 독재자들은, 인과법칙에 의해서, 후생 어느 땐가는 재물을 다 잃고 가난하게 살 운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집에 태어난 사람들은 전생에 다 도둑질을 많이 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나는 도를 깨친 사람이 아니기에, 부처처럼 전생이나 후생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 그래서 이렇다저렇다 하고 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생에 게을렀다거나 허랑방탕했다거나, 하여튼 전생에 가난했었기에, 인과응보로서, 이 세상에 가난한 집에 태어났을 수도 있다. 부처는, 아무리 나쁜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면 다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타고나 운명은, 자기의 행실에 의해 항상 바뀌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죽을 때도 가난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죽을 때도 가난하게 죽었다면 그것은 분명 당신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성실하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가난하게 죽었다면? 부처는 다음 생에 태어날 때는 부잣집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로 혹은 가난하게 사는 것은, 다 자기 탓이다. 그러니 남을 원망하지 말라. 지금 가난해도, 성실하게 살다 보면, 후생에는 부자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생에 부자로 태어나고 싶으시면 지금은 고생하더라도, “착실하게”, 그래 착실하게 살면 된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삶의 뜨락에서 가난 당장 부자 마피아 두목
2025.03.26. 21:48
30대의 청맹과니로 철없던 아이 엄마와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50대의 고단한 엄마가 LA한인타운의 조그만 교회에서 만나 함께 성가대도 하고 식당 봉사도 하며 가까이 지냈다. 다운타운 봉제공장에서 재단 일을 하셨던 50대의 권사님은 좋은 솜씨로, 한국에서 딸네 집에 놀러 오신 내 친정엄마 옷도 만들어주셨다. 그러다가 서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섬기는 교회가 달라지자 소원해졌다. 살면서 가끔 생각났다. 중고등 학생이던 그 댁의 아이들이 많이 컸겠다 싶기도 하고. 이사하신 댁 정원에 있던 아름드리 아보카도 나무도 궁금했다. 바삐 사는 사이 어느새 33년의 세월이 지났다. 지난달 교회의 새 신자 환영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그 J권사님이 우리 교회의 새 신자로 등록하셨다며 소개가 된 것이다. 끌어안고 반가움의 눈물을 흘리신다. 우리 교회 가까운 시니어 아파트로 이사 오셨으며 80이 넘으셨단다. 나도 어느새 60대 중반이 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권사님 댁 장성한 두 아이는 가정을 꾸리고 잘 산다고 하신다. 얼마 전 교회에서 만난 권사님이 정성을 다해 쓰신 편지와 봉투를 주신다. 우리 아들아이가 네 살 때 밸런타인데이에 드린 빨간 초콜릿 장미를 기억하고 계셨다. 그걸 편지에 쓰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아들아이에게 전해주라며 금일봉과 함께 주신다. 그걸 전해 받은 아들아이도 감동하고 어머니날 꽃다발을 만들어와 권사님과 감격스러운 해후를 했다. 그 이후로도 권사님은 따님이 구운 바나나 케이크도 가져오시고(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잘 먹던 것이라며), 교회 바자회땐 반찬이며 김치를 사서 주시며 친정어머니처럼 우리 가족을 보살피신다. 엊그제는 교회에서 단체관광 다녀오실 때 받은 기념품을 또 나눠주신다. 어려서 아들아이가 ‘미국할머니’라고 불렀는데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대신 하늘이 우리 곁으로 보내주신 듯하다. 나도 주일날 교회에 가며 권사님을 생각해 무어라도 챙겨가게 되었다. 텃밭 채소나 과일, 간식 등을 가져가 친교실에서 만나 서로 교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도 노인 아파트에서 홀로 사시는 분께 부담이 될 것 같아 “권사님 너무 무리 마세요” 했더니 정색을 하신다. 연금에다 자식들이 넉넉히 용돈을 준다시며 가난해 보여도 여유 있다고 웃으신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모두 남에게 후하진 않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지갑도 열리고 베풀게 되어 있다. 권사님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또 배운다. 남에게 줄 땐 먼저 주고 많이 주고 내가 가진 것 중 좋은 것으로 주자. 그리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르니 우리 서로 잘 살아야 한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가난 주일날 교회 지난달 교회 우리 교회
2023.07.24. 19:02
저소득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한인 주도의 '한마음 사랑 기부 나눔 행사'가 펼쳐져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4일 버지니아 헌던 소재 코너스톤 네이버후드 리소스 센터(NRC)에서 열린 행사에서 강고은 옴니화재 대표, 이현정 교수(워싱턴과학기술대학 부학장), 월 스님(법화사 주지) 등은 제프 맥케이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장과 코너스톤 측에 아동용 내복 1천벌(2만5천달러 상당)을 기부 및 전달했다. 이현정 교수는 "한인사회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나눔에 동참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한인 스몰비즈니스 및 종교, 교육관계 기관과 함께 이런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고은 대표는 "아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뜻깊은 행사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제프 맥케이 위원장은 "이번 한인들의 도움에 감사한다. 페어팩스 카운티 저소득 가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도움 받은 아동들이 미래 지역사회를 선도할 훌륭한 인재들이 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코너스톤 네이버후드 리소스센터는 카운티가 지원하는 저소득층 구호활동 단체로 음식, 생활용품 및 학용품 등을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한다. 문의: 571-323-9555 박세용 기자 [email protected]가난 선물 코너스톤 네이버후드 저소득층 구호활동 페어팩스 카운티
2023.01.05. 14:22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본부(KAFHI) 사무총장 정승호 목사를 만났다. 정 목사는 오는 10월5일부터 3일 동안 메릴랜드 벧엘교회에서 개최하는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 본부 설립 20주년을 맞아 메릴랜드를 방문하고 있다. 정 목사는 20년 전 발족한 미주기아대책(KAFHI)에 18년 전 참여해 현재는 사무총장으로 시카고 본부에서 활동 하고 있다. 정 목사는 “국제기아대책은 1971년 닥터 래리 워드에 의해 ‘전 세계의 영적 굶주림과 육체적 굶주림이 공존한 지역에서 빵과 복음을 통해서 두 개의 굶주림을 종식시킨다’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나라나 전쟁 중에 있는 나라들의 가장 취약한 계층은 아이들과 여성들이다. 국제기아대책은 그들을 도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71년 방글라데시를 타겟으로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졌고, 한국에서는 1989년에 일본인들이 이 사역을 전해 CCC리더십들이 이를 시작하게 됐는데, 미주기아대책(KAFHI)은 2002년 지금은 고인이 되신이원상 목사(와싱톤중앙장로교회)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씨드 머니를 마련한 다음, 선교적인 NGO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기아대책은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브룬디, 캄보디아, 아이티 등과 같은 제3세계 나라에서 약 2000명의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고 1000명의 아이들을 직접 후원하고 있다 정 목사는 개인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삶을 살게 된 계기도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걸어가다 오토바이 사고가 나 피를 철철 흘리는 분을 봤다. 리어카를 빌려 환자를 이송했는데, 병원에서 거절도 당하고 다른 병원으로 가 겨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을 통해 누군가 신음할 때 내가 즉각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 담임목사님이 추천하신 감리교신학대를 가게 됐다"고 정 목사는 밝혔다. "신학교에서 나를 크게 움직였던 성경구절이 루카복음 4장 18절,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였다. 그래서 성경의 명령 그대로 장애인, 그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반디회’를 만들어서 주말봉사를 시작했다”고도 말했다. 정 목사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점점 노동자, 농민, 화전민들에게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고, 화전민촌에 가서 화전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했고, 이런 관심은 북한으로까지 이어졌다. “성경이 명령하는 것들을 지식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살다가 여기까지 왔다”는 담담한 이야기로 정승호 목사는 인터뷰를 마쳤다. 김정원 기자 [email protected]가난 봉사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본부 정승호 목사 미주한인 본부
2022.08.31. 14:56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 본부(KAFHI, 사무총장 정승호 목사)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선교 포럼 및 NEXT 이미준(이민교회미래준비세미나)과 함께하는 세미나를 오는 10월 5일(수)부터 7일(금)까지 3일 동안 매릴랜드 벧엘교회에서 개최한다. 이번 선교포럼은 KAFHI의 설립 목적인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에 입각하여 기아와 재난으로 고통당하는 국내외 사람들의 생존을 돕고 지역 발전을 지원하며 전인적 사역을 목적”으로 활동한 국제적인 선교 구호단체로서 사명을 새롭게 하고, 미주한인 디아스포라 교회 및 사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주최측은 알렸다. 29일 메릴랜드 엘리콧시티 소재 조선화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승호 사무총장은 “현재 KAFHI는 아프리카에서는 케냐, 우간다, 브룬디, 에티오피아, 아시아에서는 가장 가난한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중남미에서는 페루, 볼리비아, 아이티에서 배고프고 굶주린 아이들 1천 명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사무총장은 "이게 모두 매달 35불씩 후원해주신 분들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배현찬 이사장은 “이민사회도 나누고, 베풀 수 있는 단계로 발전되는 과정 가운데서 이 단체가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수십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제3세계 100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귀하고 안정된 조직으로 성장했다. 앞으로의 20년간 후세가 이를 계승해주기를 바라며 창립장소인 벧엘교회에서 선교포럼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9월 15일 회장직을 은퇴하고 케냐로 선교사로 파송되는 김형균 회장은 “무슬림 지역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학교 교사들을 훈련하는 일을 맡는다"면서 "아름다운 복음 전파 사역과 배고픈 아이들 돕는 사역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정 사무총장은 “선교적 파트너쉽을 주제로 선교포럼을 진행하니 동포들이 꼭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소: 벧엘교회(백신종 목사) 3165 St Johns Ln, Ellicott City MD 21042 문의: [email protected], 847-296-4555 김정원 기자 [email protected]가난 국제기아대책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 이번 선교포럼 정승호 사무총장
2022.08.30. 14:48
공들인 만큼 소출이 생긴다. 세상에 헛수고는 없다. 몇 알의 씨앗이 이토록 많은 수확의 기쁨을 주다니. 이른 아침 송송 돋아난 새파란 잎사귀들을 자식 얼굴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초여름 폭염에 어깨가 축처진 채소에 물을 준다. 금세 파릇파릇 살아난다. 새집 지어 이사오며 텃밭을 일구려고 단단히 맘 먹었다. 30년을 넘게 산 옛 집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하늘을 가린 탓에 채소가 잘 자라지 못했다. 봄이며 땅을 갈아 엎고 퇴비로 땅을 비옥하게 다듬어도 소득이 없었다. 농사는 좋은 땅과 햇볕, 무시로 쏟아지는 비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동남쪽으로 향하는 곳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었다. 하늘을 가릴 나무가 없어 좋았다. 사람이건 풀잎이건 햇볕을 받아야 생명을 키운다. 막힌 데 없이 넓고 황량하게 빈 뒷마당을 무심히 바라본다.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꽉 채우며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뜰이건 마음이건 비어있으면 바람도 지나가고 잎새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휘둘리며 모방하고 훙내 내며 살지 않아도 된다. 유배지에서 귀양살이 하듯 단조롭게 살면 세상 모든 근심 내려놓고 살 수 있다. 머리 꼿꼿이 쳐들고 잘난 척 할 일 없고 무릎 꿇고 사죄할 후회도 없을 것이다. 부자지만 가난했다. 현대미술 화랑을 운영하며 대작을 팔면 오늘은 부자였는데 내일은 그 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가난한 사람은 20달러가 부족하지만 부자는 수만달러가 필요하다. 사업하다 문 닫으면 외상하고 재고만 남는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은 외상 거래가 없다. 소매화랑 접고 화랑 딜러로 바꾸면서 화랑 두 곳 재고 정리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 ‘적게 가진 자가 부자다.’ 우리 화랑 고객은 대체로 부자들이다. 화랑 고객 중 최고인 마담 T는 손꼽히는 재벌이다. 미스 오하이오 출신으로 땅부자인 재벌과 결혼했다. 남편과 사별 후 베르사이유 궁전처럼 화려한 집 짓고 수십 점의 작품을 의뢰했다. 자식 없이 개 두 마리와 사는데 그녀가 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화려한 궁에 갇힌 외로운 노인일 뿐이다. 부엌은 요리한 냄새나 흔적이 없어 뭘 먹고 사는지 걱정이다. 에그롤 갖다 주면 무지 좋아한다. 온라인 도매업은 비대면이라 효율적이다. 고객 시중들 일 없다. 인터넷과 사진 작업의 발달로 전문기술과 사업방식, 창의적인 고객관리가 성패를 가른다. 뉴욕 사는 고객은 4캐럿의 다이아반지와 내가 추천한 작품 사이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럴 땐 눈물 머금고 “반지를 부인에게 먼저 선물하세요”라고 말한다. 부인 마음을 사는 게 우선이다. 서두르면 잃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나는 다이아몬드와 작별했다. 며느리와 딸에게 분양했다. 이젠 다이아보다는 빛나는 별이 더 아름답고, 진수성찬보다는 텃밭의 푸성귀와 소찬이 맛있다. 나는 요즘 우산 장사와 부채 장사를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면 트레일 산책을 못 가 비비적거리고 햇볕이 찡쨍 내리면 텃밭 채소가 목이 탈까 걱정이다. 작은 걱정들에 올망졸망 둘러싸여 가난한 부자로 사는 게 행복이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이 아침에 가난 부자 땅부자인 재벌 화랑 고객 현대미술 화랑
2022.06.23. 18:05
공들인 만큼 소출이 생긴다. 세상에 헛수고는 없다. 몇 알의 씨앗이 이토록 많은 수확의 기쁨을 주다니. 이른 아침 송송 돋아난 새파란 잎사귀들을 자식 얼굴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초여름 폭염에 어깨가 축 쳐진 채소들에 물을 준다. 생명은 모질고 아름답다. 금새 파릇파릇 살아난다. 새집 지어 이사오며 텃밭을 일구려고 단단히 맘 먹었다. 30년을 넘게 산 옛집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하늘을 가린 탓에 채소가 잘 자라지 못했다. 봄이면 땅을 갈아 업고 말똥 섞어 땅을 부드럽고 비옥하게 다듬어도 소득이 없었다. 농사는 좋은 땅과 찬란한 햇볕, 무시로 쏟아지는 비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동남쪽으로 향하는 곳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었다. 멀리 병정처럼 둘러선 나무 숲과 연못 외에는 하늘을 가릴 나무가 없어 좋았다. 사람이건 풀잎이던 햇볕을 받아야 생명을 키운다. 막힌 데 없이 넓고 황량하게 빈 뒷마당을 무심히 바라본다.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꽉 채우며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뜰이건 마음이건 비어있으면 바람도 지나가고 흐느끼는 잎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휘둘리며 모방하고 훙내 내며 살지 않아도 된다. 유배지에서 귀양살이 하듯 단조롭게 살면 세상 모든 근심 내려놓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머리 꼿꼿이 쳐들고 잘난 척 깃발 휘날릴 일 없고 무릎 꿇고 사죄할 후회도 없을 것이다. 살면 살아지는 피곤한 반복이 아니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꿈 꿀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부자지만 가난했다. 현대미술화랑을 운영하며 대작을 팔면 오늘은 부자였는데 내일은 그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가난한 사람은 20불이 부족하지만 부자는 수만불이 필요하다. 사업하다 문 닫으면 외상하고 재고만 남는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은 외상 거래가 없다. 소매화랑 접고 화랑 딜러로 바꾸면서 화랑 두 곳 재고 정리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 ‘적게 가진 자가 부자다.’ 우리 화랑 고객은 대체로 부자들이다. 화랑 고객 중 최고인 마담 T는 손꼽히는 재벌이다. 미스 오하이오 출신으로 땅부자인 재벌과 결혼했는데 내가 사는 옆 도시 이름은 남편 이름을 따왔다. 남편과 사별한 후 베르사이유궁처럼 화려한 집 짓고 수십점의 작품을 의뢰했다. 자식 없이 개 두 마리와 사는데 그녀가 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화려한 궁에 갇힌 외로운 노인일 뿐이다. 부엌은 요리한 냄새나 흔적이 없어 뭘 먹고 사는지 걱정이다. 에그롤 갖다 주면 무지 좋아한다. 온라인 도매업은 비대면이라 효율적이다. 고객 시중 들 일 없다. 인터넷과 사진 작업의 발달로 전문 기술과 사업 방식, 창의적인 고객 관리가 성패를 가른다. 뉴욕 사는 고객은 4캐럿의 다이아반지와 내가 추천한 작품 사이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럴 땐 눈물 머금고 “반지를 부인에게 먼저 선물하세요”라고 말한다. 부인 맘을 사는 게 우선이다. 서두르면 잃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나는 다이아몬드와 작별했다. 며느리와 딸에게 분양했다. 이젠 다이아보다는 빛나는 별이 더 아름답고, 진수성찬보다는 텃밭의 푸성귀와 소찬이 맛 난다. 나는 요즘 우산 파는 일과 아이스케끼 장사를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면 트레일 산책을 못 가 비비적거리고 햇볕이 쨍쨍 내리면 텃밭 채소가 목이 탈까 걱정이다. 작은 걱정들에 올망졸망 둘러싸여 가난한 부자로 사는 게 행복이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부자 가난 땅부자인 재벌 화랑 고객 텃밭 채소
2022.06.21. 16:11
한인 전국단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와 민권센터는 내일(18일)부터 새로운 큰 걸음을 내디딘다. 전국적인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Poor People’s Campaign)’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행사에 이름만 걸고, 지지 글만 발표하고, 인터넷에서 ‘좋아요’나 눌러주는 참여가 아니다. 온몸으로 뛰어든다. 첫 큰 걸음은 18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진이다.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정신을 이어받은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에는 45개 주, 250여 단체들이 함께하며 오래전부터 민권센터 케빈 강 기획국장이 전국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민권센터는 버스 두 대를 가득 채우고 새벽 4시에 워싱턴DC로 간다. 왜 행진을 할까?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은 이렇게 밝힌다. “그 어떤 나라도 시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다면 이는 도덕적,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팬데믹이 터지기 전부터 미국에서는 1억4000만 명이 경제적 파탄에 빠지기 직전인 상태였다. 2020년 3월 이후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굶주리거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여있다. 건강보험도 없고, 생계를 유지할 임금도 받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2조 달러가 늘었다.” 더는 물어볼 필요가 없다. 1억4000만여 명에 달하는 빈곤층과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행진이다. 구조적인 인종차별을 없애고, 가난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전쟁 경제와 군사화에 반대한다. 그리고 도덕성을 되살려 보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기에 행진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집회에서는 민권센터와 NAKASEC대표들이 연설한다. 이런 행사에서 한인들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참가자들이 크게 손뼉을 쳐줄 것이다. ‘모델 소수민족’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한인들은 다른 소수계와 달리 잘살고 있다는 헛된 생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한인 평균 소득은 높은 편이지만 가난한 사람들도 많다. 특히 센서스국 통계에 따르면 한인 노인들은 미국 내 아시안 민족 중 가장 가난하다. 5명 중 1명꼴인 19%(중국 17%, 베트남 16%, 파키스탄 11%, 인도 8%, 일본·필리핀 7%)가 극빈층이다. 민권센터는 오래전부터 노인을 비롯해 저소득층 한인들을 위한 푸드스탬프, 노인과 장애인 렌트 동결, 건강보험 상담과 신청 대행 활동 등을 펼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팬데믹 기간 중 2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마련해 일자리를 잃고 어려움에 처한 한인들을 도왔고 지금도 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가난 문제는 돕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는 정말 가난 퇴치 운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미국 사회가 치닫고 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이 운동’은 한인과 이민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이민법 개혁도 지지한다. 인종과 민족의 울타리를 넘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러 분야에서 같은 뜻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만들어 낸 가난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없앨 수 있다. 민권센터는 앞으로 가난을 물리치는데 앞장설 다짐을 하고 있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커뮤니티 액션 가난 운동 가난 문제 가난 퇴치 한인 전국단체
2022.06.16. 17:30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오다기리 조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밝은 미래’(2004), ‘메종 히미코’(2006) 등의 작품을 통해 신비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근대화 물결이 시작되던 메이지 시대. '가난 속에도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늙은 뱃사공의 슬픈 이야기. 역사와 자연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그에 순응하는 삶과문명의 편리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한 비극과 진실을 조용하고 묵묵하게 그려낸 영화. 도이치는 뱃사공이다. 40년 동안 마을 사람들의 발이 되어 강 건너편으로 실어 나르는 일을 해주고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마주하지만, 그는 말이 없다. 그가 유일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이웃 청년 겐조. 언젠가부터 강의 상류에 다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리가 가져다줄 편리함에 완공을 기대하는 주민들. 그러나 도이치는 반갑지 않다. 다리가 완성되면 자신이 나루터에서 할 일도 없어질 테니. 어느 날 도이치는 가족이 모두 살해되고 혼자 살아남은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자신의 거처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소녀와의 만남은 도이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돈과 시간’은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편리만을 추구하는 세상, 그러나 그 문명이라는 이름의 뒤편에는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문명의 편리는 돈과 깊은 관련이 있을 터이다. 부유할수록 편리한 세상, 그 편리함 속에서 추구하는 행복. 그 행복은 진정한 행복일까.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강을 배경으로 한 영상미가 뛰어나다.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등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도맡아 촬영해온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을 담당했다. 물살을 헤치고 노를 젓는 장면들, 일몰, 물안개 등의 강변 풍경은 감내하고 수용하는 도이치의 마음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면 배는 떠내려가는 법일세.” 도이치가 겐조에게 던지는 대사이다. 멈춘 듯하지만 강의 흐름은 멈춘 적이 없다. 이미 시작된 흐름을 바꿀 수도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 자연의 법칙은 인간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예 다리가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도이치의 자조적 입장과 영화가 던지는 우회적 표현들이 인생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도이치 역의 에모토 아키라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압도적이다. 빛이 꺼져가는 반딧불처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도이치의 체념이 애틋하다. 그 어느 것도 제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은 떠나 보내야 할 때가 있다. 형체는 떠나 보내되 마음과 혼은 함께 안고 가는 것, 그게 삶이 아닌가 한다. 김정 영화평론가뱃사공 가난
2021.11.12.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