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알아야 할 게 참 많습니다. 예전에 비해 지식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있습니다. 알아야 하는 과목도 늘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지식도 끊임없이 솟아 나옵니다. 그럼 우리는 정말로 똑똑해졌을까요? 지식인은 많은데, 지혜로운 이는 적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에서 나옵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지식은 쌓여가는데 지혜는 오히려 옅어집니다. 지식인(知識人)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지식인이라는 말은 칭찬 같기도 하고, 나무라는 말 같기도 합니다. 지식인을 나무랄 때는 지식을 쌓아는 가지만, 지혜로 바뀌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에 지식(知識)이 넘쳐나니 지식인도 넘쳐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혜를 나타내는 한자 지(知)에는 날 일(日)이 더해 있습니다. 지식이 밝아져야 지혜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빛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식을 경쟁하고, 서로 잘났다고, 많이 안다고 하며 자신의 성적을 내세우는 세상, 자신을 숫자로 표현하는 세상은 어두운 세상입니다. 당연히 지혜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인공지능 앞에서는 무력한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의 속도와 정확성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아예 경쟁조차 되지 않습니다.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면 경영의 목표가 돈이 되고, 법의 목표가 돈이 되고, 의술의 목표가 돈이 됩니다. 모든 걸 돈에 초점을 맞추는 세상이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세상은 지식이 머리에 머물러 있는 세상입니다. 세상일을 머리 아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슴도 아파야 옳은 해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세상에서, 지식이 감정으로 옮겨가는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이것을 정보라고 합니다. 정보(情報)는 사정(事情)을 알린다는 뜻이고, 정보나 사정이나 모두 감정(感情)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情)이 담긴 글자입니다. 이러한 세상이 바로 가슴으로 사는 세상입니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입니다. 무미건조한 정보가 아니라, 가슴으로 아파하는 정보입니다. 공감의 세상, 동감의 세상이란 머리에서 가슴으로 옮겨갔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가슴에서 다리로, 아니 온몸으로 퍼져나가서 핏줄이 돌 듯이 모세혈관까지 전해져야 합니다. 머리로 생각한 것을 가슴으로 옮기고, 가슴으로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겁니다. 사실 이 지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책상 앞에서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멀리서 떨어져서 가슴 아파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뛰어들어 행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독서와 글쓰기가 내게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읽은 대로, 내가 쓴 대로 행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글 읽기에서 이런 읽기를 체독(體讀)이라고 합니다. 온몸으로 생각하며. 행동하며 읽는 것입니다. 주로 경전을 이렇게 읽습니다. 종교의 경전은 그저 읽기만 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실천이 중요한 겁니다. 마찬가지로 쓰기에서도 체서(體書)가 필요합니다. 이 말은 제가 만든 말입니다. 글을 쓰면서, 책을 읽으면서 지식인인 척하는 스스로가 부끄럽습니다. 그야말로 저는 지혜는커녕 지식인도 못 되었습니다. 배운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삶도 노력해야겠습니다. 세상을 위해서 행동하는 삶이 되기 위해 체독의 삶, 체서의 삶, 체학(體學)의 삶을 생각해 보는 오늘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가슴 모두 감정 해결 방향 칭찬 같기
2025.04.06. 18:02
박모씨는 40대 중반 남성으로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약 일 년 전부터 점점 목이 쉬는 것을 느꼈고, 3개월 전부터는 더 악화했다. 처음에는 감기에 걸려서 목이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좋아지지 않고 점점 더 나빠졌다. 또 가끔 기침하고 흰 가래가 나와서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음식을 삼키거나 숨을 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박씨는 과거에 특별한 질병을 앓은 적이 없고 복용하는 약물도 없었다. 생활 습관은 커피를 하루 3∼4잔,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우고 있고, 술은 가끔 마시고 있다. 박씨는 직업 관계상 일주일에 6일 이상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했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늦은 시간에 하고 바로 잠을 자는 편이며,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특이점으로 지난 일 년간 몸무게가 10킬로그램 이상 늘었다. P 씨는 만성적으로 목이 쉬면 후두암 때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고 병원을 찾아왔다. 검진 상 혈압은 정상이고 체중은 과체중에 속했다. 인후에 흰 가래가 고여 있는 것을 발견했고 폐 음은 정상이었다. 현재의 병력과 검진을 바탕으로 위산 역류병(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으로 일단 진단했다. 박씨는 커피, 과체중, 늦은 저녁식사 등이 위산 역류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위의 증례는 흔히 보는 ‘위산 역류병’의 예다. 현재 미국인의 10%가 위산 역류 증상을 매일 느낀다고 한다. 33%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역류 증상을 느낀다고 한다. 위산 역류가 생기는 가장 흔한 경우는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이 약해진 경우다. 선천적으로 괄약근이 약한 경우도 있지만, 기름진 음식이나 카페인, 알코올 등이 괄약근을 약하게 할 수 있다. 복부 비만도 복강 내 압력을 증가시켜서 역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식사 후에 바로 누워 있을 때도 체위성으로 위산의 역류를 유발할 수 있다. 다른 원인으로 맵고 짠 음식을 먹는다든지 칼슘 등을 과량 섭취할 때 위산이 증가해서 역류가 생길 수 있다. 위산 역류병을 진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병력이다. 특히 식사 후 가슴이 쓰리거나(heartburn)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칼칼하고 흰 가래가 나온다거나, 노래를 부를 때 고음이 나오지 않는 등의 증상들은 모두 위산이 역류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이밖에 내용물이 입으로 역류하는 느낌인 신트림(Regurgitation) 증상, 목의 이물감, 천식 증상, 메스꺼움, 때에 따라 치아부식 증상도 나타난다. 병력으로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내시경을 해서 위산으로 인한 식도의 손상을 볼 수 있다. 또 위산 역류병이 의심 가는 경우 위산 억제제를 실험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위산 역류병을내버려 두면 각종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 역류로 인해 식도 하단부 세포가 변화하는 질환인 ‘바렛 식도(Barrett’s esophagus)‘다. 최근 미국에서 발병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만성 기침이나 천식이 악화하기도 한다. ▶문의:(213)383-9388 이영직 원장 / 이영직 내과 원장건강 칼럼 가슴 위산 위산 역류병 위산 억제제 오랫동안 위산
2025.03.18. 18:54
1주일에 30센티미터다. 팔로스버디스(PV) 소재 포르티기스벤드와 시뷰 지역의 지반이 내려앉는 속도다. 이 두 곳에는 한 달 전 사태가 시작되면서 가스와 전기 공급이 차례로 중단되고 있다. 대피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급기야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원에 나섰지만 정작 주민들은 ‘고립무원’의 상태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기 서비스 중단은 합선과 전기선 파손으로 이어지며 화재를 야기할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였다. 본지는 5일 PV 지역 중 피해가 가장 심각한 돈틀리스 드라이브와 스탈워트 드라이브 교차로를 직접 가봤다. 갈라진 지반 사이로 도로 아래 묻혀 있던 파이프라인들이 드러난 게 눈에 띈다. 한 주택은 구조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거주 자체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이곳 주민들은 집밖에 나와 있거나 문을 열어둔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사 관계자들이 길을 막아서며 “지반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위험할 수 있으니 붕괴된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 주택에서는 가동 중인 발전기 두 대가 보인다. 이웃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특이한 게 보인다. 대부분의 집의 창문과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전기 공급 중단으로 에어컨 등이 작동하지 않아 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히려고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돈틀리스 드라이브에 거주하는 주민 크리스씨는 이웃에게 “작업자들이 임시 전기선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마트에 다녀올 텐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웃에게 “집에 얼음이 많으니 필요하면 말하라”고 외쳤다. 상황은 암울하다. 당국도 딱히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남가주 에디슨사 관계자는 “상황 점검을 위한 크레인이나 중장비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며 시설과 장치에 대한 수리 보수는 당연히 불가능하다”며 “지반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이다. 지속적인 지반 균열로 6일(금)부터 추가로 54가구에 가스 공급까지 중단된다. 시뷰 지역 서부의 29가구와 포르티기스벤드 비치 클럽의 25가구도 영향을 받게 된다. 남가주가스컴퍼니는 서비스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긴급 재난 구호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다고 5일 밝혔다. 주민들은 외부 대피를 꺼리고 있다. 집을 나오면 딱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정부에 대한 불만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경고(Warning)를 내려놓고 사실상 대피 장소나 재정 지원은 없는 상태”라며 “대피하지 않은 주민들은 부엌과 세탁기를 같이 쓰고 음식을 나누며 버티고 있다”고 시의회에서 호소까지 했다. 정작 주정부가 선포한 비상사태 항목에는 재정적 지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PV시정부는 주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라데라 린다 지역에는 임시 전봇대 설치를 예고한 상태다. 시뷰 지역 한 주민은 “이번 상황을 경험하면서 시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실제 주민들에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인내심으로 버티는 시간만 남은 듯하다”고 전했다. 피해 규모가 측정되지 않아 보험 보상 요청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별 주택 보험의 규정과 계약 내용에 따라 보상 여부도 구분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반만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니다. PV 주민들의 가슴도 지금 무참히 내려앉고 있다. 최인성·정윤재 기자팔로스버디스 현장 르포 주민 가슴 정작 주민들 주민 크리스씨 이곳 주민들
2024.09.05. 21:18
마음 가는 곳에 길이 있다. 두리번거리면 길을 잃는다. 긴가 민가 할 때는 처음 필이 꽂힌 데로 가면 된다. 사는 것이 힘들고 부대껴도 눈 부릅뜨고 찾아 나서면 어둠 속에서 길이 보인다. 수 천 개 수 만 개로 구비구비 돌아 종착역이 보이는 철로 옆에 서면 한 송이 코스모스가 가는 목을 흔든다. 인생이란 열차에 무임승차 했으니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선택이다. 얼마 만인가! 반딧불 꽁지 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던 시간들이. 새집 지어 이사 온지 삼 년째 뒷마당에서 반딧불이 샤갈의 연인처럼 허공에 붕붕 떠 다닌다. 너무 반가워서 옛동무 만난 듯 개똥벌레인 딱정벌레의 꽁무니를 쫓아 다닌다. 보일락말락 개미만큼 작은 검정색 몸뚱아리가 깜박거리며 꽃망울처럼 오렌지 빛을 내뿜는다. 꼬리에 불을 달고 어둔 길을 잘도 날아 다닌다. 손바닥 내밀면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날아간다. 반딧불은 어둠 속에서 빛(光)으로 말(言)을 주고 받는다. 가끔씩 회전목마처럼 엉겨 붙을 때는 사랑의 말들을 속삭일까? 유년의 작은 꽃불로 반짝이던 반딧불은 도시로 이사 오고 자취를 감췄다. 미국 온 뒤 집 짓고 마당에 나무를 촘촘하게 심었지만 반딧불은 유년의 강을 따라 기억의 바다에서 사라졌다. 떠나간 것들은 마른 풀잎의 추억으로 흩어진다. 30촉짜리 희미한 전구를 대들보에 매달기 전에는 해가 저물면 옥이 언니와 살평상에 누워 별이 뜨기를 기다렸다. 사립문을 지키는 수양버들이 황토빛 마당에 먹물을 풀고 더위에 지친 누렁이가 꼬리 접고 스르르 눈을 감으면 반딧불은 배 밑에 숨겨둔 색 주머니를 풀고 영롱한 빛을 내뿜는다. ‘손강은 겨울이면 눈빛으로 책을 읽고, 여름이면 차윤은 명주주머니에 반딧불을 잡아넣어 책을 비추어 공부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 고사를 알 리 없는 삼만이 아재는 “우리 희야 글 공부 해야지”라며 빈 유리병에 반딧불을 가득 담았다.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생물인 반딧불은 빛의 세기, 깜박거리는 속도, 꺼졌다 켜지는 시간 차들을 다르게 해서 끼리끼리 서로를 알아본다. 그 동안 왜 땅만 쳐다보고 살았을까? 코발트빛 하늘과 구름을 바라본 적 없다. 미친 듯이 화랑을 경영하고 창작예술센터를 운영했다. 대형 기획전 준비로 발뒤꿈치가 갈라지고 흡입식 식사와 스트레스로 한 달에 한 번씩 급체로 시달렸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인데…’ 하시며 어머니는 늘 걱정하셨다. 빛이 너무 밝으면 하늘의 별을 못 본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서로 알지 못한다. 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작은 연못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집을 지었다. 바람의 흔적 따라 지은 집을 ‘유배지’라 부른다. 세상 인연과 먼지 떨쳐버리고 하고 싶은 일하며 산다. 비대면 온라인 비즈니스는 팔랑개비처럼 잘 돌아간다. 구상했던 작품 쓰고 하늘과 땅, 바람이 맞닿은 곳에 붓을 잡고 다시 둥지를 튼다. 밤이면 청승맞게 꺼억 꺼억 우는 개구리와 물오리들도 새벽 잠이 깬 아기 사슴이 코스모스 만발한 길을 산책할 쯤 조용해진다. 텃밭에는 갖가지 채소와 푸성귀가 다투어 풍성하고 과일나무는 외롭지 않게 종류별로 짝수를 심었다. 흙과 자연은 배신 때리지 않는다. 머리 숙이고 친해지면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그대 향한 나의 손짓이 개똥벌레 꽁지에 매달린 작은 빛이라 해도, 지금부터 영원까지 그대 품 속에 사랑이 움트기를.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반딧불 가슴 발광생물인 반딧불 반딧불 꽁지 개똥벌레인 딱정벌레
2024.06.18. 14:18
솔솔 부는 바람, 친구와 알라모아나 비치로 산책하러 나갔다. 초저녁부터 동쪽 하늘의 구름 사이를 비집고 커다란 금 쟁반이 떠오르고 있다. 서쪽 마루에 걸려 있는 석양빛에 곁들여 하늘과 땅 사이에 바닷물은 황혼빛으로 물들고 있다. 넘실거리는 바닷물 위에선 은과 금 자락의 댄스파티가 한창이다. 마주 보고 있는 와이키키 비치에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들은 빛의 반사로 황금빛을 띠며 반짝이고 있다. 잠시 후면 사라질 휘황찬란한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저녁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처음 하와이에 와 지상천국이라고 느껴져 이곳으로 초청하고 싶었던 사랑하는 친구이다. 5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 잊을 만도 하건만, 좋을 때나, 슬플 때나 생각나는 그리운 친구이다. 같이 웃고 울던 단짝이었던 친구의 얼굴이 달과 해 사이를 넘나들며, 어른거리는 파도를 타고 다가오고 있다. 항상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손을 내밀면 잡힐 듯이 느껴지는, 어디에선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듯하여 하늘을 쳐다보기도 한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큰 그녀는 늘 나를 ‘꼬마야’라고 불렀다. 찬 바람이 불던 부산 기차역에서 홀로 나를 배웅하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 눈앞이 흐려진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그 자체가 마음을 아리게 한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친구는 시외에 살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이었다. 친구가 시외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사람이 버스에 오르기도 전에 버스가 급히 출발하는 바람에 버스 바퀴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친구는 석 달 동안 누워 있으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천주교를 믿는 그녀는 청순한 마음으로 성스러운 수녀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수녀원에 들어갔다. 몹시도 추운 겨울이었다. 숙대 근처에 있는 수녀원이었다. 훈련받는 동안 방한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뜨거운 핫팩을 안고 자다가 다쳤던 다리에 화상을 입어 고생하기도 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 자색 저고리에 검은색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몹시도 추워 보였다. 그런데 몇 달 동안 훈련을 다 받고 수녀원을 나온 후 그녀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수녀원에서의 생활이 바깥세상과 다를 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수녀원을 나온 후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그 후 결혼을 하고 귀여운 두 왕자를 낳았다. 첫아들을 안고 찍은 사진을 보내온 것이 마지막 사진이었다. 그녀는 ‘임신성 고혈압’으로 고생하였다고 한다. 둘째를 낳으면서 고혈압이 극도로 악화해 반신 마비까지 와서 친정에서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했지만 한쪽 손의 마비는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육체적으로도 괴로웠고, 기대에 어긋난 남편에 대한 불만족 등으로 힘들어했다. 그래도 버티고 견디어야 하지 않았을까, 고물거리는 어린 것들 때문에라도 살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나의 생각이지만,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 감싸주고 안아주고 싶다.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나 지성보다도 더 귀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은 우정이다’라는 말이 내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친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자책해 보지만 곁에 있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핑계일 뿐이다. 그 당시 나도 미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무척이나 힘든 기간이었다. 가버린 친구를 잊어버리려, 지워버리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를 기억하고 그와 같이 지냈던 일들을 가슴에 담고 그리워하련다. 손녀가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는데 유독 내 귀에 남는 가사가 있다. ‘When my time is up, have I done enough?/Will they tell my story?/Will they tell your story?/Who tells your story?(내 시간이 다 되었을 때, 나는 충분히 이뤄낸 걸까?/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할까?/사람들이 너의 이야기를 할까?/누가 당신의 이야기를 전할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며 웃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사람들은 미소를 잃고, 에너지를 소진하며 힘들게 살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를 사랑했던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아름답게 기억되고 회자될 가치가 있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원이다. 김평화 / 수필가문예 마당 가슴 친구 버스 바퀴 임신성 고혈압 your story
2024.05.16. 18:42
황희(1363~1452) 정승은 인복을 타고난 분이었다. 그가 세종을 주군으로 모시지 않았더라도 명재상이 될 수 있었을까. 황희는 인간적 허물도 있었지만 세종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무겁게 썼다. 어느 날 황희가 마당을 거니는데 문득 어느 하인이 땅바닥에 꼬꾸라져 죽는시늉을 했다. 곁에 있던 녀석에게 “왜 저러느냐”고 물었더니 평소 속앓이가 있어 저런다고 아뢰었다. 그러자 황희는 “그런 병이라면 나에게 좋은 약이 있지” 하면서 먹던 약을 내주었다. 약을 받아든 하인은 감히 영의정이 드시던 약을 먹을 수가 없어 약방에 내다 팔아 그 돈으로 병도 고치고 친구들과 술도 거나하게 마셨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다른 녀석이 또 황희 대감 앞에서 죽는시늉을 했다. 역시 능청스럽게 속앓이가 있어 저렇다고 아뢰었다. 그 말을 들은 황희는 자기의 약을 또 내주었다. 하인들은 그 약을 팔아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먹었다. 다시 잊을 만하니까 이번에는 다른 녀석이 대감 앞에서 또 죽는시늉을 했다. 이번에도 약을 내주었다. 그 녀석들이 약을 받아들고 물러가자 곁에 있던 황희의 아들이 “아무래도 저 녀석들이 꾀병으로 아버님을 속이는 것 같다”고 아뢰었다. 그 말을 들은 황희는 아들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어차피 그 약은 아픈 사람의 입으로 들어갔을 텐데 그러면 잘된 일 아니겠니.” 요즘 같은 세태에 황희 정승의 호 방촌(?村)처럼 가슴이 넓은 사람이 그립다. 이 나라의 정치는 골목에서 딱지치기하다가 싸우는 애들만도 못하다. 가슴 넓게 껴안고 보듬으며 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훈훈할까. 도무지 사람 냄새 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아프리카 소말리아도 이렇지는 않다. 우리가 박복해 황희 같은 인물을 못 만난 것인지, 이런 세상이 싫어 그런 분들이 숨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우리가 제 발등을 찍은 것인지. 참 야속하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가슴 황희 황희 정승 황희 대감 아프리카 소말리아
2023.07.02. 18:00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가장 높은 메루산 주변에는 여덟 개의 산과 여덟 개의 바다가 있다. 여덟 개의 산봉우리를 돌아본 사람과 메루산 정상에 올라 본 사람 중, 누가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까? 2017년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 스트레가상과 프랑스 메디치상(외국어문학 부문)을 연이어 수상한 파올로 코네티의 소설 '여덟 개의 산'이 던지는 화두다. 작가는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 단지 산을 통해 인생의 운명적 우여곡절을 말할 뿐이다. 연인 관계의 두 연출가 샤를로트와 반더미르히 펠릭스 판흐루닝언(뷰티풀 보이)이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이 영화는 제 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원작의 심오함과 성장통의 디테일들이 스크린에 감동적으로 옮겨졌다. 영화 '여덟 개의 산'은 산을 배경으로 한 두 친구의 오랜 우정의 연대기라는 점에서 자연스레 앙 리 감독의 2005년작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아카데미상 감독상, 각본상 수상)'을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산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고 떨어져 있는 긴 세월에도 서로를 잊지 못했던 두 남자의 운명적 인연과 대조적인 캐릭터 설정 등 유사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동성의 로맨스가 개입되는 '브로크백 마운틴'과는 생을 관조하는 시각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도시 소년 피에트로는 이탈리아 알프스 몬테로사 산기슭에 자리한 작은 마을 그라나에서 한여름을 보낸다. 피에트로는 그곳에서 11살 동갑내기 브루노를 만나 한여름을 함께 뛰논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을 떨어져 지낸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오랫동안 산을 찾지 않던 피에트로(루카 마리넬리)는 31세의 성인이 되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에게 무너진 오두막이 있는 산지의 땅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년 만에 다시 산을 찾은 그는 브루노(알레산드로 보르기)와 재회하고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을 이어간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자신을 대신해 브루노와 교우하고 있었고 이곳에 집을 짓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산봉우리마다 남긴 아버지의 메모들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무너진 집을 올리며 20년 만에 다시 한여름을 함께 보낸다. 각자의 아버지와 마찰하며 잃어버렸던 정체성과 혼돈이 두 사람을 더욱 가깝게 한다. 여름이 지나가고 피에트로는 가장 가기 힘든 방황의 길, 더욱이 머물기는 더 어려울 여정이 될 여덟 개의 산과 바다가 있는 네팔로 향한다. 네팔에서 아버지가 갈망했던 몬테로사 산을 껴안고 사는 친구 브루노를 생각한다. 반면 산지에서 태어난 브루노는 몬테로사 산에 묻혀 살기를 원한다. 방랑자 피에트로와 은둔자 브루노, 그러나 둘은 모두 본질적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이다. 브루노는 피에트로를 통해 알게된 라라와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으면서 점차 산의 야성을 잃어간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라라와의 불화가 잦아진다. 아내와 아이를 도시로 떠나 보낸 후 더 산에 집착하고 사람들을 멀리한다. 피에트로는 친구를 도우려는 애절한 마음으로 몬테로사로 돌아온다. 그러나 브루노의 자존심은 친구의 도움을 수용할 줄 모른다. 폭설이 내린 산 속에서 브루노는 실종된다. '여덟 개의 산'은 산업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간 피에트로와, 자연에 침투한 산업화의 영향으로 자아가 훼손되어 가는 산의 남자 브루노의 이야기다. 인간은 어느 곳에서나 고독하다. 그러나 인간은 공존함으로 잃어버린 가치를 회복하고 고독과 불안을 치유한다. 작가 코네티는 이러한 인간 본연의 문제들의 답을 자연에서 찾고자 한다. 그가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그곳에 남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산과 들, 풀과 시냇물, 그리고 돌들과 나무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이다. 숭고하기까지 한 장엄한 산의 본성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색들과 온화한 햇살은 인간의 마음속 빈 공간을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도시와 문명을 떠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영화는 코네티의 삶을 관찰하는 섬세하고도 진지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두 연출자의 카메라는 코네티가 소설에서 언급했던 삶의 디테일에 주목한다.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빛의 반짝거림, 산지의 맑은 호수, 어린애 같은 즐거움. 누군가를 보살피는 목가의 수고스런 손길들, 눈 덮인 산 그리고 두 주인공의 가슴 저리게 아픈 삶. 남아 있는 것이라곤 산 뿐이다. 두 남자는 결국 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의 막다른 곳에 이른다. 산에서 만난 이들에게 산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산은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두 친구의 운명을 보듬어 안는다. 흘러 가는 이 세월 속에 당신의 동반자는 누구인가. 간혹 문득 그리워지는 그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속에 아직도 작은 메아리로 남아 있는가. 김정 영화평론가가슴 mountains 친구 브루노 남자 브루노 방랑자 피에트로
2023.05.05. 20:45
아주 먼 옛날 거대한 빙하가 노르웨이를 여행했다. 노르웨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빙하는 곳곳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바로 피오르(fjord) 얘기다. 노르웨이는 이 피오르의 나라다. 빙하가 만들어낸 대협곡이자 웅장하고도 독특한 풍광이 이곳에 집약되어 있다. 그 해안선 길이를 몽땅 이어놓으면 지구 반 바퀴를 돌 수 있다고 한다. 그 유명한 송네 피오르는 길이 127마일 가장 깊은 곳의 수심 4290피트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깊다. 끝없이 이어지는 진초록의 숲 사이 마치 갈고리로 긁어내린 듯 촘촘한 고랑으로 이어진 협곡이 시선을 휘어잡는다. 산꼭대기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폭포는 또 어떻고. 포드네스~만헬러 구간을 항해하는 1시간 10분 정도의 뱃길은 마치 1분처럼 짧게 느껴진다. 카메라에 담는 순간마저 아쉬워 그저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절경이다. 또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버킷리스트 1순위로 손꼽는 곳이다. 풍광으로는 으뜸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요정의 사다리'라 불리는 꼬불꼬불한 트롤프겐 도로를 따라가다 피오르 중간 즈음에서 만나는 7자매 폭포가 게이랑에르의 최고 명소. 독일 황제는 게이랑에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려 7번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여행의 화룡점정은 '로맨틱 열차'가 장식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기찻길로 꼽히는 플롬산악열차은 그림 같은 풍경 속을 칙칙폭폭 내달린다. 산등성이를 지날 때마다 까마득한 높이의 폭포들이 포요하듯 물줄기를 토해내고 있다. 그렇게 흘러내린 물은 시내가 되어 협곡 사이를 흐른다. 커다란 바위와 숲 폭포가 한 몸처럼 섞인 산골짜기엔 작고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서 있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조금 전의 풍경을 압도하는 더 황홀한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감동의 연속이다. 쉼 없이 멋진 풍경을 실어 나르던 산악열차는 굉음 앞에 잠시 멈춰 선다.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폭포보다 규모가 큰 폭포가 흘러내린다. 높이만 700피트가 넘는 쵸스 폭포(Kjosfossen)다. 이 장관을 옆에 두고 열차는 10분여간 정차한다. 워낙 수량이 많아 물보라가 하늘을 찌르는데 폭포보다 더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거대한 바위 뒤로 붉은 치마를 두른 요정 훌드라(Huldra 꼬리가 달린 숲의 요정)가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 훌드라로 분한 여인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노르웨이는 한여름에도 녹지 않고 시원한 냉기를 발산하는 '유럽의 푸른 눈' 브릭스달 빙하 유네스코 문화재인 브뤼겐 거리 오페라 하우스 국립 미술관 생로병사를 주제로 조각해놓은 비겔라트 조각공원 등 흥미로운 명소들을 다양하게 품고 있다. 대자연의 경이가 부유하는 노르웨이. 자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이곳에서는 결코 과장된 일도 허무맹랑한 말도 아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피오르 가슴 게이랑에르 피오르 피오르 중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2023.02.23. 20:53
가슴 통증의 원인은 가벼운 근육·관절염부터 심각한 심근경색이나 대동맥 박리처럼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때문에 가슴 통증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임상적으로 심각한 경우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40대 후반의 정모씨는 갑작스러운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정씨는 대동맥 박리로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가슴 통증은 통증의 양상을 보면 심장근육의 이상이나 대동맥 박리증과 같은 응급질환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심장에서 오는 통증은 대개 수분 이상 지속하고 운동 시 통증이 올 때는 휴식을 하면 통증이 2~5분 이내에 사라진다. 또 호흡과는 관계없이 통증이 지속하고 통증이 목이나 아래턱, 왼쪽 어깨나 등으로 통증이 이동할 수 있다. 반면 가슴 근육이나 관절의 이상으로 인한 통증은 숨을 들이마시거나 몸을 움직일 때 가슴이 아프고 통증 지속 시간이 몇초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또 우측 가슴에 통증이 있다면 일단 심장질환으로 인한 통증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과도한 육체노동을 하거나 골프 같은 운동을 심하게 한 후에 가슴 통증이 왔다면 역시 근육-관절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운동하거나 육체적인 일을 할 때마다 가슴 통증이 온다면 심장이상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심장질환으로 가슴 통증이 올 때는 통증 이외에도 숨이 차거나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진땀이 나거나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대동맥 박리는 심근경색과 더불어서 흉통으로 인한 응급조치를 받아야 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클리닉에서 흔히 보는 질환 중에서 위산 역류로 인한 식도염도 가슴 통증의 원인이다. 이는 산성도가 강한 위산이 식도로 넘어오면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위산 역류로 인한 가슴 통증은 위산을 억제하는 제산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또 위산 역류를 증가시키는 커피나 초콜릿 등의 음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 질환은 가슴 통증의 흔한 원인인데 폐렴에 걸리면 폐렴 자체도 통증을 유발하지만, 기침할 때 폐가 갈비뼈에 반복적으로 부딪히면서 흉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 기흉이나 폐전색증(폐혈관이 응고되는 것)으로 인한 폐경색도 심한 가슴 통증을 초래한다.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와 같은 심리적인 원인 때문에 가슴 통증이 올 수도 있는데 심장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걱정이 흉통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대상포진이 가슴부위에 발생할 경우에도 심한 가슴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발병 초기에는 피부에 발진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일단 발진이 나타나면 쉽게 진단을 할 수 있다. 가슴 통증의 원인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흉통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정밀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본인의 나이나 성별, 과거 병력을 고려하고 통증 양상을 종합한 후 주치의와 상의해서 가장 적절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문의: (213)383-9388 이영직 원장 / 이영직 내과건강 칼럼 가슴 통증 가슴 통증 통증 양상 대동맥 박리증
2022.11.22. 19:57
60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대학축제 섭외 1순위의 트롯트 여가수가 있다. 그녀의 수많은 히트곡 중 이 노래는 수능을 앞둔 고교생들에게 금지곡이 되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이유는 한번 들으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멜로디와 가사 때문이라고 한다. 그 노래는 다름아닌 ‘아모르 파티’다. 아모르 파티는 세계적인 철학자 니체가 군중들에게 “주어진 인생을 사랑해라”라고 한 명언이다. 즉 인생은 소중하니 가슴이 뛰는 대로 사는 게 인상이라는 메세지다. ‘아모르 파티’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마음이 진짜라고 마이크를 들어올리며 가창력을 뽐내는 트로트의 여왕 ‘김연자’의 불멸의 히트곡이다. 대학축제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중년을 넘겨도 한창 지난 전통가요 가수지만 자식뻘 같은 젊은 대학생들 앞에서 쏟아내는 열정은 걸그룹과 아이돌에 견주어도 주눅 한번 들지 않는다.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고 버겁기만 한 사회를 향해 비겁함과 소심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주위를 살피는 눈치를 던져버리고 ‘네 소신껏 인생을 사랑하라’는 니체를 대변한 그녀의 목소리에 젊은이들은 떼창으로 열광한다. ‘아모르파티’는 2013년 발표됐지만 김연자는 ‘아모르파티’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김연자는 과거 일본에서 엔카 가수로 활동하며 회당 출연료 1억원을 받으며 추정 수입이 1천억원 정도 달한 톱가수였다. 사기와 이혼의 아픔 그리고 낯설은 타국 땅의 가수 생활은 그녀의 노래 인생에 녹아들며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고 최근 경연 프로그램의 가왕으로 등극한 가창력은 대한민국 안방을 들썩들썩 뒤흔든 역주행 톱가수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만약 김연자만의 인생 경험과 특허가 된 마이크를 이용한 창법이 없었다면 ‘아모르파티’는 길거리에서 무심코 흘러 나오는 트롯트에 불과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안겨준 팬데믹 2년 , 어두웠던 LA한인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줄 ‘아모르파티’가 오는 6월 11일(토) 저녁 7시 LA 근교에 위치한 판타지 스프링스 리조트에서 드디어 열린다. 그토록 기다렸던 김연자의 마이크 퍼포먼스와 무대를 압도하는 트롯트 여왕의 가창력에 흠뻑 빠져 버릴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LA한인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줄 김연자 ‘아모르파티’ 콘서트 티켓은 B석 36달러,A석 48달러, R석 78달러, VIP석 170달러 , VVIP석 200달러가 있으며 VVIP 티켓은 김연자와 1:1 기념 사진 촬영이 포함된다. 이번 콘서트는 교통편이 불편하거나 운전이 힘든 한인들을 위해 셔틀 버스를 운행하는데 LA 한인타운 올림픽가의 한남체인에서 공연 당일 오후 12시에 팜스프링스로 출발한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팜스프링스에서 밤 10시에 셔틀버스가 LA로 돌아온다. 운임은 1인당 10달러다. 티켓 구매는 미주 한인커뮤니티 최대 온라인 쇼핑몰 핫딜에서만 독점 판매하는데 티켓 구매 결제를 마친 고객은 LA 중앙일보 1층 로비에서 6월 10일까지 티켓을 픽업할 수 있다. 만약 티켓을 픽업하지 않은 고객은 공연 당일(11일)콘서트장의 윌콜에서 티켓을 픽업할 수 있다. 티켓은 공연 당일 현장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아모르파티 티켓 구매 바로가기 ▶문의 : 213)368-2611 hotdeal.koreadaily.com 아모르파티 가슴 티켓 구매 콘서트 티켓 트롯트 여가수
2022.04.14. 14:55
우리는 과학적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보통 과학과 인문학은 구별되는 개념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인문학 속에 과학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자연과학만을 의미했으나 이제는 사회과학도 과학이고 인문학도 과학입니다. 과학이 아닌 게 없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과학자라는 말은 한정적이네요. 아마 사회과학 연구자가 스스로를 과학자라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과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연구방법론이 된 느낌입니다.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표현이 방법론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이라는 말은 객관적이라는 말이고 계량화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늘 통계가 중요합니다. 조사 방법에 감정은 주관적 요소이므로 제외해야 합니다. 그래서 과학적 연구라는 말에는 인간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감정이 들어가는 것을 비과학적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런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계로 측정되지 않고, 정리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 있습니다. 언어의 많은 부분이 그렇습니다. 생각과 사고라는 말을 어떻게 구별하여야 할까요? 마음과 생각은 어떻습니다. 기쁜 감정과 즐거운 감정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설명이 가능할 겁니다. 설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당연히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설명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언어에는 감정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 언어는 인간의 특징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언어를 연구한다는 것은 인간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연구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이해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위한 학문으로 언어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로 하는 언어학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입니다. 언어의 특성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저는 언어를 머리에도 담아보고, 가슴에도 비추어 봅니다. 머리로 생각할 때는 몰랐던 부분이 가슴으로 생각하면 뚜렷해집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게 됩니다. 언어학은 과학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인문학적 접근도 필요합니다. 두 접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마치 믿음과 학문의 관계와 같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학문은 공허합니다. 배움이 없는 믿음은 허황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는 이미 공자께서 밝혀 놓으신 일이기도 합니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학이불사즉망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이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는 것도 모두 문제입니다. 믿음은 종교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상이 그래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픈 것은 나쁜 게 아닙니다. 그런데 병을 죄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병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통스러운 것이니 낫게 해 주면 좋은 겁니다. 아픈 사람은 병이 나아야 한다는 믿음이 의학을 발달시킵니다. 믿음이 학문을 발달시키는 겁니다. 인간과 자연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한 믿음으로 청정에너지의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언어학을 공부하면서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어떤 믿음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까? 그게 언어학의 시작입니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입니다. 언어는 싸우지 말자고 하는 겁니다. 언어를 통해서 감정을 교류합니다. 언어를 통해서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합니다. 서로 말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입니다. 언어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언어학을 깊게 만듭니다.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학 가슴 사회과학 연구자 과학적 접근 보통 과학
2022.04.03. 16:04
우리는 과학적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보통 과학과 인문학은 구별되는 개념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인문학 속에 과학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자연과학만을 의미했으나 이제는 사회과학도 과학이고 인문학도 과학입니다. 과학이 아닌 게 없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과학자라는 말은 한정적이네요. 아마 사회과학 연구자가 스스로를 과학자라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과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연구방법론이 된 느낌입니다.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표현이 방법론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이라는 말은 객관적이라는 말이고 계량화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늘 통계가 중요합니다. 조사 방법에 감정은 주관적 요소이므로 제외해야 합니다. 그래서 과학적 연구라는 말에는 인간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감정이 들어가는 것을 비과학적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런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계로 측정되지 않고, 정리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 있습니다. 언어의 많은 부분이 그렇습니다. 생각과 사고라는 말을 어떻게 구별하여야 할까요? 마음과 생각은 어떻습니다. 기쁜 감정과 즐거운 감정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설명이 가능할 겁니다. 설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당연히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설명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언어에는 감정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 언어는 인간의 특징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언어를 연구한다는 것은 인간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연구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이해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위한 학문으로 언어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로 하는 언어학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입니다. 언어의 특성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저는 언어를 머리에도 담아보고, 가슴에도 비추어 봅니다. 머리로 생각할 때는 몰랐던 부분이 가슴으로 생각하면 뚜렷해집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게 됩니다. 언어학은 과학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인문학적 접근도 필요합니다. 두 접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마치 믿음과 학문의 관계와 같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학문은 공허합니다. 배움이 없는 믿음은 허황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는 이미 공자께서 밝혀 놓으신 일이기도 합니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학이불사즉망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이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는 것도 모두 문제입니다. 믿음은 종교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상이 그래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픈 것은 나쁜 게 아닙니다. 그런데 병을 죄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병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통스러운 것이니 낫게 해 주면 좋은 겁니다. 아픈 사람은 병이 나아야 한다는 믿음이 의학을 발달시킵니다. 믿음이 학문을 발달시키는 겁니다. 인간과 자연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한 믿음으로 청정에너지의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언어학을 공부하면서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어떤 믿음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까? 그게 언어학의 시작입니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입니다. 언어는 싸우지 말자고 하는 겁니다. 언어를 통해서 감정을 교류합니다. 언어를 통해서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합니다. 서로 말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입니다. 언어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언어학을 깊게 만듭니다.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학 가슴 사회과학 연구자 과학적 접근 보통 과학
2022.03.27. 16:45
붉게 불태웠던 마지막 아름다움도 빈 바람으로 떠나고 처연한 가지만 남아 애틋한 햇살의 손길도 더는 지켜줄 수 없는 하루하루의 덧없음이 발밑에 무겁게 떨어져 시선을 등지고 있다 지나온 여정은 한시름으로 떠나는 것이기에 간직했던 시간들 남은 온기로 붙잡고 우울해진 햇볕은 한 잎 떨어진 아픔으로 조용히 떠나고 있는 늦가을을 연민의 가슴으로 안고 있다 양기석 / 시인·퀸즈글마당 연민 가슴
2022.01.07. 17:23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기억하고 싶은 것뿐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는 것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지난 이년 동안 병마와 가난, 고통과 슬픔을 견디며 맨땅에 헤딩하듯 살아왔다. 배 만 고프고 허기진 게 아니라 심장이 오그라드는 불안과 절망으로 영혼이 지치고 어둠 속에 갇혔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기억 속 아름다운 날들과 사랑의 추억마저 멍들게 했다. 꿈 희망 소망 믿음 기쁨 행복이란 단어들이 사라졌다. 불안과 공포의 장막 속에서 고삐 물린 소처럼 죽음과 사투를 벌였다. 아름다운 날들이 슬픈 기억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하얀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이 가고 ‘검은 호랑이 해’ 임인년(壬寅年)이 밝았다. 검은 호랑이는 명예욕이 강하고 큰 야망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희망을 유보한 사람들은 더 이상 명예와 야망을 꿈꾸지 않는다. 그냥 살고 싶을 뿐이다. 죽을 때까지는 안 죽는다. 살아있는 동안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 가족들 무탈하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고, 친구들과 맛난 음식 나눠먹고, 이웃 만나면 함박꽃처럼 웃으며 손 흔들고, 별사탕처럼 빛나는 애들 눈동자에 달콤한 꿈의 단어들을 새기며 그대 눈 속에 남아있는 사랑의 언약을 기억하고 싶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 되느니라”- 마태복음 9:17절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지 못한다. 맑고 깨끗한 새물로 새날을 채우는 사람은 희망의 문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 동안 육신만 지치고 고달픈 게 아니라 영혼이 배고프고 메말랐다.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지만 영혼이 갈급하면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까. 마음이 허허로워지면 불안과 공포, 의심이 생기고 우울증에 걸린다. 믿음과 사랑이 사라지고 만남을 기피하고 자신을 어둔 방에 가둔다. 어제는 흘러갔다. 어제가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내일은 내일의 시간이 온다. 오늘을 참고 견디면 기적처럼 내일은 반드시 온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중략) /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김수영의 ‘풀’ 중에서 마지노선도 무너진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 육군장관 마지노는 독일의 침공을 막기 위해 140킬로미터에 걸쳐 두께 30미터가 넘는 콘크리트 벽을 구축했지만 독일의 침공을 막지 못했다. 마지노선은 ‘최후의 방어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이다. 인생의 마지노선은 없다. 선택이 있을 뿐이다. 죽는 것 빼곤 못할 것이 없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백번 천번 더 일어났었다. 기억의 창고를 열고 사랑과 희망이 담긴 날들을 기억하겠다. 하얀 손수건 가슴에 달고 꿈이 뭉게구름처럼 번지던 유년의 입학식. 늘 푸른 측백나무는 둥글게 다진 황토빛 운동장을 감싸 안았다. 하얀 이 드러내고 웃던 소년과 동그란 눈망울의 계집아이도 기억해 낼 테다. 심장이 뛴다. 밝음으로 어둠을 덮고 희망으로 절망을 이기는 날들 위해 바람보다 태양보다 먼저 일어나 웃고 속삭이는 날들을 간구한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가슴 손수건 가슴 가죽 부대 희망 소망
2022.01.04. 14:00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가지를 흔든다. 우수수 잎사귀들이 비처럼 내린다. 가슴이 철렁한다. 가을은 좀처럼 나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나무들은 언제나 이때 즈음이면 이별을 고한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지만, 나약한 우리 인간들은 정서를 이야기한다. 푸른 하늘 아래를 서성거리며 시를 읊기도 하고 종종 어둑해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눈시울도 적신다. 마음이 생겨서 그런 것이다. 쓸쓸함, 그리움, 슬픔, 그런 마음들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며칠 전 꿈을 꾸었다. 기억나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사람들을 몇 모아 놓고 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시란 생각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마음을 건드려야 글이 나온다고 했다. 시도 못 쓰는 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나? 참 알 수 없는 것이 내 마음이다. 살면서 세상일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작아진다. 마음을 담아두는 가슴도 쭈그러진다. 나는 종종 용서란 말을 한다. 신앙을 가진 자들에게는 어려운 숙제이다. 미워 죽겠는데 용서하라니 미칠 노릇이다. 주기도문을 바치다가 문득 주위의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면 결코 신에게서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모순투성이인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꺼린다. 인간답게 사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생각과 말과 행위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생각과 말은 그럴듯해도 올곧은 마음이 없으면 아무 쓸 데가 없다. 선한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마음에 온통 탐욕만 담아두면 가슴은 좁아진다. 나의 가슴은 신성한 곳이다. 그런 좋은 곳에 온통 욕심과 분노와 이기심과 자만으로 가득한 마음을 담아둘 수는 없다. 노래 부르다가도 눈물 흘리고 바람 부는 대로 흩어져버리는 낙엽을 보고도 울컥하는 마음이 차라리 났다. 세상 모든 것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미국 인디언(American Indian)의 마음은 참 아름답다. 그런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기독교 신앙을 앞세워 개척정신을 부르짖으며 인디언들을 무차별 학살한 초기 이민자들의 마음은 고귀하였을까? 교리를 가르치며 신을 믿으라 한 그들에게 한 족장의 추장은 말한다.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의 형제자매를 죽이고, 우리를 핍박하는 것을 허락한 신을 믿으라니요. 저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우리의 형제이고 고귀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치는 저의 신을 믿겠습니다.” 사랑도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분노하고 강요하며 상대방을 바꾸려 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별을 헤아리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어린아이들을 아끼는 하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런 마음들을 가슴에 담아 두었으면 좋겠다. 나의 좁은 가슴을 넓히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 필요 없는 걱정. 끊임없는 욕심들은 다 꺼내 버리고 강한 의지로 나의 나약함과 게으름을 이겨내야겠다. 노력 없이 어찌 스스로 바꿀 수 있겠는가? 새해가 오기 전 미리 마음을 다져야 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했던가? 그 행복을 위해서 가슴을 크게 만드는 것은 나의 앞으로 목표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되 생각이 가슴으로 내려 마음을 건드리는 시인의 마음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거듭 말하지만 가슴은 클수록 좋다. 여성 폄하의 뜻으로 말한 것이 결코 아님을 눈치챘을 것으로 믿는다. 고성순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가슴 기독교 신앙 초기 이민자들 그리움 슬픔
2021.11.17. 20:14
사람값은 사람이 매긴다. 다른 사람이 매긴다. 삶의 무게는 질량으로 잴 수 없고 사람값은 숫자로 매기기 어렵다. 살아 생전 보다 사후에 매겨지는 점수가 더 정확한 수치인지 모른다. 나이값 얼굴값 꼴값 사람값 하며 살기는 참 어렵다. 살아 생전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죽은 뒤 남기는 몇줄의 평판이 어쩌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인지 모른다. 지역사회에 알게 모르게 봉사(?)하던 두 분의 죽음이 생각난다. 한 분은 이름도 얼굴도 없이,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연장자 아파트에서 가난하게 지내던 할머니다. 자기 처지를 한탄하지 않았고, 황금 송아지 키우던 과거를 내세우지 않았으며, 손수 키운 채소로 맛난 김치 만들어 이웃과 다정하게 나눠 먹었다. 일요일엔 교회밴 타고 오시는데 텃밭에서 갓 뽑은 채소를 봉지에 담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셨다. 나도 몇 번 얻어먹는 행운을 누렸는데 부추나 깻잎은 일렬로 줄세워 깨끗이 손질해 씻어주셔서 요리하기 편했다. 다른 한 분은 지식과 교양, 품위와 인격을 모두 갖춘 분이다. 전문직 남편 덕분에 적당한 부를 누렸고 두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냈으며 교회에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했다.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소문내지 않았으며 알게 모르게 지역 사회에 봉사한 분이다. ‘죽음’은 한 인간의 민낯을 빼지도 더하지도 않고 진솔하게 그려낸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통해 했다. 꼬부라진 손으로 플라스틱 봉지에 담긴 싱싱한 채소를 건네주던 할머니의 다정한 미소를 그리워하고 그 분의 일생을 추모했다. 다른 한 분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배우고 교양 있는 사람들은 우아한 단어로 추모하고 애도했다. 나도 그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덜 가진 사람, 적게 배운 사람들의 태도는 냉담했다. “그 사람 잘난 체 하잖아요. 겉 다르고 속 달라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불쌍해서 그러는 거죠.” 깜짝 놀랐다. 이 처절하고 진솔한 동물적 감각! ‘동물적 감각’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습관처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반응시간이 빠르고 진솔하다. 동물적 감각은 이성이 지닌 ‘위선의 탈’ 속에 숨은 인간의 속내와 진실의 실체를 보게 한다. 위선자는 겉으로만 착한 체하는 사람이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 될 때, 가슴이 얼음처럼 차가울 때 베푸는 동정은 사랑이 아니라 기만이다. 자애로운 동정심은 ‘빈민 구제’가 아니라 ‘자신의 구원’을 위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일 뿐이다. 사람들은 가슴으로 말한다. 가슴은 없는 말을 꾸며대지 않고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는다. 보이는 대로 말하고 느낀 대로 판단하고 내키는 대로 답한다. ‘잘 생긴 놈은 얼굴 값하고 못생긴 놈은 꼴값한다’ 해도 생긴 대로 살고 정성 담아 사람 대하고 동정 대신 사랑으로 섬기면 죽어서도 사람값을 하지 않을까. 호랑이가 아니라서 죽어 남길 가죽 없고, 이름 석자 기억할 명성은커녕 남길 유산 조차 없으니 그냥 허공에 떠돌다 흩어질 이름 석자 나 홀로 불러 볼 뿐.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다 해도 외로워 말고,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고, 내 생의 점수가 빵점이라 해도 후회하지 말고, 위선이 아닌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게, 가슴 뜨겁게 살아온 날들과 남은 시간들을 위해 건배!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람값 가슴 나이값 얼굴값 플라스틱 봉지 교양 품위
2021.10.26. 17:23
근무 중 숨진 여성의 가슴을 만진 LA경찰국 경관이 중범죄인 시신 추행(sexual contact with human remains)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 경관은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항변했다. LA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에 따르면 LAPD 경관 데이비드 로하스는 근무 중 숨진 여성의 가슴을 만진 중범죄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일 공판을 시작했다. 이날 로하스 경관은 자신을 ‘성실한 수사관’으로 사건 당시 수사 과정의 일환으로 숨진 여성의 가슴을 만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로하스 경관은 2019년 11월 LA다운타운 센트럴경찰서에서 근무 중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 사건 현장에서 그는 여성 시신을 추행했고 한 달 뒤 체포됐다. 출동 당시 로하스 경관이 찬 보디캠에는 그가 왼손으로 사건현장 침실에서 숨진 여성의 오른쪽 가슴을 두 번 만지는 장면이 녹화됐다. 이날 법원에서 판사는 로하스 경관이 납득할만한 이유나 증거도 없이 개인의 의지에 따라 시신을 추행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로하스 경관은 사건현장이 어두워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주위를 더듬다가 여성의 시신을 만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신 성추행 혐의도 부인했다. 케이스 보르존 판사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LA카운티 검찰 측은 로하스 경관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 최고 3년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김형재 기자여성 가슴 경관 시신 여성 시신 여성 가슴
2021.10.22.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