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주변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다. 살다 보면 강한 어조로 거친 표현을 써 가며 감정을 극대화시켜 상대가 내 말에 어서 순응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급적 부드러운 목소리와 정제된 표현으로 듣는 이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나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즉 ‘가시 돋힌 말 하지 않기’를 새해 목표로 세운 셈이다. 거창한 목표라기보다 새해의 바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표현이 있다. ‘가시 돋히다’는 말이다.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가시 돋치다’고 해야 바르다. 말 속에 상대를 공격하는 의도나 불만 등이 들어 있을 때 흔히 “가시 돋히다”고 표현하곤 한다.속에 생긴 것이 겉으로 나오거나 나타난다는 의미를 지닌 ‘돋다’에 접사 ‘-히-’를 붙여 피동 표현을 만든 것이 ‘돋히다’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먹다’에 ‘-히-’를 붙여 ‘먹히다’, ‘붙잡다’에 ‘-히-’를 붙여 ‘붙잡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돋히다’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돋다’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가 아니라 동사가 나타내는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자동사이므로 ‘-히-’를 붙여 피동 표현으로 만들 수 없다. ‘돋치다’는 ‘돋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 ‘-치-’를 붙여 만든 단어다. ‘밀다’에 ‘-치-’를 붙여 ‘밀치다’, ‘넘다’에 ‘-치-’를 붙여 ‘넘치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가 유행하며 날개 돋힌 듯 팔렸다”에서와 같이 “날개 돋히다”는 표현도 흔히 사용되고 있는데 이 역시 ‘돋치다’로 고쳐야 한다. 정리하면 ‘돋다’는 피동 표현으로 만들 수 없는 말이므로 ‘돋히다’가 성립하지 않는다. 즉 ‘돋히다’는 없는 말이므로 ‘돋치다’로 바꿔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가시 피동 표현 새해 목표 토끼 모자
2025.01.22. 19:54
흔히 “후보 간 가시 돋힌 설전이 벌어졌다” “가시 돋힌 말들을 주고받았다”처럼 이야기한다. 말속에 상대를 공격하는 의미나 내용이 들어 있을 때 ‘가시 돋히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시 돋친 설전’ ‘가시 돋친 말들’로 바루어야 한다. ‘날개 돋히다’도 마찬가지다. “제습기 등이 날개 돋힌 듯 판매되고 있다”처럼 사용하면 안 된다. ‘날개 돋친’으로 고쳐야 바르다. 상품이 인기가 있어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갈 때 ‘날개 돋치다’와 같이 표현한다. 우리말에 ‘돋히다’란 동사는 없다. ‘돋히다’는 ‘돋다’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사 ‘-히-’가 붙은 꼴인데 이런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막다’ ‘뽑다’에 ‘-히-’를 붙여 피동사 ‘막히다’ ‘뽑히다’로 쓰는 것처럼 ‘돋히다’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 쉽다. ‘돋다’는 스스로 일으키는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히-’를 붙여 피동 표현을 만들 수 없다. 피동이 되려면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가령 소름은 자신의 몸에 생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돋아나는 게 아니다. ‘돋치다’는 ‘돋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 ‘-치-’를 붙여 만든 단어다. ‘밀치다’ ‘넘치다’도 ‘밀다’ ‘넘다’에 ‘-치-’가 붙은 형태다. ‘가시가 돋다’ ‘날개가 돋다’를 강조해 이르는 말은 ‘가시가 돋치다’ ‘날개가 돋치다’로 표현하는 게 옳다.우리말 바루기 가시 피동 표현
2024.06.09. 19:21
선거 때가 되면 “후보 간 가시 돋힌 설전이 벌어졌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말속에 상대를 공격하는 의미나 내용이 들어 있을 때 ‘가시 돋히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시 돋친 설전’ ‘가시 돋친 말들’로 바루어야 한다. ‘날개 돋히다’도 마찬가지다. “제습기 등 장마 대비 제품들이 날개 돋힌 듯 판매되고 있다”처럼 사용하면 안 된다. ‘날개 돋친’으로 고쳐야 바르다. 상품이 인기가 있어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갈 때 ‘날개 돋치다’와 같이 표현한다. 우리말에 ‘돋히다’란 동사는 없다. ‘돋히다’는 ‘돋다’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사 ‘-히-’가 붙은 꼴인데 이런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막다’ ‘뽑다’에 ‘-히-’를 붙여 피동사 ‘막히다’ ‘뽑히다’로 쓰는 것처럼 ‘돋히다’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 쉽다. ‘돋다’는 스스로 일으키는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히-’를 붙여 피동 표현을 만들 수 없다. 피동이 되려면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가령 소름은 자신의 몸에 생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돋아나는 게 아니다. ‘돋치다’는 ‘돋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 ‘-치-’를 붙여 만든 단어다. ‘밀치다’ ‘넘치다’도 ‘밀다’ ‘넘다’에 ‘-치-’가 붙은 형태다. ‘가시가 돋다’ ‘날개가 돋다’를 강조해 이르는 말은 ‘가시가 돋치다’ ‘날개가 돋치다’로 표현하는 게 옳다.우리말 바루기 가시 피동 표현 장마 대비
2022.07.27. 19:22
20일 오후 2시쯤 플로리다 파스코카운티에서 10살 이하의 아이가 메기 가시에 찔리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파스코카운티 소방구조대는 탬파에서 북서쪽으로 약 35마일 떨어진 뉴포트리치 연못에서 메기를 잡다 가슴을 찔린 아이를 구조했다. 구조 관계자는 메기 가시가 피해 아이 가슴의 약 1~1.5인치 깊이로 박혔다고 전했다. 아이는 항공기를 타고 병원에 이송됐으며 가시로 인해 이송 중 호흡곤란을 겪었다. 전문가는 "메기는 가슴지느러미와 등 쪽에 가시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며 "가시는 사람을 찌르고 살을 뚫을 정도로 단단하다"며 경고했다. 한편, 2018년 USA투데이는 메기에 무릎을 찔려 목숨을 잃을뻔한 어부 사고를 보도하기도 했다. 디지털부낚시 가시 파스코카운티 소방구조대 플로리다 파스코카운티 구조 관계자
2022.06.21. 15:51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 되어 아름드리 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는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색이다. 꽃이 핀 후에는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강렬한 핏빛을 띠며 다른 꽃이나 나무처럼 자주 맺히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반가움에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백년초다. 더구나 이것은 익은 다음에 진가를 발하는데 우리 몸에 100가지로 좋다는 학설이 있다. 열매는 모양도 예쁜데 효능까지 좋다고 한다.니 나는 횡재한 듯하다.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인터넷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며 궁리했다. 해마다 보석을 캐듯 열매를 딴다. 손바닥처럼 두툼한 초록 잎 사이에 열린 자색 열매는 보기에도 탐스럽다. 수확하려고 조심스레 접근하지만 문제는 그 보물에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조심히 땄는데도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가느다란 가시가 박혀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채 나를 따끔따끔 괴롭힌다. 손가락이 쑤시니 몸과 마음마저 불편하다. 우리 몸에 여러 기관이 있지만 한 부분이라도 불편하면 몸 전체가 힘들다.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각 기관이 원활히 기능할 때 건강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몸 조직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인체를 건축함과 같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협력하여 각자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마치 몸 속은 수많은 행성의 움직임으로 만나는 우주와 같다. 오늘도 그 한 점이 제자리를 지키며 행성 궤도를 돌아갈 때 펼쳐지는 우주를 본다. 성경 사사기에 나무의 비유 이야기가 있다. 나무들이 자기를 다스릴 왕을 뽑고자 하여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추대하려 했다. 올리브 나무는 ‘내 기름은 사람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오.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나무를 다스리는 일을 어찌하겠소? 남을 통치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요’라고 말했다. 무화과나무는 ‘나는 달고도 맛있는 과일을 맺는 일을 하는데,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일에 만족하므로 계속하고 싶소’라고 했다. 포도나무는 ‘내 포도주는 사람과 하나님을 기쁘게 하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 나는 이 일이 좋소’라고 했다. 모두 추대를 거절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고수하고자 했다. 명예나 권력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지키려 하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의 태도에 나는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본분이란 저마다 가지는 본래의 역할이나 의무를 말한다. 나무의 비유를 통해 내 자리를 둘러본다. 난 어떤 모습으로 본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가 중요함을 느끼며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앉은 자리가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거웠던 고국을 바라보며 국민 하나하나가 작은 대통령임을 안다. 작은 손가락은 몸을 움직이고, 점 하나는 우주를 운행한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손가락 가시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올리브 나무 아름드리 나무
2022.03.15. 17:17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 되어 아름드리 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는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색이다. 꽃이 핀 후에는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강렬한 핏빛을 띠며 다른 꽃이나 나무처럼 자주 맺히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반가움에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백년초다. 더구나 이것은 익은 다음에 진가를 발하는데 우리 몸에 100가지로 좋다는 학설이 있다. 열매는 모양도 예쁜데 효능까지 좋다고 한다.니 나는 횡재한 듯하다.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인터넷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며 궁리했다. 해마다 보석을 캐듯 열매를 딴다. 손바닥처럼 두툼한 초록 잎 사이에 열린 자색 열매는 보기에도 탐스럽다. 수확하려고 조심스레 접근하지만 문제는 그 보물에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조심히 땄는데도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가느다란 가시가 박혀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채 나를 따끔따끔 괴롭힌다. 손가락이 쑤시니 몸과 마음마저 불편하다. 우리 몸에 여러 기관이 있지만 한 부분이라도 불편하면 몸 전체가 힘들다.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각 기관이 원활히 기능할 때 건강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몸 조직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인체를 건축함과 같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협력하여 각자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마치 몸 속은 수많은 행성의 움직임으로 만나는 우주와 같다. 오늘도 그 한 점이 제자리를 지키며 행성 궤도를 돌아갈 때 펼쳐지는 우주를 본다. 성경 사사기에 나무의 비유 이야기가 있다. 나무들이 자기를 다스릴 왕을 뽑고자 하여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추대하려 했다. 올리브 나무는 ‘내 기름은 사람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오.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나무를 다스리는 일을 어찌하겠소? 남을 통치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요’라고 말했다. 무화과나무는 ‘나는 달고도 맛있는 과일을 맺는 일을 하는데,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일에 만족하므로 계속하고 싶소’라고 했다. 포도나무는 ‘내 포도주는 사람과 하나님을 기쁘게 하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 나는 이 일이 좋소’라고 했다. 모두 추대를 거절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고수하고자 했다. 명예나 권력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지키려 하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의 태도에 나는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본분이란 저마다 가지는 본래의 역할이나 의무를 말한다. 나무의 비유를 통해 내 자리를 둘러본다. 난 어떤 모습으로 본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가 중요함을 느끼며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앉은 자리가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거웠던 고국을 바라보며 국민 하나하나가 작은 대통령임을 안다. 작은 손가락은 몸을 움직이고, 점 하나는 우주를 운행한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손가락 가시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올리브 나무 아름드리 나무
2022.03.11. 18:56
얼마 전에 읽은 글에는 한국의 젊은 여자들의 63%는 자기가 미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젊은 여인들은 아름답습니다. 50년대에 태어난 세대보다도 키가 10cm는 크고 충분한 영양을 취하며 자라나서 한마디로 늘씬합니다. 지금 한국군의 평균 키가 북한의 인민군보다 10cm나 크다고 하니 역시 잘 먹으면 키도 커지는가 봅니다. 그리고 성형 공화국에 사니 웬만한 성형수술은 안 한 사람이 없고 눈의 쌍꺼풀과 코 높이기 수술은 젊은 여인들의 기초화장처럼 되었습니다. 한국의 젊은 여자들은 이쁘다는 것은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요새 젊은 여자들은 당당하다 못해 공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라에서는 법으로 여성비하, 성희롱으로 보호해주고 여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니 젊은 남자들이 남녀평등을 부르짖으며 남자들을 차별대우하지 말라고 아우성을 치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남자가 집안의 주인이었는데 요새는 여자가 집안의 주인인 집이 많습니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차가 서자마자 남자가 뛰어가서 커피를 뽑아오고 여자가 화장실에 간 동안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봅니다. 지하철에 가면 남자가 어린애를 안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여자는 거울을 쳐다보며 화장을 고치느라고 바쁜 젊은 세대들도 가끔 봅니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여성을 비하하는 전근대적 원시인으로 몰려 댓글의 뭇매를 맞을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어떤 때는 나의 상식선을 넘어서 ‘이건 너무한데’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한국의 병원에서 근무할 때 여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며 들은 이야기입니다. 여교수님이 저녁에 늦게까지 회식하느라고 안 들어가게 되어 누가 물었습니다. “그럼 저녁은?” 그러니까 “저녁은 애 아빠가 잘해요. 그리고 애들도 잘 돌아보고요.” 그러니까 어떤 친구가 “애 아빠가 고생되겠다”라고 하니까 “그럼 나 같은 여자하고 살려면 그만한 희생은 각오해야지요”라고 톡 쏘고는 다른 자리로 갔습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럼 나처럼 이쁘고 체격 좋고 의과 대학교수인 여자와 살려면 그 정도의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 아닙니까. 오래전 친구 아내가 웃으면서 한국에는 미지공 병이 유행하여 여자들의 허파가 잔뜩 불어있다고 하길래 무슨 말 인가했더니 ‘미친 X 지가 공주인가’라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주 같은 나와 같이 살려면 이만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는 노총각들이 많은데 노총각은 이런 공주 같은 여자를 모시고 살 수가 없어서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고 여자들은 이런 골든걸에 맞는 남자들이 없어서 결혼이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결혼하면 공주처럼 왕비처럼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63%가 미인인 나라에서 평범한 여자를 찾기가 힘들 것 아닙니까.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야 장미를 꺾으려면 가시에 찔릴 각오를 하고 장미를 꺾어야지”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러니 이쁜 장미를 꺾으려면 가시에 찔려도 군소리를 말아야 하고 가시에 찔리기가 싫으면 가시가 없는 민들레나 호박꽃을 꺾으면 될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내가 젊었다면 아마 결혼을 하지도 못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마당에 나가서 “아저씨. 다시 세상에 태어나면 지금의 부인과 같이 사시겠어요”하고 물으면 두말없이 “네”라고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장미 가시 가면 남자 여성비하 성희롱 오래전 친구
2022.02.24.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