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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손을 모아

소원을 빌고 하늘을 보네 / 잔비가 내리더니 여름은 물러가고 / 낙서투성이 일기장 같은 계절이 오네 / 어디쯤인가 돌아서고 또 멈추어야 할 / 시작이 없으면 과정도 결과도 무의미하다는 / 사람을 지키는 일은 손의 일이기도 하여 / 두 손 모아 오라 반가운 손짓을 보내네 / 두 발로 걸을 때까지 // 강물의 흐름 위에 오늘을 보내고 있지 / 당신의 무릎을 찾아다니다 지치고 / 마지막 불빛 꺼지고 돌아갈 길 찾지 못할 때 / 길의 끝에서 사랑은 더 깊어 진다는 걸 / 어둠이 지고서야 알게 되었네 // 어느 날 몸의 기능이 멈추고 / 모두가 흙으로 돌아갈 어디쯤에서 / 파도가 뱉어낸 모래톱을 걸으며 알게 되었네 / 두 손을 모아 애타게 호수를 부르는 이유를 / 모든 원인과 이유가 한 곳으로 모아질 때 / 알게 되었네. 당신이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음을     이른 아침 얇은 패딩을 걸치고 뒤란에 나왔다. 바람이 차다. 한 무리의 꽃이 지면 또 다른 무리의 꽃이 핀다. 꽃들은 바쁘다. 지난 한 달 동안 일 년만큼의 일들이 있었다. 시 창작 아카데미를 준비하며 많은 분을 만났고, 지향 이창봉 신호철 시인의 삼인 삼색 시집 〈선물〉의 시작과 북 콘서트가 있었던 날까지 노트 한 권을 채울 만큼 긴 시간이 흘렀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혹 열고 싶어도 열리지 않는 것이 마음의 문이다. 창작이란 개별적 고통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쉽게 서로의 글을 마주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래서 만남은 조심스럽고도 가슴 뛰는 일이 아닌가 싶다. 오랜 삶 속에서 마주친 적 없는 분들이었기에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스며드는 환희에 우리는 활짝 웃었다.   뒤란의 꽃들을 살피다가 저들의 이름 한자에 꽃 한 송이를 떠올려 본다. 꽃들의 모양도, 색깔도 다르듯이 시 한 편마다의 느낌과 감동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양지를 좋아하는 꽃들도 있지만 양지와 음지가 적당히 교차하는 곳을 선호하는 꽃들도 있다. 꽃의 향기도 달라 근거리에서도 꽃의 위치를 알아차릴 만큼 향이 짙기도 하지만 향이 거의 없는 꽃도 있다. 잔뜩 엎드린 앙증맞은 채송화가 있는가 하면 가을 찬 바람이 불 때쯤 산들산들 피어나는 아네모네도 있다. 심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씨가 떨어져 살아나는 다소곳한 과꽃도 있다. 겹겹의 꽃들이 백 일 동안 피어있다는 백일홍의 풍성한 모습도 아름답다. 보라색 물감을 찍어낸 듯한 붓꽃도, 노랗다 못해 빛이 나는 달맞이꽃도 있다. 장미의 화려한 자태도,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 코스모스도 있다.     달뜨면 나는 창가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세상의 모든 고요를 모아 당신 뜨락에 펼쳐 놓고 잠들고 싶다     손을 모아본다. 시를 대하는 태도는 진정과 애정이다. 꽃이 그렇고 나무가 그렇고 또한 사람이 그렇다. 뿌리의 진정으로 준비해 애착과 사랑으로 자라고 피운다.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쓰셨나요?”의 물음에 “무엇이 느껴지나요?”로 반문해 보면 어떨까. 깊은 대화는 여기로부터 시작된다. 보이는 무엇을 넘어 보이지 않는 내면을 서로에게 묻고 생각을 소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창작의 자유요 기쁨이다. 창작은 강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창작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막을 수 없는 열정이다. 자신의 표현이고 자신의 결정이어야 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창작 아카데미 가을 코스모스 애착과 사랑

2025.09.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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