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 가정들이 리빙트러스트를 만들어 두고 안심하며 살아간다. 실제로 리빙트러스트는 상속검인(Probate)을 피하고 가족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준비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 상황과 법이 계속 변한다는 점이다. 오래전에 만든 리빙트러스트가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상담 중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부모는 “우리는 이미 트러스트가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내용을 확인해보면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조항들이 발견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처음 트러스트를 만들 당시에는 자녀들이 모두 미성년자였지만, 지금은 이미 결혼하고 손주까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가정은 지정해 두었던 후임 트러스티(Successor Trustee)가 이미 고령이 되었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 또 어떤 경우는 몇 년 전에 새로 구매한 집이나 투자재산이 트러스트 안으로 제대로 이전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기도 하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서류만 만들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트러스트 안으로 자산이 제대로 이전(Funding)되어 있어야 리빙트러스트의 효과가 살아난다. 집이나 은행 계좌, 투자계좌 등이 트러스트와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으면, 가족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속 절차를 겪게 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관련 세법과 상속 관련 규정에도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면 재산세 혜택(Property Tax Benefit)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Prop 19 시행 이후 상황이 상당히 달라졌다. 과거 기준으로 만든 플랜이 지금도 그대로 최선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무능력 상태 대비 계획(Incapacity Planning)이다. 많은 분이 사망 후 상속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치매나 건강 문제로 인해 본인이 결정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더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재정 위임장(Durable Power of Attorney)이나 의료 지시서(Advance Health Care Directive)가 오래되었거나 현실과 맞지 않으면 가족들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병원이나 금융기관에서 오래된 서류를 문제 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토가 중요하다. 특히 한인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상황 변화도 중요하다. 결혼, 이혼, 재혼, 사업 실패, 채무 문제 등은 모두 상속 계획(Estate Planning)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년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가족 상황이 지금은 현실이 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리빙트러스트를 반드시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경우에선 기존 문서를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만 업데이트해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예전에 해두었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현재 상황에 맞는 계획인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상속 계획(Estate Planning)은 한 번 서류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가족과 자산, 그리고 법이 변하면 계획도 함께 점검되어야 한다. 특히 오래전에리빙트러스트를 만들어 둔 한인 가정이라면, 지금 한 번쯤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는 것이 가족들을 위한 중요한 준비가 될 수 있다. ▶문의: (213)459-6500 채재현/변호사상속법 리빙트러스트 건강 가족 상황 상황 변화 estate planning
2026.06.02. 21:55
드디어 미루었던 일을 했다. 숙제를 끝내고 나니 후련하다.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숙제는 우리 부부가 지낼 마지막 ‘집’을 사는 일이었다. 집을 사기로 마음을 먹고 어느 동네에 살지, 어떤 크기로 살지 의논하고, 직접 방문해 보니 좋았다. 즉시 계약서에 서명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기쁘기까지 했다.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노력하면 대부분 해낼 수 있는 것 또한 세상 일이다. 그러나 부모가 나에게 묻지 않고 나를 세상으로 데리고 나온 일, 세상과 하직하는 날짜를 조물주께서 나에게 의논하지 않고 정하시게 될 상황, 그런 일이 벌어진 다음, 영이 떠나버린 나의 몸을 내 자신이 처리하고 떠날 수 없다는 불가피한 사건…. 이 세 가지는 이리저리 들여다보아도 불공평하다. 모든 사람은 내 의사와 관계없이 세상에 온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한다. 간혹 피할 수 없는 불상사를 당하기도 한다. 내가 당할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건강할 때 정신이 있을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 Directive)’를 만들어 놓는 것은 강조가 필요 없을 만큼 중요하다. 예기치 않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고, 뇌출혈이나 뇌일혈로 기억상실증, 실어증이 올 수 있고, 때로는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의향서가 있으면 배우자나 자녀들뿐 아니라 의료진이 큰 부담 없이, 지체하지 않고 의향서에 명시한 대로 원하는 치료를 할 수가 있다. 만약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치자. 사고로 또는 4기 뇌암에 걸려서 불치 상태일 경우, 생존 확률이 낮아도 몇 달 동안이지만 코에 낀 고무 호수를 통해 배달되는 음식으로 연명하는 것을 원할 것인가? 답은 물론 여러 가지다. 많은 경우 가족들의 의견 또한 다르다. 100% 동의를 받아내기 어렵다. 장기이식 기부자로 등록된 것을 가족들이 모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의향서가 의료진의 치료 방침을 결정해 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단어의 선택이 조금씩 달라 사전 의향서, 사망선택 유언장, 건강관리 의향서, 항구적 대리 위임장 등으로도 불리는데 기본적으로 뜻은 같다. 변호사에게 위임해서 종이로 작성해 의료 차트와 유언장에 함께 철해 놓는 것이 상례다. 또 가족들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곳에 놓아 두는 것을 추천한다. 건강상태는 변하기 때문에 적어도 매 10년마다 아니면 변동사항이 있거나 가족 상황이 바뀔 때 새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상황의 변화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혼이나 가족 구성원이 사망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참고로 변호사에게 의뢰하지 않고 온라인 서류를 작성해서 공증 받아 보관해도 된다. 한국어로 된 서류도 온라인에 있다. 내가 마지막 누울 ‘집’을 마련하는 것에 오랜 시간을 끈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성인 37%만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해 놓았고(2000~2015년 79만6000명 대상 설문 조사), 55%가 유언장 없이 죽는다고 한다. (2016년 기준) 사망 후, 유족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장례절차이다. 장지가 준비되지 않았을 경우, 유족들은 서둘러 마땅한 장소를 찾아야 하고 목돈을 지불해야 하는 등 세부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목록이 적지 않다. 숙제로 남아 있던 내가 영원히 쉴 집, 나의 새집은 지금 살고 있는 LA에 위치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자주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가깝다. 겨우 길이 12인치에 폭 24인치의 작은 봉안당이다. 내가 쉴 집을 산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연명의료 의향서 연명의료 의향서 사전 의향서 가족 상황
2022.05.04. 19:54
드디어 미루었던 일을 했다. 숙제를 끝내고 나니 후련하다.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숙제는 우리 부부가 지낼 마지막 ‘집’을 사는 일이었다. 집을 사기로 마음을 먹고 어느 동네에 살지, 어떤 크기로 살지 의논하고, 직접 방문해 보니 좋았다. 즉시 계약서에 서명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기쁘기까지 했다.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노력하면 대부분 해낼 수 있는 것 또한 세상 일이다. 그러나 부모가 나에게 묻지 않고 나를 세상으로 데리고 나온 일, 세상과 하직하는 날짜를 조물주께서 나에게 의논하지 않고 정하시게 될 상황, 그런 일이 벌어진 다음, 영이 떠나버린 나의 몸을 내 자신이 처리하고 떠날 수 없다는 불가피한 사건…. 이 세 가지는 이리저리 들여다보아도 불공평하다. 모든 사람은 내 의사와 관계없이 세상에 온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한다. 간혹 피할 수 없는 불상사를 당하기도 한다. 내가 당할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건강할 때 정신이 있을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 Directive)’를 만들어 놓는 것은 강조가 필요 없을 만큼 중요하다. 예기치 않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고, 뇌출혈이나 뇌일혈로 기억상실증, 실어증이 올 수 있고, 때로는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의향서가 있으면 배우자나 자녀들뿐 아니라 의료진이 큰 부담 없이, 지체하지 않고 의향서에 명시한 대로 원하는 치료를 할 수가 있다. 만약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치자. 사고로 또는 4기 뇌암에 걸려서 불치 상태일 경우, 생존 확률이 낮아도 몇 달 동안이지만 코에 낀 고무 호수를 통해 배달되는 음식으로 연명하는 것을 원할 것인가? 답은 물론 여러 가지다. 많은 경우 가족들의 의견 또한 다르다. 100% 동의를 받아내기 어렵다. 장기이식 기부자로 등록된 것을 가족들이 모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의향서가 의료진의 치료 방침을 결정해 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단어의 선택이 조금씩 달라 사전 의향서, 사망선택 유언장, 건강관리 의향서, 항구적 대리 위임장 등으로도 불리는데 기본적으로 뜻은 같다. 변호사에게 위임해서 종이로 작성해 의료 차트와 유언장에 함께 철해 놓는 것이 상례다. 또 가족들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곳에 놓아 두는 것을 추천한다. 건강상태는 변하기 때문에 적어도 매 10년마다 아니면 변동사항이 있거나 가족 상황이 바뀔 때 새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상황의 변화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혼이나 가족 구성원이 사망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참고로 변호사에게 의뢰하지 않고 온라인 서류를 작성해서 공증 받아 보관해도 된다. 한국어로 된 서류도 온라인에 있다. 내가 마지막 누울 ‘집’을 마련하는 것에 오랜 시간을 끈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성인 37%만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해 놓았고(2000~2015년 79만6000명 대상 설문 조사), 55%가 유언장 없이 죽는다고 한다. (2016년 기준) 사망 후, 유족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장례절차이다. 장지가 준비되지 않았을 경우, 유족들은 서둘러 마땅한 장소를 찾아야 하고 목돈을 지불해야 하는 등 세부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목록이 적지 않다. 숙제로 남아 있던 내가 영원히 쉴 집, 나의 새집은 지금 살고 있는 LA에 위치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자주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가깝다. 겨우 길이 12인치에 폭 24인치의 작은 봉안당이다. 내가 쉴 집을 산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연명의료 의향서 연명의료 의향서 사전 의향서 가족 상황
2022.05.02.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