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그리움을 적은 가족 소식지
소식지(뉴스레터) 2호를 만들어 이메일로 보냈다. 독자들은 ‘뜬금없이 무슨 소식지?’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지난 3~4개월 나의 근황을 정리해 가족들에게 소식지라는 표제로 보내기 시작했다. 고향이 함경도인 돌아가신 아버지는 해방 후 단신 월남하여 형제라고는 자매 하나뿐인 어머니와 결혼하여 가족이라는 작은 나무를 심었다. 그 사이에서 5남매가 태어났고, 한세대를 거치며 나무는 제법 커졌다. 그중 내게서 나온 가지가 가장 크다. 4남매에 입양한 조카들까지 자녀만 6명, 손주까지 더 하면 20명이 넘는다. 가족 모임을 해도 형제자매가 모두 다 모이기는 쉽지 않다. 떨어져 사는 가족 중에는 몇 년째 만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가족보다는 교우나 가까이 사는 이웃과 교류가 잦은 것이 현실이다. 부모님 살아생전에는 부모님 생신, 아버지·어머니날, 명절 등, 한두 달에 한 번씩은 가족 모임이 있었다. 형제자매의 관계는 부모님이 구심점이다. 구심점이 사라진 집단은 결속력이 없다. 어쩌다 가족들이 모인다 해도 마주 앉아 조곤조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먹고 마시고 떠들다 헤어지고 나면 막상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 수 없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먼저 알리고 그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고자 시작한 것이 소식지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지난 7월에 1호를 만들어 형제와 자녀들에게 보내 주었다. 며칠 후, 누이동생과 딸아이, 조카딸이 각기 자신들의 소식을 전해왔다. 묻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냈을 이야기, 만나서도 하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나왔다. 글이 말과 다른 점이다. 말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기는 쉽지 않지만 글은 써서 다듬고 고쳐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정리된 사연을 전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는 미술 클래스를 듣지 않는다. 한 학기 쉬기로 했다.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시니어 센터에 간다. 그곳에서 막내의 장모를 만났다. 안사돈, 어려운 사이 아닌가. 그런데 시니어 센터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운전면허를 갱신했다. DMV서비스가 개선되어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얼마 전 부엌 천장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려 사람을 불렀더니 쥐가 들어온 흔적이 있다고 한다. 50년대 지어진 집이라 환기구 철망에 구멍이 생겼다. 구멍을 메우고 천장과 집 아래 공간에 쥐덫을 놓았다.’ ‘전동휠체어를 새로 장만했다. 이번 것은 좌석의 높낮이가 조절된다. 좌석을 올리면 서있는 사람과 눈도 맞출 수 있다.’ (소식지에 실린 내용들을 간추린 것이다.) 소식지를 보내고 이틀 후, 누이동생이 본인의 근황을 올렸다. 이번에도 나는 모르고 지내던 내용이 들어 있었다. 바라기는 손주들이 커서 내가 보낸 소식지를 읽고 그들의 소식을 전해 오기를 소망한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열린광장 그리움 소식지 가족 소식지 가족 모임 형제자매가 모두
2025.11.02.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