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가지치기 벌금 6천불, LA 행정의 민낯
“15년 전 집 앞 인도 화단에 직접 심었던 나무 두 그루를 가지치기했더니 벌금 6000달러를 내라고 하네요. 내가 규정을 위반했다지만, 매일 속이 타들어 갑니다.” LA한인타운 한 주택 소유주 림모(76)씨 하소연으로 시작된 제보는 여러 가지 함의를 담고 있었다. 사실 벌금 고지서 한 장이 ‘LA시 행정, 시니어, 홈리스, 치안, 민원 절차, 시민의식, 준법의식, 소수계 커뮤니티’ 등 LA의 현주소를 짚어 보게 할 줄은 몰랐다. LA시 공공사업국 도시산림과가 발송한 벌금 고지서는 규정을 중시했다. 림씨가 LA시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인도 화단 부지의 나무 두 그루를 가지치기한 행위는 ‘가로수 관리 및 허가 요건 조례(제62조 169항)’ 위반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주거지역 내 도로 구역이나 보도 가장자리 등에 ▶나무, 관목, 식물을 심거나 ▶제거, 파손, 절단하는 행위 시에는 시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아는 LA 시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꼭 숙지할 필요는 있다. 림씨는 15년 전 홈리스가 텐트를 치기 시작해 집 앞 인도 화단에 직접 나무를 심었고, 최근에는 주택가 범죄가 빈발해 방범 차원에서 해당 나무를 직접 가지치기했다고 주장했다. 림씨와 이웃 주민들은 수년째 관리되지 않은 가로수 문제를 지적하며, 시 당국의 일방통보를 성토했다. LA시는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1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홈리스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부족한 예산 탓에 환경미화, 가로수 관리 등 시민 편익증진 사업은 뒷전으로 밀릴 때가 많다. 시민 만족도는 떨어진다. 림씨의 가로수 가지치기 사례는 이런 LA시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시민은 LA시 행정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신뢰 하락을 이유로 직접 행동에 나설 정도다. 홈리스를 내쫓기 위한 대형 스피커 설치, 인도에 조경용 석재와 화단 설치 등의 사례가 그 결과다. 림씨의 사연이 뉴스로 알려지자 파장은 컸다. LA 시장실, 10지구 시의원실, 공공사업위원회 등은 해당 ‘민원’이 불러올 민심의 향방을 잘 아는 듯했다. 이를 눈치챈 듯 차기 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한 예비후보 측에서는 림씨의 ‘대변인’ 역할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LA시 당국은 림씨의 민원 접수 후 ‘합리적인 조율’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양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했다. 림씨의 사례에서 한인 1세대 이민자의 고지식함도 드러났다. 특정 사안에 본인의 해석만 고수하려는 성급한 일반화 자세다. 소위 주먹구구식 문제해결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림씨 역시 본인이 조례를 숙지하지 않고 행동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 행정에 불만만 갖고 ‘민원을 제기해 봤자 해결이 안 된다. 시의원이나 시장이 우리 말에 신경도 안 쓴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시 행정과 연관된 사안일수록 미리 관련 규정 등을 찾아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본적인 민원접수 절차를 밟는 자세도 꼭 필요하다. 절차대로 민원을 제기하면 문제 해결이 의외로 빠를 수 있다. LA 시민은 ▶민원전화 ‘311’ ▶지역구 시의원실 ▶시장실을 활용하면 된다. 특히 LA시정부 곳곳에서 한인 공무원이 활약하고 있다. 림씨의 민원 문제 해결도 각 부서 한인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소통 결과물이다.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을 한인사회가 지원하고 협력해야 권익신장도 빨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가지치기 벌금 la시 행정 벌금 고지서 절차 시민의식
2025.11.02.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