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한 해의 결산은 새해의 희망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모두는 자연스럽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볼 것이다. 무엇보다 이민자의 삶에 있어 끝없이 변하는 현실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가. 지나온 시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라는 풍요와 가능성의 땅이면서도, 끊임없는 경쟁과 생존의 압력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그래도 대견한 것은 수많은 갈등과 혼잡에서도 한 해를 버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받기에, 충분하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은 누구나 던져진 존재’고 했다. 특히 이민자들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한다. 주어진 조건은 내 뜻과 다를 때가 많고, 상황은 내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하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일터로 나선다. 삶에 숱한 파편들을 안고 우리는 한 해 내내 몸으로 증명하며 살아왔다. 반복되는 생존의 연속에서도 이해타산을 앞에 놓고 짐처럼 흔히 잘잘못을 나누려 한다. 니체의 말처럼, 과거는 짐이 아니라 다시 어떤 형태나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일까. 사실 올 한 해는 우리 모두에게는 직간접으로 숱한 파편들이 있었다. 특히 올해 물가는 물론 집값, 보험료의 인상이 교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불체자 단속은 생업에 충격으로 사업을 접어야만 했던 아픔, 가족 건강 문제로 인한 불안,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 사이에서의 갈등, 관세문제, AI의 기술 변화 속에서 느낀 뒤처짐의 두려움, 이것들은 우리가 어떤 존재로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의 변화이다. 한 해의 끝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이민자의 삶은 내 힘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자주 흔들린다. 그럴 때면 성경에서 시편 기자가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이시요”라고 고백한 말이 생각난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순간에도 하나님이 우리 삶을 붙들고 계셨다는 것이다. 성경의 시간관에서 보면 이 회고는 단순한 연말의 습관이 아니다. “여호와여, 나의 날이 한 뼘 같사오니” 인간의 시간은 짧고 유한하며, 그렇기에 우리는 순간순간을 통해 성찰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경은 우리를 향해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라고 말씀하신다. 2026년이 기대되는 것도 가능성의 시간, 존재의 방향을 새롭게 확립하는 순간을 찾을 수 있기에 새해의 포부가 크다.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이 열리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이데거가 인간을 “가능성으로 자신을 던지는 존재”라고 규정한 것도 결국 현실 속에서 하루를 조금 더 성실히 살아내는 일이란 것이 아니겠는가. 나와 가족을 더 잘 돌보고, 공동체를 향해 작은 연대의 손을 내밀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나만의 리듬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언론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종교단체나 사회 각종 모임을 통해 고립된 이들을 연결하고, 어려움이 생기면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체는 단순한 사적 모임이 아니라 존재를 비춰주는 거울이기에 말이다. 이민자의 삶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깊이 ‘삶의 이유’를 묻고, ‘존재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가능성’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새해의 포부 또한 이 거울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성경에서 예레미야 기자는 미래 계획에 대한 확신을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 라고 말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우리는 조용히 지난 시간과 화해하며, 다가올 시간을 향해 다시 한걸음 내딛겠노라고 결단하며 새해를 맞이하자.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결산 새해 시간 존재 지난 시간 갈등 관세문제
2025.12.21.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