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웃지 않으면 불법인 도시가 있다고?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감자는 벼, 밀, 옥수수와 함께 4대 작물에 해당한다. 또 고구마, 옥수수와 함께 대표적인 구황작물(救荒作物)로 인류를 기아(飢餓)의 공포에서 구제한 고마운 작물이기도 하다.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페루와 에콰도르 등 안데스 산맥 일대이며, 멕시코가 원산지인 옥수수와 더불어 신대륙 작물로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대항해 시대에 항해용 비상 식량으로 사용되었고, 16세기 중후반에 스페인 탐험가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처음 만나게 되는 식품은 호기심도 생기지만 두려움과 거부감을 만들기도 한다. 감자도 예외는 아닌데, 당시 유럽은 종교적 해석에 근거해 씨가 있어야 식물로 인정을 했는데, 감자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지만, 씨를 뿌려 재배하는 것이 아닌 시체를 잘라 파묻듯이 하는 재배 방법이 기괴하여 ‘악마의 작물’이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유럽 사람들은 감자를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 부정한 작물이며 신이 허락하지 않은 작물로 생각했다. 또한 솔라닌 성분이 있는 싹이 난 감자를 먹고 복통과 부작용을 겪으며 감자에 대한 오해는 더욱 단단해졌다. 게다가 감자를 잘랐을 때 변하는 표면 색깔을 음란하다고 여겨 최음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감자를 주식으로 하면서 영양 상태가 좋아진 아일랜드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그 소문은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심지어 감자를 먹으면 한센병에 걸린다는 소문까지 돌아 감자는 혐오 식품이 되어 돼지 사료나 관상용 작물로만 사용하였다. 그러나 지력(地力)을 소모하지 않고, 재배도 쉽고, 영양가도 훌륭하여 흉년과 기근에 구황작물로 이용할 수 있어, 상류층이 서민들에게 감자를 보급하였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는 혐오 식품이었던 감자를 보급하려고, 낮에는 일부러 엄중하게 감자 밭을 감시하게 하고, 저녁에는 감시병들을 철수시켜 감자를 훔쳐가도록 유도하였다. 또 감자가 왕이 먹는 음식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2세 별명이 ‘감자 대왕’이다.    영국은 감자를 사료로만 사용하였기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서 징세와 판매 대상이 아닌 감자를 대량으로 재배하였다. 감자 덕분에 아일랜드 인구는 4배 가까이 급증하게 된다. 그러나 1845년 감자 역병으로 대기근이 발생해 100만 명 정도가 아사(餓死)했고, 약 150만 명이 미국과 캐나다로 살기 위해서 떠나게 되었다.    참고로 지금 아일랜드계 미국인 수가 약 3860만 명(2020년 통계) 이다. 이 때 아일랜드인을 통해 미국에도 감자가 보급되면서 ‘감자튀김(French Fries)’이라는 미국인의 소울 푸드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는 1인당 연간 62㎏정도를 소비하며, 생산량은 연간 약 2천만톤으로 세계 5위 정도이다.    아이다호(IDAHO) 주는 미국 감자 생산량의 1/3을 차지하는 주요 생산지로, ‘감자=아이다호’라는 수식을 갖고 있다. 대략 12,000 명이 사는 아이다호 주 블랙풋(Blackfoot)에는 감자의 오랜 역사와 다양한 감자들을 만날 수 있는 감자 박물관(Idaho Potato Museum )이 있다.    감자가 주산업인 이 도시는 감자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부각하고 감자로 관광객들을 끌어오기 위해, 철도역을 개조하여 감자 박물관을 만들었다. 매년 45,000 명 정도가 방문한다는 이곳에는 P&G의 프링글스에서 기증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감자칩이 전시되어 있고, 감자의 역사관도 있으며, 1600년 정도 된 페루산 감자 저장 용기도 있다. 또한 감자 명예의 전당도 있어, 우리에게 고마운 감자를 위해 잠시 들려볼 만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명한 말이 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웃음은 나 자신도 행복하게 만들지만 내 주변도 행복하게 만드는 묘약(妙藥)이다. 그런데 웃지 않으면 불법인 도시가 있다. 인구 56,320(2020년 통계)명이 살고 있는 아이다호 주 포카텔로(Pocatello)라는 도시는 웃지 않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조례가 있었다.    1948년 13주 연속 눈보라, 강풍, 영하의 기온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던 포카텔로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당시 시장이었던 조지 필립스는 시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찡그린 표정이나 침울한 표정, 위협적인 표정 등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 법에 의하면 표정이 좋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으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지정된 장소(Smileage Station)에 가서 범죄(?)에 상응하는 웃음을 지어야 한다. 이 조례는 단 일주일만 시행됐지만 폐지되지 않아서 지금은 집행할 수는 없고 법률에만 남아 있다.    이 이야기는 1987년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포카텔로는 스마일의 수도(The U.S Smile Capital)로 지정되었다. 포카텔로는 미소의 날을 연례 행사로 제정하고, ‘미소 경연 대회’, ‘웃지 않는 사람 체포 행사’ 등을 만들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    웃음 하나로만은 이 도시를 방문하기가 저어된다면, 깨끗함을 강조하는 청소박물관(Museum of Clean)도 같이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진공 청소기를 전시하는 이곳은 청결을 최우선의 가치라는 모토로 다양한 화장실 변기를 전시하고, 생활 용품의 역사도 볼 수 있으며 청소 관련 서적과 영상들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청소 오케스트라도 있으니 시간 내어 들려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포카텔로 시 홈페이지에는 “Join the fun and help us celebrate the universal language of a smile! Keep Smiling!” 라는 문구가 있다. 웃음 많고 깨끗한 도시 포카텔로는 그냥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쉬운 곳일 것이다.    블랙풋과 포카텔로 두 도시 모두 솔트레이크에서 15번 북쪽을 타고 옐로스톤으로 이동하면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푸른투어는 매주 금요일 옐로스톤 투어가 있으니, 푸른투어에 문의해 보기를 바란다. (213-739-2222)미국 불법 감자도 예외 감자 역병 감자 덕분

2025.09.15. 15:28

썸네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