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거리를 산책 중에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LA를 처음 방문한 듯한 관광객이 안내인에게 물었다. “LA는 날씨가 좋다고 하던데 하늘이 왜 이렇게 칙칙하고 우중충해요? 기후 변화가 LA도 망치고 있나 보네요.” 오지랖 넓게 두 사람의 대화에 슬쩍 끼어들었다. “이 현상은 기후변화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전형적인 요즘 날씨예요.” LA의 5월과 6월은 원래 흐리고 칙칙한 날씨가 잦다. 캘리포니아의 자연적인 기후 현상 때문이다. 이런 기후가 매년 나타나다 보니 별칭까지 있다. ‘메이 그레이(May Grey)’와 ‘준 글룸(June Gloom)’으로 불린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구름 가득한 할리우드 거리가 빛바랜 사진속 풍경처럼 다가온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할리우드 거리 할리우드 거리 기후 현상 기후 변화
2022.06.17. 19:11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고’ 하늘의 별이 된 무함마드 알리. 어제(3일)는 알리가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된 날이었다.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Walk of Star)’에는 알리의 별판이 있다. 그의 별판은 다른 스타들과는 달리 보도가 아닌 거리 옆 벽에 새겨졌다. 현재 2700명이 넘는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만 벽에 이름을 남긴 경우는 그가 유일하다. 세계 최고이고 가장 위대하다는 뜻의 ‘더 그레이티스트(the Greatest)’란 수식어를 스스로 붙일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했던 알리는 자신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름을 밟고 다니는 걸 원하지 않았다. 코닥 극장 입구 왼쪽 벽에 설치된 무함마드 알리의 별판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무함마드 알리 무함마드 알리 코닥 극장
2022.06.03. 18:44
아침 출근길, 달팽이 한 마리를 만났다. 촉각을 세운 달팽이는 흔적을 남기며 건물 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달팽이는 벽을 기어오르더니 움푹 팬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튿날 아침 같은 시간, 그 달팽이는 벽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팽이를 슬쩍 건드렸다. 달팽이는 바닥으로 뚝 하며 떨어졌다. 습기가 없으면 달팽이는 살 수 없다. 말라 죽은 달팽이를 습기가 있는 나무 밑에 묻어줬다. 달팽이가 죽으려고 벽을 기어올랐는지 살려고 기어올랐는지 알 수는 없다. 꿈속에서 달팽이를 만나면 기다리던 일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말라 죽은 달팽이를 꿈속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출근길 달팽이 아침 출근길
2022.05.20. 19:15
봄꽃의 향연이 한창입니다. 해가 바뀌면 분홍색의 트럼펫꽃(사진.왼쪽)을 시작으로 노란색의 겨자꽃(중간), 보라색의 자카란다 순으로 남가주 일대를 물들입니다. 트럼펫꽃은 천사의 나팔이라고 합니다. 꽃말은 ‘덧없는 사랑’입니다. 얼핏 보면 유채꽃처럼 생긴 겨자꽃의 꽃말은 ‘무관심’입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파랗게도 보라색으로도 보이는 자카란다의 꽃말은 ‘화사한 행복’입니다. 자카란다는 6월 중순쯤 꽃을 떨굽니다. 더 늦기 전에 만개한 꽃들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지요. ‘화사한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남가주 일대
2022.05.06. 19:13
흑인 밀집 지역인 사우스센트럴의 한 리커스토어 외벽에 경고문이 붙어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내용이다. ‘배회하지 마라(No Loitering), 거리에서 술 마시지 마라(No Drinking), 총기를 갖고 다니지 마라(No Weapons), 마약 하지 마라(No Drugs).’ 짧은 문구로 금지를 요구하지만 위반에 따른 형량의 무게는 크다. 왜 흑인 지역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을까. 경고문을 보면 흑인들은 모두 그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한다. 선입견은 보고 듣는 가운데 자라난다. 선입견은 편견을 공고히 한다. 잘못된 편견은 분열을 조장하고 결국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LA폭동 30주년이다. 어두운 역사를 반추하는 각종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폭동의 교훈이 타인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편견 갈등 흑인 지역 no drinking no weapons
2022.04.22. 18:46
‘당신이 편하게 느끼는 화장실을 골라서 사용해도 됩니다.’ 사진은 LA다운타운 현대미술관 ‘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의 화장실 입구에 서 있는 안내 표시판입니다. 그런데 남녀 표시 말고도 익숙하지 않은 표시가 오른쪽에 끝에 있습니다. 그 옆의 안내문을 통해 표시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성 중립화장실’ 또는 ‘혼성 회장실’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별 표현, 성징 등을 불문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말합니다. 마침 화장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있길래 여자 화장실을 써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은 멋쩍게 웃으며 사용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화장실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화장실 화장실 입구 여자 화장실 정체성 성별
2022.04.08. 19:41
LA다운타운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중고책방이 있다. 책방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제법 크다. ‘더 라스트 북 스토어(The Last Book Store)’. 2005년 은행이었던 자리에 문을 열었다. 오프라인 서점보다 인터넷을 더 찾게 되면서 서점의 형태가 크게 변하고 그나마 숫자도 줄고 있다. 어쩌면 이름 그대로 마지막 서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찾다 보면 보물을 건질 수도 있다. 책갈피에 그대로 남겨진 편지, 저자의 사인이 담긴 표지 등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그런 책을 만나면 보물을 얻은 기분이 든다. 이번 주말 내내 무덥다. 냉방도 좋다. 더위를 피해 보물찾기에 나서 보면 어떨지. 주소는 453 S. Spring St.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8시에 닫는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보물 책방 오프라인 서점 마지막 서점 편지 저자
2022.03.25. 18:56
2020년 초 코로나바이러스 광풍이 시작됐습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감염여부를 검사하고 백신을 맞았습니다. 거리에서 사람들도 사라졌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백신 의무화를 놓고는 서로 갈등을 빚기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었습니다. 코로나도 점차 기세를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의 일상이 이제는 아련할 뿐입니다. ‘정상으로의 복귀(Back to normal)’를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런데 그 ‘정상’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는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 쇼핑몰에 마스크를 쓴 마네킹이 유리관 속에 전시돼 있습니다. 마치 박제된 마스크처럼 보입니다. 코로나도 언젠가는 박제돼 유리창 속에 남기를 기대합니다. 글·사진=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박제 마스크 코로나바이러스 광풍 마스크 착용 코로나 사태
2022.03.11. 19:02
빗방울이 하나씩 뚝뚝 처마 밑으로 떨어진다. 습관적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런데 빗방울만으로는 뭔가 아쉽다. 순간 빗속을 뚫고 새 한 마리가 프레임에 걸렸다. 딱 한 장이다. 그야말로 한순간이다. 그렇게 사진 한 장이 완성됐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진 용어가 있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에 대해 “카메라 렌즈가 맺는 이미지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러나 그것이 시간을 초월한 형태와 표정과 내용의 조화로움에 도달하는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우연히 만난 완전한 절정의 순간을 잡아내는 것. 그것이 사진이 지닌 예술성의 핵심이다”라고 정의한다. 결정적 순간은 순전히 우연으로 발생한다. 그런데 우연도 기다리면 필연 같이 찾아온다. 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우연도 필연 휴대폰 카메라 카메라 렌즈 사진작가 앙리
2022.02.18. 19:09
1세 부모와 1.5, 2세들 간에 나누는 대화는 많이 어색하다. 대개 서로가 대충 알아듣는다. 부모는 서투른 영어를, 아이들은 불편한 한국어를 섞어 소통한다. LA한인타운 올림픽가에 한국어로 된 빌보드가 세워져 있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떠나세요.' '자기소개 다시 좀 하겠습니다.' 앞 문장의 경우 의미 중복이 있지만 문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더구나 문구가 전하는 의미를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어딘지 어색하고 껄끄럽다. 빌보드를 세운 업체들이 구글 번역기를 돌렸거나, 젊은 한인 1.5세나 2세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것 같다. 한글이 익숙한 한인 1세를 겨냥한 광고라면 번역을 1세한테 맡겼으면 좋았을 텐데. 부자연스러운 번역을 읽다 보면 마치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광고의 문구가 우리 2세들의 말투와 많이 닮았다. 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광고판 자녀 광고판 문구 la한인타운 올림픽가 구글 번역기
2022.01.28. 18:59
지난 12월 LA한인타운의 한 잡화점이 새 주인을 맞았다. 가게의 번창을 기원하며 마리아치 공연이 펼쳐졌고 이웃들은 즉석 타코도 먹고 멕시칸 전통 음료인 오차타를 마시며 개업을 축하했다. 삶은 돼지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성모 마리아 상이 있을 뿐 고사를 지내던 우리네 모습과 흡사하다. LA한인타운의 일상적 모습이다. 다른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나가다 이런 장면을 보게 된다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흥겨운 마리아치의 반주에 춤도 같이 추어보고 타코와 오차타를 나눠 먹으며 축하도 하면 어떨지…. 김상진 부국장거울과 창 한인타운 타인종 한인타운 타인종 성모 마리아 멕시칸 전통
2022.01.14. 18:59
━ 열리지 않는 문 문이 잠겼다. 안에서 내가 문을 잠갔는지 밖에서 누가 문을 잠갔는지 문이 잠겼다. 누가 열려고 하는 문을 내가 꼭 붙잡고 못 열게 하는지 내가 열려고 하는 문을 누가 꼭 붙잡고 못 열게 하는지 문이 안 열린다. 팬데믹 2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내년에는 열리기를 소망한다. 김상진 부장거울과 창
2021.12.17. 19:04
익숙해짐이 무섭다. 익숙함은 기대와 소망과 설렘을 밀어낸다. 익숙함으로 인해 일상에서 느껴지는 모든 소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와 소중함을 놓쳐버리는 때가 많다.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익숙함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은 샌타모니카 비치에서 만난 커다란 비눗방울이다. 수억 번 만들어도 도저히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 비눗방울의 숙명이며 매력이다. 한순간 허공에 머물다 사라진다고 해도 작은 것들도 의미를 갖는다. 익숙한 것들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김상진 부장거울과 창 샌타모니카 비치 한순간 허공
2021.12.03. 19:08
남성과 여성, 진보와 보수, 경상도와 전라도, 공화당과 민주당,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부자와 가난한 자, 흡연자와 비흡연자,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 흑인과 백인과 아시안,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세상의 모든 것들은 구분되고 경계지어진다. 이제는 여기에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라는 새로운 구분도 생겼다. 어떤 사람들은 백신의 효과를 믿고 접종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전성을 불신해 접종을 거부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만든 또 하나의 골 깊은 경계이다. 사진은 LA공항 입국장에 방역복, 마스크, 페이스 실드로 중무장하고 도착한 여행객들이다. 반면 많은 인파가 운집하는 실내모임에서도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은 사람들 사이에 경계의 벽을 높게 높게 쌓아가고 있다. 김상진 부장거울과 창 경계 백신 접종자 비흡연자 고학력자 방역복 마스크
2021.11.12. 18:33
LA다운타운 리틀도쿄를 걷다가 한 쇼윈도 매장에 걸린 일본 가부키 배우의 사진과 마주했다. 자세히 보니 배우의 선글라스 안에 다른 모습이 투영돼 있다. 왼쪽에는 연두색 복스왜건 비틀, 오른쪽에는 할리우드 사인, 얼굴 가운데는 닷지의 스포츠세단이 있다. 가부키 배우의 사진에 비친 여러 모습들은 각각인 것 같으면서도 함께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낸다. 사진도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세상 모든 것에는 항상 다른 모습들이 담겨 있다. 김상진 부장
2021.10.08. 19:00
끝이 안 보입니다. 아예 뉴스를 안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뉴스로 전해지는 세상과 실제 삶의 괴리가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변가 피어에 가면 자칫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낚시꾼들이 잡아 올린 물고기, 마스크 속 어린이의 미소, 하늘을 수놓은 커다란 비눗방울…. 낙조도 좋습니다.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바닷속에 잠기는 해를 만나게 됩니다. 이번 주말 바닷가를 찾는 것은 어떨까요. 코로나 속에서도 작은 행복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사진은 모두 샌타모니카 피어에서 아이폰으로 찍었습니다. 김상진 부장
2021.09.10. 19:00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의 한 명인 빈센트 반 고흐의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특별’ 전시라 방식이 색다르다. 작품을 전시장의 벽과 바닥 등에 영사해 관객이 마치 그림 속에 들어가는 듯한 환상 속에서 감상하는 미디어 아트 전시다.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침실’ 등이 잘 선곡된 음악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전시관은 이전 아메바 뮤직이 사용하던 건물(6400 Sunset Blvd, LA)이고 자세한 안내와 티켓 예매는 웹사이트(www.vangoghl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작품은 아니지만 그림에 빛과 음악이 어우러져 화사한 감동을 준다. 사진은 벽과 바닥에 투영된 반 고흐의 작품. 김상진 기자
2021.08.27. 19:00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LA의 저녁과 밤은 시원합니다. 그래서 저녁 식사를 끝내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헐렁한 반바지에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동네 외출을 합니다. 이곳저곳을 걷다보면 해가 져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빛과 색깔입니다. 낮에는 큰 빛 햇빛에 가려 숨어 있던 또 다른 빛과 색이 해가 숨어버리면 나타납니다. 산책도 하고 그것들을 만나 보면 어떨까요.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보기도 하고요. 사진은 한인타운의 밤 풍경입니다. 모두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김상진 기자
2021.08.13. 19:00
1년 7개월을 넘기고 있다. 눈만 뜨면 접하는 뉴스는 아직도 코로나 소식뿐이다.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지친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생의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를 오늘이 감사하다. 사진은 팬데믹으로 연기되고 취소된 컬러 페스티벌(Color Festival)의 지난 행사 모습이다. 컬러 페스티벌은 인도의 전통 축제 ‘홀리(Holi)’ 축제를 재연한 것이다. 축제에 참가한 수많은 인파는 각자가 준비한 형형색색의 가루를 하늘에 날리고 서로에게도 뿌린다. 홀리 축제는 선이 악을 이기고 겨울이 끝나고 봄이 돌아오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코로나를 이기고 이전의 세상이 찾아와 다시 색의 바다에 빠져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상진 기자
2021.07.30. 19:00
안드로진, 뉴트로이스, 에이젠더, 젠더리스, 바이젠더, 트라이젠더, 팬젠더, 젠더 플루이드. 소위 ‘젠더퀴어’의 8가지 분류다.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에서 더 세분화된 개념이다. 단어의 정의가 각각 다르다. 의미도 이해하기 어렵다. ‘에이젠더’의 정의는 ‘어떠한 성별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성별이다. 스스로 ‘무성’이라고 정의하며 생물학적 성별로 인식되고 규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제3의 성정체성을 가진 뉴트로이스와도 신체적 성별과 정신적 성별이 다른 트랜스젠더와도 구별된다. 몇 주 전 한인타운의 한 스파에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스파 내 여탕과 화장실을 성기를 노출한 채 출입하면서 큰 논란이 됐다. 미국에서 남성의 여성 화장실 출입은 법률적으로는 합법이다. 이제 누구든 마음이 가는 대로 젠더를 결정하고 이성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다. 사진은 LA다운타운 한 호텔 화장실 입구의 성별 표시다. ‘모든 성별(All Gender)’의 화장실이다. 이제 더 이상 남자와 여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김상진 기자
2021.07.16.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