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누군가 그리움의 신호를 보낸다
돌팔매질이 적중하면 이길 승산이 높아진다. 과녁에 맞지 않아도 한 번 날아간 화살은 어딘가 안착한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 태어난 큐피트는 사랑의 화살을 마구 쏘는 습관이 있었다. 사랑과 전쟁은 이미 신의 세계에서 시작됐다. 사랑이 없으면 인생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달짝지근한 팥소의 맛은 중독성이 강하다.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그 피를 바다에 던진 거품에서 올라온 여인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서양미술사의 주목받는 걸작이다. 벌거벗은 채 커다란 조개껍데기에 서있는 여인의 모습은 성모 마리아에 익숙했던 미학적 인식을 뒤집는다. 사랑은 빈 캔버스에 마구잡이로 그리는 배합이 맞지 않는 아이들의 장난이다. 피카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게르니카(Guernica, 1937,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소장)’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작품으로 꼽힌다. 1937년 스페인내전 중 독일군 폭격기들의 공습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무고한 게르니카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도시는 폐허가 된다. 이 소식에 분개한 피카소는 가로 7.8m, 세로 3.5m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의 대작을 불과 6주 만에 완성했다. 절규하는 여자들과 산산이 부서진 조각상처럼 토막 난 군인들의 시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탄하는 듯한 황소와 혀에 송곳이 꽂힌 채 비명을 지르는 말, 모든 참상을 바라보는 목격자의 눈처럼, 불이 켜진 전구가 작품 위쪽에 그려져 있다. 게르니카를 그리기 1년 전, 중년의 피카소는 스물아홉살 도라 마르와 사랑에 빠진다. 당시 피카소는 마리 테레즈와 동거 중이였다. 꿈꾸는 듯 행복하게 잠들어 있는, 풍만한 마리 테레즈에게 피카소는 욕정을 퍼붓는 투우장의 황소처럼 자신을 그려 넣었다. 개인적인 욕망을 표현하기에는 마리 테레즈가 완벽한 뮤즈였지만 ‘게르니카’ 작업을 할 동안 검은 머리에 자의식이 강한 도라의 반항적인 에너지가 필요했다. 피카소는 도라를 ‘게르니카’ 오른쪽에 절규하는 여인의 이미지로 그려 넣는다. 사랑의 고통이 전쟁만큼 잔혹하다는 건 겪어본 사람만 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도라는 결국 전쟁에서 패한 것처럼 피폐해졌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다. 도라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다가 피카소가 죽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도니체티 대표작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의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은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명곡이다. 어리숙한 총각 네모리노가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쓰던 중 사기꾼에게 속아 사랑의 묘약을 사서 마신다. 약은 전설 속 사랑의 묘약이 아니라 사실은 싸구려 포도주다.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골인해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영어 ‘큐피드의 화살(Cupid’s dart flower)’의 꽃말은 사랑과 열정이다. 꽃봉우리가 화살촉처럼 흡사하게 꽃대가 길게 올라와 ‘화살꽃’이라 부른다. 베스비오 화산이 폼페이를 용암으로 휩쓸기 전까지 연인들은 껴안고 사랑을 속삭였다. 순간은 가끔 영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사라진다. 큐피트가 장난삼아 마구잡이로 쏜 화살은 지구의 동쪽 혹은 서쪽 어디쯤 둥지를 튼다. 바위에 부딪혀 사라지고 물거품으로 모래사장에 작은 흔적을 남긴다. 파도가 새벽을 껴안기 전, 해변의 발자국을 보라. 사랑과 기침은 감추기가 힘들다. 누구인가 지금, 당신에게 그리움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 그리움 마르와 사랑 게르니카 시민들 시체 하늘
2026.04.28.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