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수족냉증, 담백한 음식이 약
주현미 씨의 노래처럼,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가을과 겨울 사이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시기를 세 절기로 나누는데, 찬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 겨울이 시작됨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있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이 시기에는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 환자분들의 걱정이 더욱 많아집니다. 손발이 차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말초혈관까지 혈액이 충분히 흐르지 않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려면 먼저 심장이 펌프질을 잘하고, 혈관이 막히지 않으며, 혈액이 충분히 순환해야 합니다. 수족냉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한의학에서 말하는 양기(陽氣) 부족입니다. 몸의 위쪽은 심장이, 아래쪽은 신장이 담당하는데, 어느 하나라도 기능이 떨어지면 특히 심장과 가장 먼 손발이 차가워집니다. 둘째, 음혈(陰血) 부족입니다. 신장을 보일러 화력으로 보면, 아무리 불을 세게 때도 방바닥에 물이 없으면 따뜻해지지 않듯, 음혈이 부족하면 손발이 차가워집니다. 셋째, 소화기능 저하입니다. 비위(脾胃)가 약하면 음식물을 에너지로 바꾸어 온몸에 공급하는 운화작용(運化作用)이 떨어지고, 손발까지 혈액이 충분히 돌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중완혈(中脘)과 사관혈(四關)을 활용합니다. 보통 한의원에서 ‘사관을 튼다’는 말이 이 말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세 가지 원인보다 자세로 인한 소화장애가 훨씬 많습니다. 스마트폰 사용과 잘못된 자세로 척추에 부담이 생기면, 흔히 ‘등발이 체했다’고 하는 상태가 나타납니다. 공원이나 약수터에서 나무나 기둥에 등을 기대어 툭툭치는 행동은 척추에서 비위와 소화기계로 가는 신경이 불편해, 본인 스스로 자가치료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척수신경입니다. 척수신경은 뇌와 척수로 이루어진 중추신경계와 전신으로 뻗어나가는 말초신경계로 나뉘며, 뇌에서 나와 척추를 따라 꼬리뼈까지 길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 척수신경은 단순히 감각과 운동뿐 아니라 내장기관 기능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뿐 아니라, 만성 내장기관 문제도 척수신경의 문제를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흉추 6~8번(T6~T8) 신경은 소화기계와 밀접합니다. 특히 해부학적인 T7은 위장, 십이지장, 췌장과 연결되어 위산과다, 속쓰림, 복부팽만, 명치통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치입니다. 그래서 흉추 7번(T7) 부위에 위치한 독맥 지양혈(至陽, DU9)은 소화기계, 간담 기능, 상복부 울체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혈자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아픈 부위, 즉 소화오방(五方)혈을 더하여 침·뜸 치료를 하면, 혈류와 신경 긴장을 회복하여 수족냉증과 소화불편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침뜸치료는 한의학적인 진단 보다는 때로는 해부학적인 접근을 통해 치료효과를 높히기도 합니다. 결국, 수족냉증은 단순히 체온 문제가 아니라 척수신경, 혈액순환, 소화의 균형 문제입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 찬바람이 불어도, 척추와 소화기, 혈액순환을 함께 살펴주신다면 몸은 스스로 따뜻함을 되찾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불편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 오미담박(五味淡薄)을 말하는데 다섯 가지 맛(신·쓴·단·매운·짠맛)이 강하지 않고, 담백하고 순한 음식을 권합니다. 오미담박(五味淡薄)은 단순한 ‘담백식’이 아니라 몸의 내장 기능을 보호하고 척수신경, 혈액순환, 소화의 균형을 유지하는 전통적 원리입니다. 가을과 겨울, 찬바람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이러한 식습관이 수족냉증 예방과 소화기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인스턴트 음식 등 짠맛·단맛·자극적인 맛이 강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현대인들, 가을과 겨울 수족냉증을 걱정하는 분들은 다시금 새겨야 하는 경구(警句)입니다. 강병선 / 한의학 박사·강병선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수족냉증 음식 척수신경 혈액순환 겨울 수족냉증 수족냉증 환자분들
2025.11.17.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