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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진화하는 K팝, 경계는 어디까지?

K팝은 이제 글로벌 음악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한국 대중음악’이라는 태생적 정의를 벗어나면서, 그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이제 ‘어디까지를 K팝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됐다.   K팝은 한국 가수가 한국어로 노래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후 외국어 가사가 섞이고, 외국인 멤버들이 합류하며 현지 팬과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스타일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영어 곡을 부르는 외국인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도 등장했다. 이제 K팝은 특정 국가나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의 대형 음악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HYBE의 행보가 주목된다. JYP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에이투케이(A2K)’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 국적 멤버들로만 구성된 ‘비춰(VCHA)’를 데뷔시키며 K팝의 영역을 확장했다. 또 HYBE는 넷플릭스 오디션 프로그램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캣츠아이(KATS EYE)’를 탄생시켰고, 다양한 배경의 멤버들이 글로벌 차트를 점령하며 K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다국적 그룹의 등장은 K팝이 ‘한국성’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문화와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형 아이돌 모델’이 대세다. 지금 K팝이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이 모델을 바탕으로 팬과 아티스트 간의 관계 설정, 독특한 제작 시스템 마련, 현지화된 아이돌들이 그 중심에 있다.   이 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팬들이 직접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한다는 점이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HYBE의 팬 플랫폼 ‘위버스(Weverse)’다. 위버스를 통해 팬들은 아티스트의 일상 콘텐츠, 라이브 방송, 콘서트 영상을 즐기며, 아티스트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지난해 7월 기준, 위버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1000만 명을 넘었고, 팬들이 결제한 금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K팝 팬들은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의 일상과 커리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팬과 아티스트의 밀접한 관계는 다른 음악 장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K팝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한국형 아이돌 모델이 다른 지역과 장르에서도 뿌리내릴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남미 출신의 멤버들로 구성된 라틴 아이돌 그룹이 레게톤이나 라틴풍 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거나, 남아프리카의 아마피아노, 아프로비츠와 같은 장르가 결합된 새로운 아이돌 모델이 가능할까? 한국형 모델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다양한 문화와 음악적 전통을 어떻게 담아낼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JYP의 박진영과 HYBE의 방시혁이 있다. 방시혁 의장은 “K팝은 음악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정의한다. 이는 단순한 음악 스타일을 넘어 팬과 아티스트 간의 관계, 소비 행태, 제작 시스템까지 결합한 복합 문화라는 것이다. 박진영은 K팝의 정체성을 ‘소비 방식과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에서 찾으며, K팝 팬들은 방송을 보고 실시간 콘텐츠를 통해 아티스트와 관계를 이어가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제 K팝은 전 세계의 문화와 융합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K팝은 ‘한국형 아이돌’이라는 성공적인 모델을 통해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음악적, 문화적 요소와 결합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한국이라는 틀이 사라지고 K팝 자체가 글로벌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산업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K팝의 다음 단계일 것이다.   K팝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그 의미와 정체성 역시 변화 중이다. 어디까지가 K팝일지, 그 경계를 더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진화 경계 한국형 아이돌 한국형 모델 글로벌 음악산업

2024.11.1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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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에 NYPD 경계 강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뉴욕시도 도심 전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관련 시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갑작스러운 충돌과 테러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19일 NBC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시경(NYPD)은 모든 경찰에게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전원 제복을 입고 근무하라”고 통지했다.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차나 휴가 등도 사용할 수 없다. 테러 등에 대비한 사실상 비상근무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NYPD는 “현재 뉴욕시에 구체적 위협은 없지만, 예방 차원”이라며 시민들이 과도한 불안에 떨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뉴욕시 곳곳에 위치한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은 물론이고 타임스스퀘어역, 그랜드센트럴역 등 인파가 몰리는 곳에 배치된 경찰 수도 부쩍 늘었다. 출퇴근길 전철역 개찰구 앞에서 경찰들이 신원확인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저녁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이스라엘 남부에서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 역시 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주최측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납치된 이들의 얼굴을 띄웠다.  김은별 기자전쟁 경계 경계 강화 타임스스퀘어역 그랜드센트럴역 전체 경계

2023.10.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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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나와 대중의 경계에서

한국의 수도권 전철인 양재역, 신분당선과 3호선의 환승 통로에 이어지는 이 곳의 인파는 개울물 흐름 같다. 입술은 침묵하고, 기린처럼 펭귄처럼, 혹은 오리 떼처럼 양방향으로 가쁘게 순행한다. 이따금 귀따가운 조잘거림이 거슬리지만 곁가지로 제쳐지기 마련이다. 개울은 그렇게 끊임없이 흐를 것이다.     전동차에 올라서도 침묵은 계속되고, 서서도 앉아서도 각자도생, SNS에 몰입하거나, 시선의 피난처를 찾거나, 혹은 수면의 늪에 빠져 있다. 바로 옆의 승객과도 눈길 한 번 나누지 않는다.     거리에 나가서도, 상가에서도 유리벽을 친 듯이 서로 무관심하고 매정하다. 세상이 묵언고행(默言孤行)의 도가니이지 싶다.  누구나 집을 나와 떠돌더라도 보이지 않게 가정과 친지들, 동료들, 그리고 일터 같은 사회적 얼개와 제도에 연결돼 있다. 항공모함을 떠난 전투기들이 모함과 불가분의 관계인 점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흩어져 있으면 개성을 품은 시민이고, 모이면 고기압의 군중이 되곤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습관처럼 신문과 TV 뉴스를 잠깐 들여다본다. 지하철역까지 나오는 동안에는 아직 따끈한 뉴스의 내용과 그와 연관된 세상사가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맴돈다. 매스 미디어는 몰려오는 소식 만이 아니라 생활과 정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적인 요인과 현상을 두뇌 깊숙이 쏟아붓는다.     21세기의 대중은 대중문화를 포식하며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대중문화를 입고, 대중문화를 숨 쉬고, 대중문화 속을 헤엄치고 있는 나도 대중인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음을 빤히 알면서도 때때로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이유는 대중의 양면성 때문이리라.         지구촌이 현대에 이르러 산업화로 치달으면서 대중의 기세는 온 누리에 걸쳐 팽창 일로를 걸었다. 조직화하지 않은 상태지만 뭉치면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할 잠재력을 내장하고도 있다. 시민사회의 보편주의를 전통사회의 권위주의보다 우위에 견인했고, 인본을 신장시킨 사회변동의 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회사이다. 반면에 대중은 구체적인 상수 개념이 아니고 비조직적이다가 일단 군중으로 모이면 대중심리를 타고 고도의 휘발성을 띄기 때문에 위험하고 무섭다.       민주 국가에서 정당한 민의가 국정과 사회 경영에 효율적으로 반영되는 일이 최우선적 과제임은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사사로움이나 불순함이 개재되는 일은 오랜 걱정거리였다. 사회학자 칼 만하임이 지적한 대로 원자화되고, 불안정하고, 무기력하게 흩어져 있는 대중은 소수의 엘리트나 파시즘, 공산주의 같은 권위주의에 의해 조작, 오도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대중 스스로에게도 독약이 아닐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는 금과옥조이다.  광화문과 시청 앞에 운집하는 격정적이고 유동적인 대중의 중심을 이성과 합리성으로 순화된 건실한 공중이 지탱해 줄 수는 없을까? 나와 대중의 경계에서 대중사회의 어렵고 예민한 테마, 그 좌표와 미래를 부둥켜안고 고뇌에 빠지곤 했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열린광장 대중 경계 입고 대중문화 대중 스스로 파시즘 공산주의

2023.10.03. 20:25

여행지의 만남, 친밀과 사랑의 경계

  인류학자인 마르크 오제가 제안한 용어 '비장소(Non  place)'는 여행객이나 손님과 같은 존재들에게 주어진 일시적 정체성의 장소들이다. 통과 공간들인 호텔, 기차역, 여행지의 거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영화 '러스트 인 트랜스레이션'은 두 남녀가 지나가는 길에 비장소에서 잠시 만나 서로에 대해 애정을 느끼고 다시 헤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도쿄의 파크하이야트 호텔은 주인공 밥의 표현대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불면의 밤, 두 남녀의 즉흥적 접촉을 가능케 하는 비장소이다.   일상이 무료하고 외로운 50대의 유부남 밥(빌 머레이)과 20대의 기혼녀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도쿄의 같은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산토리 위스키 광고 촬영 차 일본을 방문 중인 스타 배우 밥은 일본의 낯선 문화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갓 결혼한 샬롯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남편과의 사이에 뭔지 모를 거리감으로 외롭고 불안하다.   번민하는 두 사람은 호텔 재즈바에서 우연히 만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상대방의 모습 속에 서로 공감하고 도쿄 시내를 함께 거닐며 각자의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든다.   '러스트 인 트랜스레이션'은 거장 프란스시 포드 코폴라의 딸 소피아 코폴라가 도쿄에서 지내던 시절의 경험과 영감을 토대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발표되던 해인 2003년, 거의 모든 비평가 그룹의 톱 10에 선정됐고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머레이와 요한슨은 BAFTA에서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코폴라 감독은 네온사인의 번잡한 불빛 아래 고립된 두 남녀의 데자뷔를 통해, 관계에서 전달되지 않고 소멸되버리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두 사람 모두 적당히 편안한 결혼 생활과 직업이 제공하는 도시의 낭만과 안락함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각자의 단절된 결혼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지 불편함과 고독을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여행지에서의 짧은 만남과 두 사람이 나누는 우정에 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의 정점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호한 정서의 영역에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그 어떤 의미들을 탐구하는 영화 Lost in Translation!     번역(Translation)은 종종 본래의 의미를 지워버린다. 오해의 소지마저 있다.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그 의미들을 매 순간 포착하여 아름다운 설렘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건 빌 머레이와 당시 17세에 불과했던 스칼렛 요한슨의 케미 연기이다.   관객은 두 사람의 말과 몸짓,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기호와 표현에, 이제 그들이 사랑을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심 '불륜'을 승인한다. 섹스는 수평선 너머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이미 섹스 이상의 친밀감으로 소통하고 있다. 관객은 그들이 나누는 감정들이 상실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혹여 밥의 농담에 담긴 진담의 의미들이 잃어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밥과 샬롯이 처음 만나는 장면. 근사한 중년 남자 밥은 처음 만난 20대 중반의 기혼녀 샬롯에게 "이 감방 같은 호텔에서 함께 도망갈까"라는 농담 섞인 제안을 하고 그녀는 "짐을 가지고 나올 테니 기다려 주세요"라고 재치있게 응수한다. 그들의 일주일간의 밤은 불면과 둘만의 외출로 채워지고 침대 위에서의 긴 대화로 이어진다.   밥과 살롯은 결혼 상태다. 밥은 아내를 '함께 가정을 꾸려가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샬롯은 남편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고백한다. 밥이 호텔 재즈바에서 노래하는 가수와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알고 샬롯은 놀라지만 둘의 '관계'를 파기하지는 않는다.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듯한 느낌의 영화. 남편이 호텔을 떠나 있는 불과 며칠 동안 서로가 서로를 소울메이트라 느끼며 나누는 사랑 이야기. 친밀과 사랑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기호들과 속빈 의미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소통. 그럼에도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어떤 의미들을 뒤로 한 채 두 사람은 헤어져야 하는 시간에 이른다.   영화는 밥이 샬롯에게 귓속말로 건네는 마지막 대사를 관객에게 '의뢰'하고 결론 없이 끝을 맺는다. 밥은 샬롯에게 뭐라고 얘기했을까?   "이제 가야 해, 하지만 우린 헤어지는 건 아니야."   어쩌면 처음부터 밥과 샬롯의 관계는 로맨스였을지도 모른다. 김정 영화평론가여행지 경계 호텔 재즈바 파크하이야트 호텔 호텔 기차역

2023.09.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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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삶과 죽음의 경계. 국경

국경은 경계를 가르는 선이다.     단순하게 그어놓은 선이 아니다. 지금 그곳엔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지난 11일 불법 이민 금지 규정인 타이틀42가 종료됐다. 그러자 선을 넘고자 하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국경수비대는 66만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그들에겐 ‘불법’이란 딱지가 붙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들을 막아서기 위해 군병력을 파견했다. 지난 5월 9일 단 하루에 1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체포됐다.   플로리다의 드 산티스 주지사는 병력은 물론 항공기, 이동식 지휘 차량까지 보낼 예정이다.   미국은 막아서려 하고, 이민자는 어떻게든 선을 넘으려 한다. 국경은 지금 전장과 같다. 사투는 때론 죽음까지 부른다.   칼렉시코(Calexico)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도시다. ‘캘리포니아’와 ‘멕시코’의 조합이 도시명이 됐다. 이름처럼 양국의 정서가 조화롭게 배어있는 지역이다.  칼렉시코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다. 사막을 지나야 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게 되는 곳이다. 도시명과 달리 현실은 냉랭하다. 그들에겐 마치 신기루와 같은 곳이다.     국경단속반의 통계를 들여다봤다. 국경을 넘다 사망한 불법 이민자는199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 한 해 동안 853명이 사망했다. 역대 최다치 다. 당국은 실제 사망자는 더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막의 모래에 묻히거나 강물에 떠내려간 시신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칼렉시코를 지나가던 중 가무덤을 렌즈에 담았다. 사막에서 마주한 안타까움이다. 모래에 묻혀 백골이 드러난 시신이었다고 한다. 이름도 없다. 목숨을 걸고 선을 넘다가 생명을 잃은 영혼이다.   무덤은 현실을 담는다. 국경선은 지금 삶과 죽음을 가르고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죽음 경계 불법 이민자들 사막 한가운데 항공기 이동식

2023.05.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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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경계를 넘어 나들목으로

윈드화랑(Wind Fine Art Gallery)은 오래 전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건립 기금 마련을 돕기 위해 현대미술전시회를 가졌다. 이문열 작가가 미국 체류 중이라서 시카고 중앙일보사 초청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라는 문학강연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행사 제목은 ‘경계를 넘어’,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행사였다.   게임이나 경기할 때는 나는 모자라는 편이다. 어릴 적 청군 백군으로 나눠 줄다리기를 할 때도 힘이 달려 동무들이 같은 편 되는 걸 꺼려했다. 땅따먹기도 꽝이다. 내가 튕긴 돌은 내 땅으로 돌아오기는커녕 경계를 너머 적군 쪽으로 달아났다.     이 쪽도 저 쪽도 아니면 왕따 당한다. 좌도 우도 아니면 중도다. 중도는 고달프다. 인생에 중간은 없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빈 잔이거나 넘치거나, 죽기 살기로 매달리거나 포기하고, 사랑에 목 매달거나 배신 때리며 경계를 넘나든다.     철저하게 산다는 것은 고행이다. 대강대강 살면 편하다. 키 작은 튤립이나 다닥다닥 손잡고 피는 개나리, 흐드러지게 핀 홍매화도 봄바람에 흔들린다. 곁눈질 하지 않고 신념을 가지고 자기 주장 펴며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경계(境界)는 어떤 기준으로 분간되는 한계를 말한다. 경계는 분기점이고 분수령이다. 전환점이고 고비다.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또 다른 내일이 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경계를 허물기 쉽지 않다.       분기점(分岐點, Junction)은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거나 사물의 속성이 바뀌는 지점이나 시기를 말한다. 운전 미숙에 잡념이 많아 고속도로를 타면 늘상 가던 길도 지나친다. U턴도 없어 다음 출구에서 되돌아오며 머리통을 쥐어박는다.           청운의(?) 꿈 안고 원대한 태평양 건너 미국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깨달았다.  내 인생이 방향만 바뀐 것이 아니라 모든 걸 통채로 걸고 올인 하는 경계의 변곡점에 도착했다는 사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경계’의 담장 위에 서 있었다.     백인들이 점유한 미술시장에서 동양여자로 미 중서부에 현대미술을 판매하는 대규모의 화랑과 창작 예술센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경계를 넘나드는,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의 도움이 크다. 한국인도 미국사람도 아닌, 한 인간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줄 긋고 경계를 만드는 것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관계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경계를 허무는 지름길이다. 스스로 이방인이라 생각하는 순간 이방인이 된다. 헛된 자부심 버리고 자존감으로 당당하게 맞서면 경계의 벽을 허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너와 나’ 사이에는 경계의 금이 없다. 스스로 그은 차별의 경계선을 벗어나야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   미국에서의 내 인생은 항상 경계의 길목에 있었다. 뎃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 위에 다시 정성드려 채색을 하면 된다. 경계를 허물기보다는 오히려 경계선의 양쪽을 넘나드는 자유의 미학을 꿈꾸며 생의 지평을 넓힌다.     이젠 길을 잘못 들어도 긴장하지 않는다. 나들목(Interchange)은 고속도로에서 일반 도로로 빠지는 접점이다. 나들목은 나가고 들어오는 길목이다. 표지판 잘못 읽어 다른 길로 들어서면 한적하고 호젓한 시골 길로 한참 달린다.     이름 불러주지 않아도 철 따라 피는 풀꽃 따서 머리에 꽂고 쉬엄쉬엄 살기로 한다. 까르르 웃으며 달리던 길 빠져 나와 휴게소에서 떡볶이 삼각김밥 오물오물 먹으며 오뎅국물 호르르 마시던 따스한 사랑의 날들을 기억하리라.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나들목 경계 분기점 junction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시카고 중앙일보사

2023.04.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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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PD, 맨해튼 경계 강화

뉴욕시경(NYPD)이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검찰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에 따른 지지자들의 소요사태를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20일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과 키챈트 시웰 시경국장은 현재 ‘성추문 입막음’ 혐의를 수사 중인 맨해튼 지방검찰 등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논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맨해튼 형사법원과 트럼프타워 앞에는 바리케이드와 함께 경호국 요원·경찰관들이 증강 배치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에 출두할 경우 주변에서 지지자들의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타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NYPD는 2021년 1월 6일 워싱턴DC에서 벌어진 의사당 난입과 같은 위협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NBC는 트럼프가 의사당 난입 사태 때와 달리 이용자가 적은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테러·시위 관련 콘텐트를 엄격하게 검열하고 있어 시위 조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 2년간 의사당 난입 사태 관련자들이 대거 사법처리돼 ‘제2의 폭동’을 감행할 세력 조직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관계기사 4면  심종민 기자 [email protected]맨해튼 경계 맨해튼 경계 맨해튼 지방검찰 이날 맨해튼

2023.03.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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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무너진 철책 경계

정초부터 전방 철책이 뚫렸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강원도 동부 고성지역 육군 22사단 최전방 철책선을 통해 민간인 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 얼마나 경계가 허술했으면 숱한 현대적 장비와 철통 같은 무장병력이 감시하는 철책을 뚫고 북으로 넘어갔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군의 경계 근무 구호에 ‘작전 실패는 용서해도 경계 실패는 용서 못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군사분계선이 있는 비무장지대(DMZ) 내의 경계는 한 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군지휘부가 평소 평화를 강조하는 동안 경계 작전에 임하는 기초 군기가 허물어졌다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2월 22사단 ‘헤엄 귀순’ 당시 “22사단은 철책과 해안을 동시에 경계해야 하고 작전 요소나 자연 환경 등 어려움이 많은 부대”라며 “해당 사단에 대한 정밀 진단을 하겠다”고 했다. 그때 CCTV 등 철책 센서는 귀순자 동작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렸다. 기계는 정상 작동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초동 부대는 철책이 훼손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지난 1일 오전 국방부 장관은 공군기에 직접 탑승해 신년 지휘비행을 하면서 한반도 전역의 대비 태세를 점검한 후 전군에 위국헌신의 자세로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주기 바란다고 훈시했다. 그리고 수시간 뒤 최전방 경계가 뚫렸다.     ‘헤엄 귀순’ 당시에도 경보음이 2번 울리고 CCTV가 귀순자를 10번 포착했지만 놓쳤었다. 이번은 경계 실패의 재판이다. 이후 오작동을 줄이겠다고 대대적인 보강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군이 초래한 인재라는 비판에 이의가 없다. 첨단기계를 갖다 놓아도 사람이 제대로 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여러 차례 경계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번엔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혹평했다.     한 정치인은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GP 패싱’”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2018년 말 남북 각각 11개씩의 GP를 시범 철거했다. 북한은 160여 개, 우리는 60여 개의 GP를 운영 중이어서 경계 차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주적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군은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돼 버렸다.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과 종전선언 추진 등에 편승해 북한군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치권을 의식해 강한 훈련과 군기 확립보다는 책임 부담이 적은 안전 위주로 운영해 오는 군의 자세도 문제다. 군대가 본분을 잊으면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 종전은 정치가 하는 게 아니라 강한 군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시론 철책 경계 최전방 경계 경계 근무 철책과 해안

2022.01.04. 18:31

[거울과 창] 점점 높아지는 경계의 벽

남성과 여성, 진보와 보수, 경상도와 전라도, 공화당과 민주당,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부자와 가난한 자, 흡연자와 비흡연자,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 흑인과 백인과 아시안,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세상의 모든 것들은 구분되고 경계지어진다. 이제는 여기에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라는 새로운 구분도 생겼다.     어떤 사람들은 백신의 효과를 믿고 접종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전성을 불신해 접종을 거부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만든 또 하나의 골 깊은 경계이다.     사진은 LA공항 입국장에 방역복, 마스크, 페이스 실드로 중무장하고 도착한 여행객들이다. 반면 많은 인파가 운집하는 실내모임에서도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은 사람들 사이에 경계의 벽을 높게 높게 쌓아가고 있다.  김상진 부장거울과 창 경계 백신 접종자 비흡연자 고학력자 방역복 마스크

2021.11.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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