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한국의 지나친 ‘잔소리 문구’
누구나 성장 과정이나 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잔소리를 듣게 된다. 잔소리는 상대방의 행동이나 선택에 대해 반복적인 지적을 의미한다. 대부분 윗사람과 아랫사람, 즉 ‘갑’과 ‘을’의 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데 ‘을’에 대한 ‘갑’의 불신이 원인이 되지만, 대화를 잔소리로 인식하는 쪽은 ‘갑’이 아니라 ‘을’이다. 잔소리가 되는 것은 그 내용보다 횟수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반복하면 잔소리가 된다. 잔소리에는 양면성이 있다. 첫째, 잔소리에 대한 ‘갑’과 ‘을’의 판단 기준이 다르다. ‘갑’은 잔소리라고 생각지 않는데 ‘을’은 잔소리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갑’의 생각보다는 ‘을’의 판단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 잔소리는 상대를 걱정하고 잘되길 바라는 이타심의 발로인 동시에, 잔소리하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이기심의 발로도 된다. 집을 나서는 성년의 자녀에게도 차 조심하라고 말하는 부모의 잔소리는 자녀에 대한 사랑인 동시에 표현하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함이다. 불신의 원인이 되는 잔소리는 자립심을 저해하고, 반항심을 키우며, 규정을 무시하는 습성을 갖게 한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큰 셈이다. 한국에 가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게 된다.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벽이나 바닥에 붙어있는 주의 사항들이다. 지하철역이나 차량 내부에는 ‘발 빠짐 주의’,‘무리한 승차는 안전사고 유발’, ‘손 끼임 주의’, ‘출입문에 기대지 마세요’, ‘큰소리 통화 자제’ 등의 주의 사항이 어김없이 붙어 있다. 또 에스컬레이터에는 ‘손잡이를 꼭 잡아 주세요’, ‘신발 구두 옷자락 끼임 주의’, ‘걷거나 뛰지 마세요’, ‘어린이는 손잡고 중앙에 태우세요’, ‘안전선 안에 서주세요’ 등이, 사람의 통행이 잦은 길거리에도 ‘좌우를 살펴보세요’, ‘충돌금지’ 등의 주의 사항이 보인다. 상식이 있는 성인에게는 굳이 필요치 않아 보이는 내용이다. 불필요한 문구를 계속 붙여놓는 것도 짜증을 유발하는 잔소리다. 잔소리 성 경고 문구가 지나치게 많으면 시민들은 이를 무시하기 쉽고, 이것이 습관화되면 준법정신을 파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의 문구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공공기관의 발상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잔소리 성 주의 사항이 무의식중에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잔소리를 많이 들으며 성장한 사람은 자립정신이 부족하고 소신을 갖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권력자나 공공기관에서는 시민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잔소리 성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잦다. 이런 잘못을 피하려면 시민의 인격과 능력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잔소리보다는 상호존중의 분위기 조성에 노력한다면 예의도덕을 알고 법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 정신도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잔소리 한국 잔소리 문구 경고 문구 주의 문구
2026.05.12.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