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상호관세에 대해 사실상 전면 환급을 명령하고, 세관국경보호국(CBP)이 4월 중 환급시스템(CAPE) 가동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환급은 시간 문제’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이후 CIT는 3월 4일 명령을 통해 미정산 통관건은 물론 정산 후 90일 이내 건까지 재정산하여 환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어 3월 27일에는 적용 범위를 더 확대해 사실상 모든 통관건에 대해 상호관세를 제외하고 재정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CBP는 CAPE 시스템을 통해 환급을 진행하겠다며, 실무적으로는 정산 후 약 80일 이내 통관건을 중심으로 우선 환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정도면 환급은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수입통관분이 자동으로, 전면적으로 환급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CAPE 시스템은 초기 단계에서 일부 통관건만 처리하는 구조이며, 특정 유형의 거래는 환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환급한다’는 정책과 ‘모든 건이 실제로 환급된다’는 결과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자들은 여전히 미국무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환급을 해주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는데도 왜 굳이 소송까지 이어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정부 불신’이 아니다. 첫째, 환급의 ‘원칙’과 ‘권리’는 전혀 다른 문제다. 법원은 환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지만, 실제로 어떤 통관건이 환급 대상이 되는지, 언제 지급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일부 통관건은 시스템 구조상 누락되거나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소송당사자 원칙’이라는 법적 현실이 존재한다. 판결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소송 당사자에게만 미친다. 향후 환급 범위가 제한되거나 정책이 변경될 경우,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수입자는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소송은 환급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환급 대상에 포함되기 위한 권리 확보 행위에 가깝다. 셋째, 환급 신청 자체에도 리스크가 존재한다. 향후 CAPE를 통해 환급 신청을 하더라도, 일부 통관건은 검토 과정에서 거절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 이 경우 별도의 행정절차나 소송을 통해 다시 다투어야 하는데, 사전에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대응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수입자들은 단순히 환급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환급이 거절될 경우까지 대비해 권리를 보존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넷째, 시간 리스크 역시 크다. 관세 환급 청구는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정부는 환급이 단기간에 완료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시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다리는 것은 곧 권리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현재 상황은 명확하다. 정부는 “환급하겠다”고 말하지만, 수입자는 “내가 반드시, 전부 받는다”는 보장을 원한다. 이 간극이 바로 소송을 양산하는 구조다. 특히 약 33만 수입자와 5000만 건 이상의 통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는 빠르게 환급을 받을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기업이나 구조적으로 제외되는 거래는 장기간 지연되거나 환급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 수입자들의 선택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다. 소송은 정부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의 환급 권리를 확정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상호관세 환급은 법적으로는 이미 결론이 났다. 그러나 실제 환급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이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환급이 되느냐’가 아니라 ‘내 환급을 제대로 확보하느냐’의 문제다. 김진정/변호사.관세사경제 프리즘 상호관세 환급 환급 신청 환급 대상 향후 환급
2026.04.13. 20:08
미국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 CIT)은 3월 4일, 세관국경보호국(CBP)이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를 정산해 환급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법원의 이런 명령은 미국 내 수입 업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당연히 한국 기업과 한인 수입 업체들도 관세 환급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3월 6일 국제무역법원에서 열린 비공개 콘퍼런스 이후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국제무역법원의 리처드 이튼 판사는 CBP가 제출한 선언서(Declaration)를 검토한 뒤, 환급 명령에 포함된 ‘즉각적인 이행’ 부분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즉, 환급 명령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환급의 즉시 집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CBP가 현재 시스템과 행정 절차로는 대규모 환급을 즉시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CBP는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IEEPA 관세 환급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CBP에 따르면 IEEPA 관세가 적용된 수입 업체는 약 33만 개, 관련 수입신고 건수는 약 5300만 건에 달한다. 지금까지 징수된 IEEPA 관세 규모는 약 1660억 달러로 추산된다. CBP측은 이러한 규모의 환급을 기존 시스템으로 즉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CBP에 따르면 환급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입 신고 단위로 환급 금액을 계산하고 검증해야 하며, 환급 전에 CBP 내부 부서의 검증 절차와 재무부를 통한 지급 절차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환급 업무를 처리할 경우 수백만 시간에 달하는 행정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수입 업체가 통관 신고 과정에서 IEEPA 관세를 다른 관세와 함께 신고했기 때문에 실제 환급 대상 금액을 분리하는 작업 역시 상당 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이자 계산 또한 단순하지 않으며, 동일한 수입 신고에 대해 여러 차례 관세가 납부된 경우 별도의 계산이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BP는 ACE(Automated Commercial Environment) 시스템을 활용한 자동화 환급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BP 측이 법원에 설명한 계획에 따르면, 수입 업체가 ACE 시스템에 IEEPA 관세가 적용된 수입 신고 목록을 제출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당 신고를 검증하고 관세를 재계산한 뒤 환급액과 이자를 산정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후 환급 금액은 수입 신고 단위가 아니라 수입 업체 단위로 합산되어 전자 방식으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CBP는 이러한 자동화 환급 시스템을 약 45일 내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 절차 역시 아직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무역법원의 환급 명령에 대해 미국 정부가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이 여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환급 절차 자체가 추가적인 법적 심리를 거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IEEPA 관세가 위헌이라는 것은 확정되었지만, 무역법원의 환급 명령 ‘즉시 이행’ 부분은 현재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향후 환급 절차는 CBP의 시스템 구축 상황과 추가적인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IEEPA 관세를 납부한 수입 업체들은 무역법원의 사건 진행 상황과 CBP의 환급 시스템 구축 동향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진정 / 변호사·관세사경제 프리즘 상호관세 환급 관세 환급 대규모 환급 환급 명령
2026.03.22.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