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풀만의 플로렌스 호텔
풀만(Pullman)은 총 77개에 달하는 시카고 네이버후드 중 하나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16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름은 한때 미국 교통을 책임졌던 풀만 열차에서 유래했다. 풀만 열차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고급 열차를 만들던 시카고 회사의 이름이다. 그 회사가 만든 일종의 계획도시가 풀만으로 불린다. 그리고 그 회사와 도시를 만든 인물은 조지 풀만이라는 기업가다. 풀만은 이렇게 여러가지 의미로 시카고에서 통용된다. 물론 노동 분규의 중심에도 서게 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조지 풀만은 시카고에서 널리 알려진 엔지니어면서 기업가였다. 1864년 그는 열차 운행에 필요한 슬리핑 카를 만든다. 말 그대로 열차에 앉아서 가는 것만이 아니라 침실도 딸린 고급 객차를 제작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열차는 최고급 운송수단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말을 타고 먼 길을 떠나야 했지만 열차의 보급으로 며칠씩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는 곧 슬리핑 카와 같은 고급 여행 수단의 수요를 창출했다. 풀만의 열차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장례식이었다. 워싱턴 DC에서 시해된 링컨 대통령의 운구가 열차를 타고 일리노이 주도 스프링필드에서 장례식을 치렀는데 이때 이용된 것이 풀만 열차였던 것이다. 워싱턴 DC에서 시카고로 오면서 주요 도시에 정차하면서 풀만 열차는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기회를 가졌다. 조지 풀만은 1867년 풀만 팰리스 카 컴패니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풀만카는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됐다. 단순한 열차가 아니라 잠을 잘 수도 있고 고급 식당을 그대로 재현한 것과 같은 다이닝 카도 딸려왔는데 이 고급 열차를 전국 운송 열차 회사에 리스 형식으로 팔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도 시카고는 열차 교통의 중심지였기에 풀만이 시카고에 자리 잡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1880년 조지 풀만은 시카고 남부 지역에 회사 이름을 딴 타운 하나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공장과 직원 숙소, 호텔, 극장, 공원까지 두루 갖춘 거대한 복합 거주, 생산 도시를 만든 것이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시카고 산업을 상징하면서 자체 타운까지 갖추게 되는 의미를 가진다. 아울러 신생 타운은 당시까지만 해도 다른 타운에서 가지지 못한 상하수도 시스템을 구비하는 등의 최신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타운은 곧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당초 공장 직원들을 위한 시설로 만들어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운영이 됐지만 점차 회사는 높은 임대료를 부과하고 직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불만이 고조된 것. 여기에는 미국에 불어닥친 대공황의 여파로 열차 산업이 기울어지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결국 일리노이 대법원은 1898년 풀만 타운을 매각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타운은 시카고 시에 수용된다. 이후 풀만은 운송 수단으로 열차의 기능이 정체되면서 1982년 마지막 열차를 만들고 1987년에는 최종 매각 처분되는 운명에 처했다. 풀만이라는 이름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것은 풀만 포터스(porter)다. 포터는 기차에서 승객들의 편의를 담당하는 직책으로 풀만사는 수천 명의 흑인 남성을 포터로 고용했다. 이중 대부분은 노예 신분이었지만 풀만사에 고용돼 승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지금도 유니폼으로 차려 입고 부유층 손님들을 도우는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초과 근무와 수당 미지급, 인종 차별 등의 수모를 겪었지만 이를 감내하며 흑인들도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다 1894년에는 경제 대공황과 이에 따른 회사측의 부당 대우에 저항하며 파업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군대가 투입되고 서야 파업은 멈췄지만 흑인 노동자들은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었다. 1925년 흑인 풀만 포터들은 미국 첫 흑인 노조인 Brotherhood of Sleeping Car Porters(BSCP)를 설립해 노동 운동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이런 역사를 지닌 풀만은 지난 2022년 국립역사공원(National Historical Park)으로 지정됐다. 시카고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국립공원급 유적지다. 공원 내 대표적인 건물은 행정 건물로 현재는 관광객들을 위한 센터가 마련돼 있기도 하다. 풀만 플로렌스 호텔 역시 이 지역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1881년 11월 1일 오픈한 이 호텔은 풀만에서 아직까지 본래 모습을 유지한 대표적인 유적이다. 30개의 객실과 조지 풀만 대표를 위한 프라이빗 스위트룸,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나뉜 휴게실, 바 등을 갖췄다. 특히 이 바는 인근 500여개의 주택에 거주했던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술을 구입할 수 있었던 곳으로 휴식 공간이었다. 빨간색 벽돌로 단단하게 지어진 이 호텔은 당시 풀만이 얼마나 풍요롭고 번성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할만큼 현재에도 굳건하게 서있다. 물론 오랜 시간 호텔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리노이 정부가 최근 플로렌스 호텔 복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8900만달러를 투자해 이 호텔을 재건한다는 계획이다. 호텔 건너편에는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는데 이 곳은 예전 풀만사의 공장이 서있던 곳이다. 복원 프로젝트가 끝나면 풀만이 어떤 역사적 의의를 지녔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사적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플로렌스 시카고 다운타운 고급 열차 시카고 회사
2025.12.03.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