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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세대를 연결해 주는 고리

이른 여름이다. 두어 달 지나면 대부분의 초중고 학교들은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한 학년을 끝낼 준비를 해야 하는 4월과 5월은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바쁜 달이다. 영어, 미국 역사, 수학, 화학, 물리 같은 정규 학과목은 요구되는 커리큘럼을 질적으로, 또 양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보충해야 할 경우도 있다. 학과목 외에 좋아하기 때문에, 또는 흥미가 있어서 시작한 과외 활동반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이 때쯤에 ‘조부모의 날’ 행사가 있다. 행사에 덧붙여, 학교 행정가들은 학교 운영을 위한 기금모집에 조부모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사립학교가 학생들이 내는 학자금만으로는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지난 몇십 년 동안 교육비는 급상승했지만, 일반 시민의 소득은 이를 따라갈 수 없어서 학비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없다 보니, 학자금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사이의 차액이 크게 생긴다. 이를 어디에서든지 끌어다가 메워야 하므로 모금 운동이 불가피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그렇지 못한 학생을 무명으로 돕는 식이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비즈니스 담당 전문 부서를 두고, 큰 기업이나 일반 기부자와 소통하면서 부족한 경영비를 연구비 형식으로 따오기도 한다.   여러 행사를 치러서 자녀들이 훌륭한 전인 교육을 받고 있다는 확신을 종강 때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누면서, 모금 운동을 맞물린다. 이때, 학교가 잊지 않고 초대하는 대상이 조부모들이다. 늙은 세대가 경제적으로 월등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기부 가능성만을 감안해서 조부모를 초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부모의 날’을 열어 조부모들이 손주들과 함께 등교하고, 하루를 교실과 교정에서 보낼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짠다. 우리 부부는 세 손주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조부모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학교를 방문하기 몇 주 전에, 조부모들에게 돌린 음악반 숙제가 있었다. 조부모는 손주 나이 때에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왜 좋아했는지, 지금은 달라지었는지 등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다. 질문들은 꽤 신선한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답을 써서 보내 주었는데, 조부모의 날, 기타 선생님은 답안지를 분석해서 조부모들, 학생들과 나누었다.   조부모 대다수가 밥 딜론과 비틀즈 음악을 좋아했던 모양이었다. 클래스는 비틀즈의 ‘러브 미 두’를 연주했다. 몇몇 조부모님은 눈을 감고 들었다. 이어서 선생님은 3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바흐의 샤콘을 듣고 있는 조부모님은 손 들어 달라고 하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이올린곡을 기타로 편곡한 바흐의 샤콘 테입을 틀어 주었다. 기타로도 아름답고, 슬프고, 평화롭게 연주됨에 감동했다. 왜 내가 그 곡을 좋아하는지 손주 기타반 클래스와 조부모님들과 나누어 달라고 했다. 내가 읽어서 알고 있는 바흐의 슬픈 가족사, 바흐의 아픔,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평화로의 귀의 내용을 나누었다.   손녀는 중국어를 택하고 있기에 그 애와 함께 수업에 참석했다. 선생님은 중국이 침략해서 속국을 만든 티베트 분이었다. 중국어의 억양이 노래처럼 높고 낮아 아름답게 들리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으며 듣던 중국말과 무척 달랐다. 그런데, 손주네 학교에서는 한글이 선택과목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세계 언어의 하나로 미국 정규 학교에 한글을 진흥하고, 문화를 알리는 비영리 단체의 일을 하는 할머니로, 한국어 또는 한국문화 과외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좀 늦은 감이 있는 것이 이 학교에는 이미 스페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아메리칸 사인 랭귀지까지 7개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LA로 돌아오는 길에, 세대 간의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삶의 모든 것들, 즉 외국 태생 조부모나 부모가 가져온 언어와 음식이 포함된 가풍, 함께 읽는 소설과 듣는 음악, 기본적인 과학, 수학, 그리고 아이들이 열렬히 좋아하는 스포츠는 훌륭한 교량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것, 삶의 모든 것은 DNA를 넘어서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연결 고리 조부모들 학생들 조부모 대다수 학교 행정가들

2025.04.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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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묵 스타 셰프, 맨해튼 ‘안토’에 둥지

한국 서울에 있는 미슐랭 1스타 식당으로 유명한 ‘묘미’의 헤드셰프로 한국 신세대 요리사 중 대표 주자로 활약하던 김정묵 셰프가 뉴욕 맨해튼에 입성했다.   김 셰프는 맨해튼에 있는 고급 한식당으로 주류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던 ‘안토(ANTO)’ 레스토랑 2층에 특별히 마련된 ‘고리’ 셰프테이블을 맡기로 하고 뉴욕행을 택했다.   ‘안토’는 ‘안젤리나 베이커리’, ‘캐서린’ 등 최고 수준의 특색 있는 레스토랑과 제과점을 운영하는 ‘QB 호스피탈리티’ 그룹이 만든 맨해튼 감성의 모던 스타일 고품격 ‘코리안 스테이크하우스(Korean Steakhouse)’로, 과거 미드타운 이스트(243 East 58th St.)의 유서 깊은 레스토랑 ‘펠리디아(Felidia)’를 인수해 대대적으로 보수해 만든 최고급 한식당이다.     ‘안토’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토니 박 사장은 요리, 주류, 서비스 팀을 구성해 한국의 문화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자라면서 경험해 온 이탈리아의 서비스 정신과 영감을 가미해 레스토랑을 탄생시켰다.   ‘안토’의 맛을 책임지게 될 김 셰프는 대구 출생으로 요리 전문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군대 조리병으로 근무한 뒤 서울의 유명 한식당에 근무했다. 어린 시절부터 30대 후반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요리’에 매진했기에 ‘타고난 요리사’라고 할 수 있다.   김 셰프는 뉴욕에 오기 전 5년 정도 서울의 대표적인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묘미’의 총괄셰프로 푸근한 외모와 함께 날카로운 식재료 해석과 손맛으로 한식 요리의 디테일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뉴욕에 입성해 ‘고리’ 셰프테이블을 맡은 뒤 고객들로부터 전통 한식 요리의 뛰어난 맛과 건강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 일본 요리의 장점을 함께 펼쳐내는 소위 ‘퓨전 한식’ 형식의 창조적인 요리를 선보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셰프는 “100개, 200개 요리를 만들 수 있어도 한식으로 높은 수준의 코스 요리(파인 다이닝)를 펼쳐낸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고리’에서는 4명으로 팀으로 이뤄 고객들에게 ▶에피타이저(특히 핫 애피타이저) ▶프리 메인 메뉴(한식 국물문화 바탕의 누들 등) ▶소·돼지·양고기 중심의 메인 메뉴 등 5가지에, 많으면 10가지 이상의 메뉴로 코스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더 나은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생각이 고갈되지 않게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 뉴욕 여러 곳으로 요리를 먹으러 다니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 셰프의 요리사로서의 높은 명성은 한국에서 여러 방송과 잡지 등 다양한 미디어에 소개된 바가 있어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셰프는 MBC 방송의 ‘셰프 군단’ 프로그램에서 ▶‘MSG 감별사’ 목진화 셰프 ▶‘낭만셰프’ 음유시인 박성우 셰프 등 2명과 함께 ‘미슐랭 셰프 프리미엄 엄마 손맛! 김정묵 셰프’로 출연해 이미 한국 요리사 중의 간판 스타로 인정받은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중에 열린 서울푸드페스티벌 ‘코로나 의료진에 따뜻한 밥을(도시락 3000개 전달)’ 행사에서 특급 요리를 도시락으로 만들어 전달해 TV조선 등으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김 셰프는 이러한 대중적인 활약과 함께 ▶전 세계 최단기 미슐랭 1스타 획득 ▶역대 최연소 미슐렝 셰프라는 기록을 세워 한국 요리계의 간판 셰프임을 증명한 바 있다.   김 셰프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뉴욕행을 택한 데 대해 “어린 시절 공부를 좀 잘하는 편이어서 부모님께서는 인문계 고교에 진학해 좋은 직업을 갖기를 원하셨으나, 음식을 잘하셨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리 전문학교에 입학해 결국 요리사가 됐다”며 “어린 시절부터 뉴욕을 동경했는데 한국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뉴욕에서 창조적인 한식 요리 메뉴 개발 등 더 많이 배워 꿈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 셰프는 최근 유명 한식당들에서 최고급 한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벽이 생기지 않도록 대중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소견을 밝혔다.   “고급 한식당에서 셰프가 음식을 만들고 제공하는 코스 요리를 먹을 때 너무 높은 가격을 책정하면 부담이 되서, 더 많은 고객들이 훌륭한 요리를 체험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높은 인건비와 식재료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적절한 가격과 함께 일반 메뉴로서도 즐길 수 있는 창조적인 한식 메뉴를 만드는 것이 한식문화의 보급과 한식당 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김정묵 김정묵 셰프 안토 고리 ANTO QB 호스피탈리티 토니 박 사장 맨해튼 한식당

2024.02.1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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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끈과 고리

끈은 자르지 말고 풀고     고리도 끊지 말고 풀어라       삶의 끈   인연의 고리       자른다고 잘라지겠나   끊는다고 끊어지겠나       차라리   오늘도 내일도       풀고 또 풀어라   풀지 않아도 될 날         반드시 있으리니   그날에 노래하리라     이강민/뉴저지 글마당 끈과 고리 끈과 고리

2023.08.04. 17:36

[글마당] 꽃 고리

갓 태어난 핑크가 은빛 살에 걸렸다         다섯 잎의 복사꽃 주형에   핑크를 살짝 내려놓는다   주형을 따라가며 서서히 메운다       순백의 매화   기품 있는 목련이 터지자   진달래 영산홍이 샘줄이다       인간 고리   꽃 고리   파문이 인다       너와 나 사이   밝은 빛의 테두리가 접전하자   스파크가 튀고   내 몫의 눈물   내일이면 멈춘다       너와 나 중첩된 파장은 멀리멀리 퍼지고   오늘은 진하지만 내일은 슬프다       사람들은 모두 시간을 따라가지만   난 가끔씩 반대로 가고 싶다   당기고 끌리는         꽃 고리   인간 고리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고리 인간 고리 진달래 영산홍 모두 시간

2023.06.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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