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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닥터 소피아, 절망 속의 기적

“저는 제가 자란 고아원 아이들, 병원에 갈 돈이 없는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제 가족을 돕기 위해 전공을 살려 학업을 마치는 중입니다.” 아이티에서 만난 고아원 출신 의대생 소피아가 불어로 적어준 글을 스마트폰으로 번역한 내용이다.   소피아는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여자아이 고아원 하우스 오브 홉에서 21년째 사는 청년이다. 세 살 때 고아원에 들어와 스물네 살인 지금도 고아원에서 사는 소피아는 아이티에서 명문이라는 키스퀘야 대학(Universite Quisqueya)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준비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홉은 18살이 되면 고아원을 떠나야 하지만, 후원자가 있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아이들은 고아원에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피아는 고등학교 때 만난 후원자로부터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받아 졸업할 때까지 고아원에서 숙식하며 대학에 다녔는데, 어쩌면 인턴 과정을 마칠 때까지도 고아원에서 지낼지도 모른다.   이제 청년이 된 소피아는 사실 법적으로는 고아가 아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지금은 갱단에 점령된, 고아원에서 멀지 않은 과다부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동생 세 명도 같은 고아원에서 지내야 할 정도로 가난이 깊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먹을 것도, 제대로 된 집도 없는 부모님께 돌아가지 못한 소피아는, 오히려 더 큰 목표를 품고,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침착했던 소피아는 성실함과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고아원 디렉터의 칭찬이 자자했던 아이였다. 이제 그녀는 더는 ‘고아원 고아’로 불리지 않는다. 지금은 ‘닥터’라는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듬직한 청년이다. 그녀는 고아들과 소외된 이들의 질병을 고치고, 평생 사람다운 삶을 살아보지 못한 가족을 도우며 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에 임하고 있다.   3주 전, 우리는 국제선 민항기 운항 중지 탓에 먼 길을 돌아 수도 포토프린스에 있는 선교센터에 도착했다. 갱단 때문에 고아원 방문이 어려워, 대신 각 고아원 아이들을 센터로 오게 했다. 아이들과 식사를 같이 하고 건강검진을 진행했는데, 이때 가장 큰 도움을 준 이가 바로 소피아였다.     아이들의 신체검사 후 문진을 하고, 청진기로 진찰하며, 닥터 소피아는 진찰했던 아이 중 여섯 명에게서 깊은 질병을 진단했다. 당장은 고아원 원장에게 ‘큰 병원에 빨리 데려가야 한다’는 처방밖에 해줄 수 없었지만, 그 일이 함께 참여한 우리 모두에게 준 기쁨과 감동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아이티에서 고아들을 도우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우리는 뚜렷한 열매를 확인하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 그러나 교육 사역에 힘을 쏟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관심 속에 있던 아이 중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가 생기고 졸업생이 간호사가 되더니, 이제는 의사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닥터 소피아는 우리에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고아 출신이다.   유난히 다치는 사람이 많아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피아는 아이티의 갱단 문제, 불안정한 정치 상황, 재정적 부담 등으로 오랫동안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 지쳐가던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주었다.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자 기적이었다. 그녀는 함께 기도하며 소망을 잃지 않았을 때, 우리가 마침내 만난 미래였다. 절망과 좌절의 땅 아이티에서 닥터 소피아는 우리가 고아들과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같이하며 끝까지 함께 울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소피아 닥터 닥터 소피아 고아원 출신 여자아이 고아원

2025.07.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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