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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고전 읽기 방법

저는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고전(古典)을 읽다가 보면 어휘의 기원이나 쓰임을 발견하게 되어 좋습니다. 때로는 처음 읽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보이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같은 것을 보아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보는지에 따라서 경험이 달라집니다. 독해력이라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여러 번 읽었을 때와 한 번 읽었을 때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겁니다. 본인이 독해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여러 번 읽으면 됩니다. 한 번에 이해한 것이 꼭 좋은 것도, 맞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최근 맹자(孟子)를 공부하면서 늘 새로운 마음으로 맹자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 읽고 있으면서도 다음에 또 읽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고전의 장점일 겁니다. 고전은 여러 번 읽어야 하는 책이고, 여러 번 읽으면 더 좋은 책입니다. 그래서 고전은 빌려서 읽으면 안 됩니다. 두 번 보기가 어렵고, 메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두기도 어렵습니다. 가까이 두고 여러 번 보려면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구해서 옆에 두어야 합니다.   사실은 한 권만 있어서도 안 됩니다. 원문은 같다고 하더라도 번역이 달라지거나 해석이나 주석이 달라져 있다면 여러 권이 있어야 조금 더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의 종류를 달리하며 읽고 생각하고 또 읽는 것은 고전 독서의 묘미입니다. 고전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보통 여러 판본이 있고, 다양한 해석과 주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논어에 대한 책은 몇 권이나 될까요? 여러 권 읽다 보면 나를 잘못 이끄는 해석을 하나씩 멀리하는 능력도 갖추게 됩니다.   다른 언어로 된 책을 함께 보는 것도 매우 좋습니다. 예를 들어 맹자라면 당연히 한문으로 된 책도 같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꼭 한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한글 맹자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읽지도 못하는 한문책을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끝까지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쉬운 번역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찾아보면 좋은 한글 번역이 있습니다. 저는 이을호 선생의 ‘한글 맹자’를 권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한자로 읽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원래의 문장을 읽으면 새로운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한문으로 된 좋은 고전이 많으니 시간을 내어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맹자에 대한 일본어 해석이나 영어 해석도 좋습니다. 다른 언어로 읽으면 더 자세히 읽게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는 요즘 맹자를 한글, 한문, 일본어로 동시에 읽고 있습니다. 전에는 슬쩍 지나간 많은 내용이 좀 더 뚜렷이 다가옵니다. 다른 말로 읽으면 더 깊게 여러 번 볼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혼자 읽지 말고 좋은 사람과 같이 읽는 게 좋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보다는 몇 명 정도가 적당합니다. 저의 경우도 맹자를 두 명이서 같이 공부합니다. 물론 한 분은 저의 선생님이기에 배운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그런데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도 공부하면서 많이 배운다고 하시니 같이 공부한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함께 공부하면 그 순간에 새로운 해석과 생각이 떠오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언어는 이렇게 나누면 힘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배운 내용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게 좋습니다. 가르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죠. 사실 공부하면서 제일 많이 배우는 사람은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고전은 특히 그렇습니다. 저도 열심히 배워서 누군가에게 맹자를 가르칠 날이 오기 바랍니다. 지금은 그저 공부한 내용을 가족에게도 이야기하고 친구와 제자들에게도 전합니다. 때로는 글을 써서 생각을 나누기도 합니다. 전하면 내 속에 더 오래 남는 이점도 있습니다. 나누었는데 더 크게 남는 기적입니다.   고전을 읽는 것이 시험이면 재미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고전은 읽고 싶을 때 읽어야 합니다. 억지로는 안 읽는 편이 낫습니다. 억지로의 세상에서는 깨달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고전을 멀리하는 이유가 되죠. 고전이 읽고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고전 이야기를 듣고 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지금 내 삶이 지치고 힘들다면 고전 읽기를 권합니다. 배움의 기쁨을 알게 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고전 방법 고전 이야기 고전 독서 고전 읽기

2023.12.03. 17:22

"고전 명작 영화 한글 자막으로 보러 오세요"

고전 명작 영화를 한글 자막과 함께 무료로 볼 수 있는 상영회가 11월 한달간 개최된다.     둘루스 위치한 카페로뎀이 오는 5일부터 매주 일요일 명작 영화 네 편을 상영하는 '좋은영화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페스티벌은 애틀랜타 한인들에게 좋은 영화를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시작해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영화를 직접 선정하는 카페로뎀의최진묵 목사는 이민 가방에 영화 비디오를 가득 담아올 정도로 '영화광'이다. 그는 동포사회가 필요로하는 영화, 따뜻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매해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1일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주제는 '자유와 인간을 생각하다'다. 적절한 영화를 고르기 위해 1년 내내 고민했다"고 밝혔다.     5일은 쇼생크 탈출(1971년작), 12일은 황야의 7인(1960년작), 19일은 아무르(2012년작), 26일은 닥터 지바고(1965년작)를 상영한다. 모든 영화를 블루레이로 상영해 화질과 음향이 뛰어나며, 한글 자막이 나온다.     최 목사는 '아무르'를 고를 때 고민이 많았다고 언급하며 "노인 주인공의 고민,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라고 전했다.     상영회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팝콘과 음료도 무료로 무제한 제공된다. 객석은 50여석 마련될 예정으로, 선착순이다.   제임스 송 이사장은 "삭막한 이민 생활에 쉼터 같은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영화를 보러 오시라"라고 전했다.     주최 측은 앞으로 한국의 고전 영화, 흑백 영화 등 더 다양한 장르 영화를 선정해 상영회를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의= 404-643-6633,카페로뎀 주소= 3585 Peachtree Industrial Blvd. #128  윤지아 기자고전 명작 고전 영화 한글 자막과 영화 비디오

2023.11.0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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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고전과 대중음악의 섞임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요새 음악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뒤섞인 탈 장르의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서로 크로스오버(Cross over)하며 요동치고 있습니다. 가끔 유튜브나 TV에서 스페인 합창단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를 부르고 러시아 합창단이 ‘황성 옛터’를 부르고 어떤 때는 ‘두만강 푸른 물에’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당황하곤 합니다.     제가 자랄 때는 딴따라 음악이니 딴따라 노래니 뽕짝이니 하면서 트로트 노래를 경시했고 노래는 오페라의 아리아나 클래식을 불러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새 클래식과 대중가요가 크로스오버하여 그 경계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요새 TV에서는 트로트의 리바이벌 바람이 부는지 젊은 가수, 아니 어린 가수들이 반세기도 넘은 ‘신라의 달밤’이나 ‘굳세어라 금순아’ ‘타향살이’를 구슬프게 부르는가 하면 십 대의 여자애들이 ‘섬마을 선생님’이나 ‘동백 아가씨’를 불러서 대중들의 환호를 얻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클래식 가수가 나와서 ‘넬라 환타지아’를 부르고는 바로 연달아 ‘남쪽 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나르면’을 불러 나를 아연하게 했습니다.     한 일 년 전입니다. 고전 소리를 하는 송소희라는 가수가 나와 ‘두만강 푸른물에’를 불렀습니다. 물론 조명도 좋았고 분위기도 화려했지만 그가 부르는 ‘두만강 푸른 물에’는 어는 순수음악보다도 우리에게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예술이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속에 공감을 일으키고 사람의 영혼에 영감을 일으켜 준다면 구태여 딴따라니 뽕짝이니 하면서 낮게 볼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전 제가 학생 때는 누구는 대중소설가이고 누구는 순수문학가라고 하면서 차별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이광수 선생이나 황순원 선생은 순수문학가이고 방인근 선생이나 정비석 선생, 김래성 선생을 대중문학가라고 깎아내리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대중음악이고 무엇이 순수음악일까요.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이나 파바로티가 부르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순수음악이고 정훈희가 부르던 ‘안개’는 대중음악이라는 기준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이를 크로스오버하여 혼합하고 편집하여 새로운 탈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곤 합니다. 하기는 팝페라라고 하여 오페라의 아리아와 팝송을 섞어가며 부르는 가수가 있습니다. 안드리아 보첼리도 팝페라 가수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에서 임형주라는 팝페라 가수의 발표회에 가본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송은혜니 유지희, 박상우 같은 가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순수 음악인가 대중음악인가 하고 논란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트로트 음악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 친구의 집에 갔다가 TV에 나오는 소녀 가수들이 부르는 트로트 음악을 듣는데 집주인 여자분이 그저 혼잣소리로 “저런 재능을 왜 딴따라에 썩힐까, 음악(아마 순수음악을 가르쳤을것입니다)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속해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수필은 순수문학일까 대중문학일까요. 나는 남에게 읽히지 않는 순수문학보다는 남들이 읽고 동감하는 대중문학에 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몰래 흘리는 눈물’처럼 몇 사람에게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신라의 달밤’처럼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글을 썼으면 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아름다운 우리말 대중음악 고전 순수음악보다도 우리 클래식 가수 팝페라 가수

2022.09.14. 20:07

YGCEO 고전 독서 모임…루첼라이정원 6일 개설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전들을 공부하는 독서모임 ‘루첼라이정원’이 오는 9월 6일 오후 7~9시 LA옥스포드팔래스호텔 2층에서 열린다.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의 한인 최고경영자 과정인 ‘연세 글로벌 CEO(YGCEO)’에서 주최하는 이날 모임은 총 20강으로 진행된다. 첫 강의는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 참석해 직접 지도하며 이후부터는 홈페이지에서 스트리밍 동영상으로 진행된다.   ‘루첼라이정원’은 6년 전 김 교수가 지도자 덕목 함양을 목적으로 1502년 처음 결성된 피렌체 귀족 청년들의 고전 공부 모임을 본 따 시작했다. 지금까지 470여명의 한국사회 리더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990달러(그리스/로마 고전 필독서 5권과 선택서 1권 포함)이며 사전 예약 및 등록 필수.   ▶문의: (213)272-2460 장 준 장연화 기자고전 독서 고전 독서 로마 고전 고전 공부

2022.08.22. 19:57

[문화 산책] 고전의 위대한 힘

아주 낯익은 사람과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아뿔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척 멋쩍고 미안하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도 그런 경우가 있다. 매우 귀에 익은 음악인데 곡명이 가물가물, 작곡가가 누구인지도 아물아물하다. 작곡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런 나에게 전문가의 조언은 큰 위로가 된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감상하면 됩니다. 음악은 지식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말, 정말 반가운 말씀이다.   음악에는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구분이 있다. 물론 문학에도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또는 상업문학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미술에서도 순수미술과 생활미술 또는 실용미술은 여러 모로 다르다. 무용도 발레나 현대무용처럼 감상을 위한 것도 있고, 사교춤처럼 직접 즐기며 추는 춤이 있다.   이런 구분은 예술의 사회적 위치나 기능, 작가의 마음가짐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 작품의 쓰임새나 모양에 관한 것이다. 이런 구분을 고급 문화, 저급 문화의 구별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저, 존재 이유나 소비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고전(古典)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클래식을 우리말로는 고전이라고 한다.   지금은 고전의 시대가 아니다. 석학 이어령 선생의 진단이 맞다. 쓸쓸하다. “책이 페이스북을 못 이기고, 철학이 블로그를 못 이기고, 클래식 음악이 트로트를 못 이기는 시대잖아!”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가벼워져 갈수록 고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고전의 위대한 힘을 믿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 위대함이 없어진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고전에 대한 사전의 설명을 빌리면 이렇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다. 고전은 절대로 ‘낡은 것'이 아니라 ‘옛것이되 오늘의 것'으로서, 더 나아가 미래에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것의 총칭이다.   고전은 시냇물이 아니라 바다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고, 모든 것을 잃어도 그것을 토대로 재건할 수 있는 정신적, 문화적 보고(寶庫)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든 예술 분야에 고전이 있다. 고전문학, 고전음악, 고전연극, 고전영화, 고전 오페라 등등 오늘날에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명작들이 참 많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긴 시간 투자해 두꺼운 책을 읽고, 교향곡 전곡을 지그시 감상하고, 옛날 그림을 보겠다고 멀리 미술관을 찾는 인간은 ‘희귀동물'이 되었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뒤지는 노력 필요 없이, 컴퓨터나 손전화기 누르면 온갖 정보가 좌르르 쏟아지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아예 책을 읽지 않고, 긴 글은 읽지 않기 때문에 짤막한 토막글만 남은 세상이다. 검색은 잘 하는데 사색은 하지 않고, 의미는 외면하고 재미만 찾는다.   그런 세상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만들고 누리고 있는 문화 예술 작품이 얼마나 미래의 고전으로 남을까를 조금은 고민하자는 말이다. 문화 예술을 쓰고 버리는 소비재가 아니다.   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정신적 문화적 소산, 즉 고전이 자라날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후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고전 고전문학 고전음악 고전영화 고전 문화 예술

2022.04.07. 18:22

[영화몽상] 고전적 비극과 고전적 영화

 주연이든 조연이든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관한 한 메릴 스트리프는 난공불락이다. 수상 횟수는 3번(여우주연 2번, 여우조연 1번)이지만, 후보에 오른 횟수는 무려 21번(여우주연 17번, 여우조연 4번)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후보에 오른 배우가 캐서린 햅번(1907~2003)과 잭 니컬슨인데, 각각 12번으로 메릴 스트리프의 절반 정도다. 그리고 스펜서 트레이시(1900~1967), 폴 뉴먼(1925~2008), 알 파치노, 덴절 워싱턴 등이 9번이다.   이중 덴절 워싱턴은 ‘맥베스의 비극’으로 다음달 시상식이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개인 통산 7번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애플TV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이 바탕이다. 실제 영화 역시 연극적 분위기가 강하다. 배우들의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문체이고, 배경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한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하다. 특히 영화 속 실내 공간은 현대의 미니멀리즘 건축을 연상시킬 만큼 간결하고 단순하다.   동시에 할리우드 고전 흑백영화의 분위기가 강하게 묻어난다. 영화 자체를 흑백으로 촬영한 데다, 단순화한 공간에 강한 조명을 더해 흑과 백을, 빛과 그림자를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이 강렬한 명암은 자신이 왕이 될 것이란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던컨 왕을 죽여 스스로 예언을 실현하지만, 광기와 죄책감에 스스로 파멸해가는 맥베스 부부의 비극에 더없이 어울린다. 감독은 조엘 코엔.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늘 동생 에단 코엔과 함께였던 그가 처음으로 혼자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와 거리가 있던 그를 ‘맥베스’로 안내한 사람은 그의 부인이자, 극 중 맥베스 부인 프란시스 맥도먼드다. 지난해 ‘노매드랜드’를 포함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받은 그의 출발도 연극무대였다.   셰익스피어에 친숙한 관객이라면 ‘오셀로’의 무어인 장군이라면 몰라도, ‘맥베스’의 스코틀랜드 왕을 덴절 워싱턴이 연기하는 것이 색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 배우가 맥베스를 연기한 건 처음이란다. 한데 따지고 들면 맥도먼드도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미국 일리노이 출신이다. 이 영화에선 맥베스의 몰락에 결정적인 인물 맥더프와 그 가족들 역시 흑인 배우들이 연기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고전영화의 분위기로 새롭게 구현한 이 영화에는 새로운 발견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닐까 의심할 만큼 기괴한 몸의 움직임과 함께 세 마녀를 연기한 배우 캐슬린 헌터다. 아카데미 후보 명단에는 없다. 물론 아카데미상이 언제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이후남 / 한국 문화선임기자영화몽상 고전 비극과 고전적 비극과 할리우드 고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022.02.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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