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오전 9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이탈리아어·영어 말고도 “오늘 예매표 완판됐다며?” 하는 한국말도 들렸다. ‘해바라기’ 앞은 셀카 찍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암스테르담 방문객들의 필수 관람 코스 반 고흐 미술관, 그냥 된 게 아니다. 흔히들 빈센트 반 고흐를 유일하게 알아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로 동생 테오를 꼽는다. 그러나 반 고흐가 37세로 요절하고 반년 뒤 테오도 세상을 떠난다. 반 고흐가 남긴 작품을 포함한 테오의 유품은 그대로 아내 요하나에게 상속된다. 파리의 화상이던 테오도 팔지 못한 ‘혹’과도 같던 작품들이었다. 결혼한 지 2년도 안 돼 과부가 된 그녀는 이후 두 번 더 결혼하면서도 그림을 잘 간직했다. 요하나가 아니었다면 반 고흐의 그림은 진작에 여기저기 흩어졌을 거다. 요하나는 또한 네덜란드에 있던 테오의 묘를 프랑스 오베르쉬르와즈의 반 고흐 옆으로 이장했고, 반 고흐의 편지를 출간했다. 오늘날 반 고흐가 수퍼스타가 된 데는 이 출판의 공이 컸다. 테오의 아들 빈센트 빌럼은 엔지니어로 자랐다. 테오가 “형처럼 단호하고 용감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며 갓난아기 이름을 빈센트로 하겠다고 알리자 반 고흐가 “나처럼 불행해지면 어떻게 하냐” 짐짓 걱정했던 그 조카다. 반 고흐는 아기방에 걸라며 화사한 아몬드꽃(사진)을 그려 보냈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의 요청에 빌럼은 1930년 삼촌의 그림들을 영구 대여했고, 1962년에는 국가에 위탁한다. 이후 반 고흐 미술관을 설립한 것도 빌럼이었다. 반 고흐가 인생의 마지막 봄에 그린 아몬드꽃처럼, 그의 예술은 제수와 조카 손에 활짝 피었다. 권근영 / 한국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아는 그림 빈센트 고흐 고흐 미술관 아들 빈센트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2025.04.20. 17:41
쓸쓸함이 차 있는 고흐의 빈방 회색 하늘이 너무 낮아 햇살 따라 왔던 곳 올리브 숲이 있고 사이프러스 나무 하늘에 닿은, 밤이면 별들이 바람에 밀리는 소리 강 위엔 부서지는 그림자 카페 테라스에 흔들리는 노란 등 해바라기 밀밭, 따스한 부드러움 그러나 고흐의 심장을 뚫었고 문 앞의 작은 테이블에 오지 않는 고흐를 기다린다. 조찬구 시인·뉴저지글마당 노랑과 고흐 빈방회색 하늘 그림자카페 테라스 사이프러스 나무
2024.05.17. 21:58
고흐 특별전이 시카고 미술관에서 시작돼 오는 9월까지 계속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고흐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고흐와 동료 작가의 작품 75점이 일반에 소개된다. 이 가운데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자화상'을 포함해 8점이며 나머지 작품들은 다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이 대여돼 한 자리에 전시된다. 조르주 쉬라 등 네 명의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공개된다. ‘반 고흐와 아방가르드: 현대적인 풍경'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번 특별전은 1882년~1889년 프랑스 파리의 서버브에 속하는 아니에르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고흐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센강이 흐르는 이 지역은 당시 빠르게 현대화가 진행되어 가고 있던 곳으로 고흐와 동료 작가 4명은 이 곳에서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미술관측은 아방가르드라는 말이 앞으로 나아가는, 선구자가 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당시 작가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었는지, 도시를 벗어나서 새로운 회화 양식을 찾고자 했던 노력들을 통해 어떻게 인상주의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주고자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서는 시카고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그린 조르주 쇠라가 이 지역을 대상으로 그린 작품도 소개된다. 한편 이번 고흐 특별전은 5월14일부터 9월 4일까지 시카고 미술관(111 S. Michigan)에서 진행된다. 특별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시카고 거주자의 경우 20달러인 미술관 입장료에 더해 1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시카고 미술관은 현재 화요일과 수요일은 휴관하며 목요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시카고 거주민들의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미술관 웹사이트(artic.edu)에서 확인할 수 있다. Nathan Park 기자고흐 작품 고흐 특별전 시카고 미술관 작품 세계
2023.05.12. 15:03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것인지까지는 불확실하지만, 새해는 왔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아쉬움의 자리에 기대와 희망을 채우는 법인데 올해는 의례적으로 있을 법도 한 기대와 희망이 이례적으로 적었다. 언론만 봐도 그렇다. 연말께면 새해엔 가능하다며 공상과학 같은 희망이라도 재미로 내놓는데 올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경기침체 가능성이 20%에서 70%까지 오르는 전망 기사가 중계방송처럼 이어졌다. 최대 현안도 대부분 지난해의 난제였다. 경기침체부터 실업률, 임금,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결, 코로나19, 기후변화까지 대부분 지난해의 문제이거나 잠복했다 불거질 만한 것이었다. 이를 예고라도 하듯 지난해 연말을 장식한 것은 눈 폭풍과 주가 급락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덮친 눈 폭풍과 한파는 영화 세트장 같은 기묘한 모습을 연출하며 기후변화가 불러올 미래를 예고했다. 2021년 텍사스 한파의 충격 이후 1년여 만이라는 점도 위협적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인은 같다. 북극 찬바람이 온난화로 약해진 제트기류를 뚫고 내려왔다. 다만 발생 주기가 짧아졌다.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산타 랠리가 사라졌던 주가는 새해 첫날부터 반짝 상승했다 하락장으로 돌아섰다. 10년 넘게 증시를 장악하며 세상을 삼킬 기세였던 IT 성장주는 코로나 시대의 광폭 상승과 함께 마지막 불꽃을 태운 것일까. 불안한 증시를 반영하듯 새해가 시작되자 경제지마다 배당수익이 높은 주식 기사를 쏟아냈다. 여기에 국채와 부동산까지 합하면 불안하지 않은 자산이 거의 없다. 금리 전망도 밝지 않다. 시장은 금리 인상이 멈추거나 다시 내려가길 바라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실업률이 너무 낮거나 임금 상승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은 멈추지 않고 연준도 금리를 내릴 수 없다. 다른 물가가 내려가도 한번 오르면 내려가기 어려운 임금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잡기에 한계가 있다. 벌써 새해엔 임금이 오르는 저소득층이 유리하고 고소득층이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불리까지 따질 정도인가 싶긴 하지만 인플레이션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19도 완전히 끝날 조짐이 없다. 변이 확산과 방역을 완화한 중국 관광객의 대량 확진에서 보듯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는 이제 반쯤 지났을 뿐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지나치게 기술적이라고 여길 수는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각심은 사라지고 집중적 대처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서 일이 터지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더 커졌다. 드러난 리스크는 이미 리스크가 아니라는 말에 기대면 헛된 기대나 위험한 희망보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조심스럽게 해를 맞는 것이 꼭 나쁠 것은 없다. 적어도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돌진은 하지 않을 것이고 돌격보다는 진지전의 자세로 조심스럽게 현실을 잘 지키다 보면 위기에서 기회가 나올지도 모른다.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는 앞쪽으로 황금색 밀밭이 펼쳐져 있고 밀밭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들판 끝에는 검푸른 하늘이 드리웠고 검은 까마귀가 전조처럼 날고 있다. 일자리가 넘치고 임금이 오르는 현실과 어두운 거시경제처럼. 전망에 비해 현실이 지나치게 화사한 것일까, 현실에 비해 전망이 지나치게 어두운 것일까. 올해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닮았다. 안유회 / 에디터·국장프리즘 고흐 그림 임금 상승 실업률 임금 인플레이션 잡기
2023.01.03. 20:22
나치가 강탈했던 빈센트 반 고흐의 풍경화 ‘건초더미’가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590만 달러에 팔렸다. 이는 경매에 부쳐진 그의 수채화 가운데 최고가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작품의 예상 낙찰가는 2000만∼3000만 달러였다. 고흐의 유명한 작품 대부분은 유화이지만, 그가 1888년 프랑스 아를 지방에 1년여간 머무는 동안 그린 이 작품은 물감과 수채화 재료, 펜과 잉크를 사용해 완성했다. 프랑스 아를 지역의 밀밭에서 수확 중인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목가적인 그림 내용과는 달리 소유주가 여러 차례 뒤바뀌는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고흐가 37살 때인 1890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는 그의 동생인 테오 반 고흐가 소유하게 됐고, 1905년 마지막으로 전시된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다 2차대전 당시 프랑스를 점령했던 나치가 강탈해 갔다. 1970년대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이 그림은 다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끝에 크리스티 측이 수집가 및 고흐 후손들과의 협의를 통해 사들여 소장해 왔다. 네덜란드 출신의 후기 인상파 화가인 고흐는 미술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작가지만 당대에는 거의 빛을 보지 못했다. 사설 고흐 고흐 그림 풍경화 건초더미 사진 크리스티
2021.11.12. 19:15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약탈했던 후기 인상파 거장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 19일 CNN방송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고흐가 1888년에 그린 수채화 '건초 더미'(Wheat Stacks)로, 프랑스 아를 지역의 밀밭에서 수확 중인 여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CNN은 이 그림이 내달 11일에 열리는 경매에서 최대 3000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해당 작품을 그릴 당시 건강이 나빴던 고흐는 아를 지역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모습에 매료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초 더미도 이 시기 그가 수확을 주제로 그린 여러 작품 가운데 한 점이다. 이 작품은 190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에서 열린 고흐 회고전에서 대중에 마지막으로 공개된 바 있다. 크리스티에 따르면 건초 더미는 목가적인 풍경을 담은 그림 내용과 상반되게 지금껏 그림 소유주가 여러 차례 뒤바뀌는 험난한 여정을 겪었다. 당초 해당 작품은 고흐의 동생 테오의 소유였지만 이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미리암 캐롤라인 알렉산드린 드 로스차일드가 작품을 소유했지만,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는 건초 더미를 포함해 로스차일드가 갖고 있던 작품을 약탈했다.
2021.10.19.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