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부족은 얼마나 심각할까.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200만 채 이상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다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300만 채로 추산하고 질로는 400만 채 이상이라고 분석한다. 브루킹스연구소는 500만 채, 매켄지는 800만 채가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공화당은 부족분이 2000만 채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보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수치가 이렇게 다르고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이유는 주택 수요의 계량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은 얼마가 적정 가격인지, 몇 명이 거주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면적이 바람직한지를 산정하는 가정이 모두 다르다. 주거비 부담이 핵심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주택 수요를 추정하는 것은 경제적 논란을 넘어 정책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1억4600만 채의 주택이 있다. 이 가운데 810만 가구는 혈연 관계가 아닌 이들과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이른바 '동거 가구'로 분류된다. 질로는 이들 대부분이 독립 주거를 선호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서 주택 부족분을 추산한다. 질로는 임대나 매매가 가능한 공실 주택이 340만 채 존재한다고 보고 이를 동거 가구 수에서 뺀 470만 채를 추가로 필요한 주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주택을 분석할 때 대체로 두 가지 질문이 중요하다. 적정한 공실률은 얼마인가, 높은 주거비 때문에 독립을 미룬 가구는 얼마나 되는가이다. 건전한 주택 시장에는 일정 수준의 공실이 필요하다. 공실은 세입자나 매수자가 바뀌는 과정이거나 리모델링 상태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소유주가 두 곳 이상의 거주지를 오가는 경우일 수도 있다. 전국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약 600만 채, 즉 20채 중 1채는 세컨드 하우스다. 적정 공실률은 전문가마다 다르며 3%에서 13%를 오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건설이 급감하면서 공실률은 2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가 점유 주택은 1% 미만, 임대 주택은 5% 수준까지 낮아졌고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론적으로는 가구 수에 일정 수준의 공실을 더한 숫자가 적정 주택 수일 수 있다. 그러나 가구 수 자체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주거비가 과도할수록 성인 자녀가 부모와 동거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5~34세 성인의 18%가 부모 집에 거주했는데 이는 1970년대의 8%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존 가구 수에 적정 공실과 함께 충분한 공급이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형성됐을 잠재 가구를 더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동일한 틀을 적용한 연구도 결론이 다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와 폴리시맵은 1985~2000년의 주택시장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80만 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사정이 있어 독립하지 못한 잠재 가구 120만 가구를 더해 총 200만 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06년의 공실률 12% 이상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주택 가격 외에 취업난이나 결혼 지연 같은 요인을 분리하는 통계 모델을 적용해 490만 채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2022년 의회 보고서는 전혀 다르게 접근했다. 과거 시장을 복원하려는 대신, 개발업자가 인허가나 조닝 규제 없이 수요에 맞춰 지을 수 있었다면 몇 채를 지었을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의회 합동경제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토지 가격이 주택 가격의 약 20%이어야 정상 시장이며 이를 초과하면 공급이 인위적으로 제약된 것이라고 봤다. 이 기준을 모든 카운티에 적용한 결과 부족분은 2000만 채에 달했다. 이 계산에 따르면 노스다코타와 웨스트버지니아는 주택 부족이 거의 없지만, 가주는 450만 채가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공화당은 의미 있는 공급 확대만으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추가로 270만 채를 지으면 약 500만 명에게 주택 소유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케빈 코린스 이코노미스트는 "집값을 실제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려면 기존 추산보다 훨씬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택 분석가 케빈 에르드먼은 또 다른 계산을 제시한다. 물가를 반영한 1인당 주택 건설 지출이 1990년 이후 개인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만약 1990년대 수준을 유지했다면 주택 4000만 채가 늘어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대부분의 공식 추산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하고 실제 부족분을 1500만~2000만 채로 본다. 반면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도시계획학자인 커크 맥클루어와 알렉스 슈워츠는 900개 대도시권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인구 증가가 주택 공급을 초과한 지역은 19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8년 이전 과잉 건설로 주택에 여유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층 가격대의 주택 부족은 인정하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맥클루어는 최저임금 인상이 더 효과적인 해법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케이토연구소도 주택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왔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집값이 비싸고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의 큰 집을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집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노버트 미셸 이코노미스트는 "부족하다는 말은 살 곳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며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족한 주택 수를 둘러싼 의견차에는 수학적 모델 차이도 있지만 주택 부족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주택 분석가 에르드먼은 "28세 청년들이 집이 있었다면 부모와 살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게 부족이 아니라면 언제 이 단어를 쓰겠느냐"고 반문한다. 안유회 객원기자주택 계산 주택 부족분 적정 주택 공실 주택
2026.02.25. 18:15
LA를 포함한 가주 주요 도시들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공급 대비 수요 격차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중개업체 질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LA에서 임대 또는 매매가 가능한 주택 수는 11만4244채였지만, 가족이 아닌 타인과 거주지를 공유하는 가구는 무려 45만2994가구에 달했다. 33만8750채의 격차를 보여 공급 가능 주택 수 대비 수요가 4배 가까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공실 주택 수는 11만3243채, 공동 생활을 하는 가구의 수는 44만9971가구로 격차가 더 커진 셈이다. 주택 부족 현상은 특히 LA를 포함한 가주 주요 대도시에서 두드러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총 5만1356채의 공실 주택이 있었지만, 19만1346가구가 집을 공유하며 사는 것으로 집계돼 격차는 13만9990채로 가주에서 LA 다음으로 격차가 컸다. 전국 기준으로도 세 번째였다. 이어 4위인 샌디에이고는 가용 주택 수가 2만6824채, 공유 거주 가구는 12만2655가구로 차이가 9만5831채에 달했다. 5위 또한 샌호세로 1만9030채의 주택에 비해 공유 거주 가구는 7만5408가구여서 5만6378채가 부족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준으로 봤을 때도 상황은 심각했다. 가용 공실 주택 수는 약 340만 채에 불과한 반면, 타인과 거주지를 공유하는 가구는 무려 810만 가구에 달해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격차는 약 470만 채로 1년 전보다 15만9000채 증가했다. 질로는 이 같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여전히 많은 가정이 타인과 주거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신규 주택 건설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며 주택 부족의 확산을 일정 부분 억제했지만, 누적된 격차를 해소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한 해 동안 주택 부족은 2022년의 증가분 25만7000채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여전히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공공주택 및 저소득층 대상 주거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주는 높은 건축 비용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 토지 부족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신규 개발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자립을 시작한 젊은 세대들이 높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 대출 장벽 등으로 인해 독립적인 거주 형태를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공유 거주 가구 중 가장 큰 비중(38%)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Z세대(29%)가 그 뒤를 이었다. X세대와 베이비부머는 각각 17%, 16%로 집계됐다. 한편 가주 정부는 주거 문제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기관을 신설해 주거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올해 초 기존의 ‘비즈니스·소비자서비스·주택청’을 분리,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주 의회는 이 계획을 지난 4일까지 기한을 두고 논의했으나 결국 반대 의견이 수렴되지 않아 새로운 주택 전담 기관 설립 작업을 공식화했다. 가주 주택 컨소시엄의 레이 펄 전무는 “주택 담당 내각 기관이 생긴다는 건, 그 자체로 주택 의제를 최고 정책 우선순위로 격상시키는 의미”라며 향후 주택 예산 프로그램에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훈식 기자주거난 공급 주택 공급 공실 주택 가용 주택 박낙희 임대 렌트 주택 주택난 가주 LA
2025.07.14.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