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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지다] 잉크타운, 나를 만든 이름

‘흑인 공동체, 백인 가족,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란 한 아들의 회고’는 내가 집필 중인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의 부제다. 독자들은 아마 내 칼럼 말미에서 이 제목을 이미 보았을 것이다.     나는 디트로이트 외곽의 흑인 공동체, 미시간주 잉크스터(Inkster)에서 자랐다. 주민들은 이곳을 ‘잉크타운’이라 불렀다. 우리 가족은 그 동네에서 유일한 백인 가정이었고, 나는 학창 시절 내내 반에서 유일한 백인 아이였다. 나는 그 경험에 평생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쓰는 예술 관련 글들은 모두 그 성장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예술관에 깊이 빠져든 경험은 십대 시절이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 위니프레드 하지(Winifred Hodge)가 나를 디트로이트 미술관(DIA)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회화와 조각을 바라보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설명해 주었고, 추상미술의 장벽을 허물어 주었다. 그 경험은 내 삶에 큰 기쁨과 충만함을 안겨준 평생의 예술 사랑으로 이어졌다.   고향에서 만난 또 다른 인물 크리스티나 스미스(Christina Smith)는 나를 현대무용과 발레 공연에 자주 데려갔다. 그를 통해 나는 신체를 통한 예술적 표현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정들이 있을 때, 무용은 그것을 깊이 있게 표현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 삶을 바꾼 인물은 또 있다. 가족을 제외하면 아마도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학창 시절 친구 마크 웰스(Mark Wells)였다. 마크는 나의 음악적 멘토다. 내가 수십 년 동안 전업 음악가로 활동하다가 최근 반은퇴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그로부터 시작됐다. 사실 ‘멘토’라는 말로는 마크를 다 담아내기 어렵다. 내가 무용을 안무하거나 그림으로 그를 표현할 재능이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작가로서 나는 영감, 관대함, 인내, 그리고 끝없는 격려 같은 단어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크와 나는 여전히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며 말과 음악으로 긴 대화를 나눈다. 우리는 미시간주 잉크스터의 스타더스트 럭셔리 라운지에서 매달 첫 번째 일요일마다 열리는 ‘잉크타운 잼 세션’을 함께 주최하고, 무대에도 함께 오른다.     디트로이트 인근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들러보길 권한다. 마크를 직접 만나게 된다면 분명 그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는 미술관 강연과 투어를 즐기는, 예술을 사랑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잉크스터에서 씨앗이 뿌려지고, 뉴욕에서 가꾸어졌으며, 한국에서 풍성한 결실을 맺은 이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에 대한 사랑은 나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 넘쳐난다.     그래서 이를 독자들과 나눌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 예술의 복음을 전하는 내 설교를 견뎌줘서도 고맙다.   새해를 맞으며, 2025년 첫 주에 이 칼럼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읽어준 모든 독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특히 이메일로 글에 대한 소감을 보내준 독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미국과 한국에 이토록 많은 예술과 문화의 애호가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다.   불안정과 외국인 혐오, 과학 부정,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인종차별, 폭력적 여성혐오 인물에 대한 미화, 자금과 박수 속에 자행되는 집단학살, 그리고 환멸과 냉소에 빠지기 쉬운 수많은 유혹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도, 예술이 상처를 치유하고 간극을 잇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된다.     문학과 음악, 무용과 시각예술은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 더 나은 길을 보여줄 힘을 지니고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예술은 이해를 낳고, 그 안에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이 있다. 이것이 내가 잉크타운에서 배운 변하지 않는 교훈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해 인사를 미리 전한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잉크타운 이름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예술 사랑 예술적 표현

2025.12.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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