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불체자 단속 후…맥아더 공원에 산책 시민 돌아왔다
LA 우범 지역 중 하나로 전락했던 맥아더 공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펜타닐 문제, 노숙자, 갱단 간 총격 등으로 얼룩졌던 이 공원이 지난 7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진행한 단속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10시, 맥아더 공원 주변 인도에는 오고 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공원 벤치도 마찬가지다. 평소 노숙자가 자리를 차지했던 벤치들을 둘러보니 아무도 앉아 있는 이가 없었다. 길바닥에 나뒹굴던 부탄가스통, 라이터, 주사바늘, 콘돔 등도 보이지 않는다. 인도가 물에 젖어 있고, 쓰레기가 치워진 것을 보니 공원이 한산해지면서 대대적인 청소가 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민 당국 요원들이 맥아더 공원에 갑자기 들이닥치고 난 후 나흘이란 시간이 흘렀다. 공원 곳곳의 전봇대마다 여전히 ‘ICE 단속이 있었다’ ‘가능하면 이 지역을 피하라’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일종의 경고문이다. 맥아더 공원을 순식간에 공포로 몰아넣었던 단속이 의도하지 않게 긍정적 여파를 미치는 것일까. 공원 내 마약 중독자들도 자취를 감췄다. 맥아더 공원에는 평소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때문에 허리를 구부린 채 경직된 자세로 있던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단속 이후 마약 중독자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 폴 로레도는 “노숙자들이 거리낌 없이 공원에서 잠을 자고 마약 중독자들이 활보하던 이곳이 단속 이후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노숙자나 마약 중독자들이 사라지니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시키는 시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산해진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던 엔리케 과달루페도 “지난 수년 동안 공원이 이렇게 조용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각종 범죄로 위험한 지역이었는데 이렇게 달라졌다는 게 놀랍다”고 전했다. 맥아더 공원에는 본래 나무마다 하얀색 박스가 비치돼 있었다. 펜타닐 해독제인 ‘나르칸’이 들어 있는 박스다. 펜타닐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응급 상황 시 즉각 투여할 수 있게 비치해 둔 것인데, 단속 이후 나르칸 박스도 모두 사라졌다. 공원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신분증, 영주권, 운전면허증 만들어드립니다”라며 외치던 불법 밀매업자들의 호객 행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온라인 매체 ‘클립뉴스(KlipNews)’는 연방정부 내부 소식통을 인용, ICE가 지난 7일 맥아더 공원에서 벌인 대규모 작전에는 ‘위조 신분증(Fake ID)’ 단속도 포함돼 있었다고 9일 보도했다. 맥아더 공원이 서부 최대의 위조 신분증 유통 시장이자, 불법 이민과 인신매매의 거점이었기 때문에 단속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공원 주변에 무분별하게 자리 잡고 있던 노점상들에게도 단속 여파가 미쳤다.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상당수 노점상이 장사를 접으면서 거리는 눈에 띄게 정돈된 모습이다. 공원 인근 유명 식당 ‘랭거스 델리’의 직원 노아 벨레즈는 “이곳에는 항상 노점상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며 “단속 이후로 동네가 매우 조용해졌다”고 전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맥아더 공원의 평온이 공포가 낳은 역설인지, 변화의 계기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공원 주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김모씨는 “맥아더 공원은 원래 불법 체류자가 많고 MS-13을 비롯한 갱들 간의 권력 다툼이 잦은 곳으로, 단속 이후 그들이 일시에 자취를 감춘 것은 맞다”며 “예전에 범죄가 많아서 경찰 순찰이 잠시 강화됐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갱단 특성상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군사작전 된 불체자 단속…맥아더 공원 장갑차 등장 김경준 기자맥아더 불체자 맥아더 공원 공원 벤치 공원 주변
2025.07.10.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