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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오늘은 오페라 아리아로 산책하러 나가 보려고 합니다. 이민자로 산다는 것이 뭔지, 먹고 사는 것이 뭔지 통 생활에 여유가 없어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다가 실로 오랜만에 수필을 쓰는 것 같습니다.   작곡가 푸치니는 많은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투란도트는 그의 유작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아리아 Nessun Dorma는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로 많이 불렸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의 공주 이름인데 공주는 절세미인입니다. 그러나 차갑고 냉혹한 얼음 공주로 나옵니다. 이제 공주가 결혼해야 하는데 맘에 차는 사람이 주위에 도무지 없습니다. 그래서 공주는 전국에 공포해서 멋진 남자를 찾습니다.   공주가 낸 수수께끼 세 개를 다 맞추면 그 청년과 결혼하겠다. 그러나 만일 맞추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공포합니다. 용감한 청년들이 많이 도전했지만 모두 맞추지 못하고 참수형을 당합니다. 그들의 목이 거리에 많이 걸려 있습니다. 이런 공포 속에서 용감히 등장하는 왕자 칼리프. 칼리프는 공주의 수수께끼 세 개를 다 맞춥니다. 약속대로라면 공주는 칼리프와 결혼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주는 거절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이때 왕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수수께끼를 하나만 내겠습니다. 공주가 맞추면 내가 사형당하고 맞추지 못하면 나와 결혼해야 합니다. 내 이름이 무엇입니까. 단 이 밤이 새기 전에 맞추어야 합니다.” 이에 공주는 시녀들에게 선포합니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 이 밤이 새기 전에 왕자의 이름을 알아 오라. 만일 알아오지 못하면 모두 죽이겠다.   이때 부르는 왕자의 노래가 Nessun Dorma 입니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 그러나 공주의 수고는 헛될 뿐.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 오직 나만 알고 있을 뿐.   이 밤이 가고 새벽이 오면 나는 승리하리라. 나는 승리하리라.   진짜 멋진 아리아입니다. 이 아리아 배경으로 여성 합창이 정말 아름답게 울려 퍼집니다.     이제 새벽이 오면 우리는 다 죽는구나. 우리는 다 죽는구나.   이 오페라에서 공주는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이것을 식언이라고 합니다.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먹어서 없던 말로 해버렸습니다. 또 공주는 힘의 논리를 폅니다. 공주는 힘이 있고 왕자는 없으며 공주에게는 생사여탈권이 있으나 시녀들에게는 없습니다. 한쪽은 정의는 있지만 힘은 없고 한쪽은 정의는 없지만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공주의 불의에 당당하게 저항합니다. 작곡가는 이 모습을 남성의 최고 음으로 표현했습니다.     시녀들은 이제 날이 밝으면 죽어야 합니다. 정의 편에 서 있지만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녀들은 비록 죽음이 앞에 있지만 저항 세력을 응원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릅니다. 정의를 위하여 싸우는 투사의 노래와 너무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룹니다.   Nessun Dorma는 이렇게 호소합니다.     힘없는 정의가 이긴 역사는 없다. 그러나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는 있고 이를 지원하는 여성의 절규가 있다. 저항과 절규는 아름답습니다. 이 아침 이 노래를 들어 보세요. 나는 승리하리라고 외치는 남성 최고 음을 감상하시며 오늘도 승리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중간 부분에 있는 여성의 합창(절규)을 놓치지 마세요. 이강민 / 관세사삶의 뜨락에서 공주 왕자 칼리프 오페라 아리아 아리아 배경

2024.02.01. 17:55

[별별영어] 헝가리 공주

 고전으로 손꼽히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는 사회적 방언을 실감 나게 보여 줍니다. 1900년대 초 같은 런던에 살면서도 계층에 따라 말이 달라 서로 소통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오드리 헵번(사진)이 연기한 일라이자는 길에서 꽃을 팔며 하층민의 말 코크니(Cockney)를 사용하는데 극장 앞에서 우연히 만난 음성학자 히긴스 교수가 자신의 발음을 형편없다고 지적하자 다음 날 그를 찾아갑니다. 말씨를 바꾸고 꽃집을 차려 성공하고 싶다고 하죠.   우여곡절 끝에 히긴스의 맹훈련은 성공합니다. 코크니의 여러 특징 중에  today를 ‘투다이’로 발음하는 것이 알려져 있죠. 그는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처럼 ‘에이[ey]’ 음이 많은 문장을 무한 반복하라는 등 갖가지 훈련을 시켜요. 결국 일라이자는 무도회에서 완벽한 상류층 언어를 구사해 정중한 대접을 받습니다. 귀족들은 그녀를 ‘헝가리 공주’라고 짐작하는데, 이 대목이 흥미롭죠. 왜 하필 헝가리 공주일까요?   헝가리에는 여러 언어를 쉽게 배우는 언어천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헝가리인의 대다수인 마자르족은 동양인에 가까운 외모에 우랄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유럽의 언어는 대부분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만 헝가리어는 먼 동양에 뿌리를 두고 있지요.   동서양의 이질적인 문명이 교차했던 지역이라 그런지 헝가리뿐 아니라 주변의 동유럽 국가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어를 쉽게 배웁니다. 서양은 물론 동양의 언어도요. 동유럽인 교수들은 전 세계 어디서 학회가 열리든 2주 전쯤 현지 언어를 미리 익힌다며 공부해요. 큰 용기를 내서가 아니라 교양인으로서 당연하다 여기면서요.   최근 러시아의 침략 때문에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우크라이나인들도 동유럽인답게 외국어 구사력이 뛰어납니다. 이들은 슬라브족이고 언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만 아마 적극적으로 이민족들과 소통한 조상들의 유전자가 남아 있나 봅니다.   옛날에는 전쟁을 통해 동서양 문명의 교류가 이루어졌지만, 21세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전쟁의 비극을 알기에 우리는 더욱 마음 아프지요.   기필코 조국을 지켜내겠다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거나 전장에 남은 이들과 피난길에 오른 이들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리고 전쟁이 얼른 끝나 동유럽인들이 빼어난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소통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별별영어 헝가리 공주 헝가리 공주 상류층 언어 언어 능력

2022.04.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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