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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라는 선물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질문이 나의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현재만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기억해야 과거가 있고, 기대해야 미래가 있고 지각해야 현재가 있다.’라는 말대로 ‘과거는 history, 현재는 present, 미래는 mystery.’라는 말을 굳게 믿으며. 지금, 이 순간을 잘하면 과거도 미래도 좋을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미리 걱정하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만나는 사람과 어느 날부터 연락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멀어져 과거의 한 시절 인연으로 끝납니다. 상대가 연락해오면 인연은 이어져 만남은 현재 진행 중인 관계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와 만남을 미래에도 지속할지는 예측할 수 없어서 기대하지 않습니다.     나는 만나던 사람들과 문제가 생기면 감정싸움을 하지 않고 조용히 끝냅니다. 그래서인지 과거 인연에 대한 후회도 애착도 없습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질 때 돌아서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만남이라는 아쉬움으로 헤어짐을 늦추며 그 시간을 충실하게 즐깁니다. 헤어진 후 그들이 나에게 다시 연락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현재에만 집중하는 버릇은 중앙일보에 글을 쓰고 난 후 더 심해진 듯합니다. 그러니까 20년 정도 제 머릿속에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엔 씁쓸하고 서글픈 과거에 대한 기억이 많았습니다. 신문 지면에 시시콜콜한 일상의 파편들을 쏟아낸 후, 머릿속이 비어서인지 더는 과거에 대한 미련, 후회, 아쉬움, 안타까움, 그리움이 지우개로 지워진 듯 없어졌습니다.     과거는 let go하고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므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새벽을 쫓는 닭 울음에 깨어나는 나에게 혹여 운세가 나쁘지 않다면 다가올 운명은 좋은 모습으로 오리라 믿습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선물 present 미래 과거도 미래 미련 후회

2026.02.0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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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지금 우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은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어렵습니다. 서로의 이해가 갈라서 실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지금(只今)이라는 말은 현재인 것 같지만 때로는 가까운 미래가 되고, 지나간 과거가 됩니다. 지금이 모여서 흐르는 시간이 된다는 말은 이상하지만 맞는 답입니다. 우리말에서 시간에 관한 말은 매우 복잡하고 때로 부정확합니다. 시제라는 게 딱 정확한 것이 아니기에 재미있는 구석도 있습니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겁니다.     지금 당장 가져오라는 말은 사실 미래입니다. 말하는 순간 지금은 지나갔기 때문에 가져오는 행위는 미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먹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은 또한 과거이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는 말은 복잡한 시간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여기에 있다고 할 때는 현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는 말은 여러 시제에 걸쳐져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라는 말도 지금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나타낸다는 말이 적당할 정도로 현재의 현(現)은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나타나 있는 것이 현재(現在)라는 말의 뜻입니다. 나타나 있는 것이 현재이고, 지나간 것이 과거(過去)이고, 아직 오고 있는 것이 미래(未來)입니다. 미래를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오고 있다고 보는 게 긍정적입니다. 반드시 올 겁니다. 그러기에 오고 있는 미래입니다.   지금과 비슷한 말로는 방금(方今)과 금방(今方)이 있습니다. 순서를 뒤집어 느낌을 구별한 말입니다. 방금이 조금 전의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느낌이라면 금방은 짧은 시간임을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두 말을 섞어 쓰는 것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금방 갔다는 말은 오래 있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방금 갔다는 말은 간 지 오래지 않았음을 강조합니다. 글자의 순서만으로도 느낌을 바꿉니다.   ‘지금, 현재, 방금, 금방’이라는 말은 모두 한자어입니다. 저는 이 말들을 보면서 순우리말인 ‘이제’를 떠올립니다. 이제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입니다. 우리는 과거를 순우리말로 어제, 그제라고 표현했습니다. 때로는 ‘이제나저제나’에서처럼 저제라는 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멀어지면 ‘엊그제, 그끄제’와 같이 표현하기도 합니다. 과거를 나타내는 말로는 ‘아래’도 있습니다. 아래는 공간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시간으로서 과거를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공간이 시간을 나타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사이’라는 말이나 ‘틈’이라는 말은 공간이면서 시간입니다.     미래는 지금은 안 쓰지만 ‘올제’가 있었습니다. 고려 시대 송나라 사람이 쓴 계림유사라는 책에는 내일이라는 순우리말로 올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어제와 올제 사이에 이제가 있습니다. 이제라는 말 역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는 흘러갑니다. 과거에서 미래로 점점이 흘러갑니다. 그러기에 때로는 과거처럼 보이고, 때로는 미래처럼 보일 겁니다.     언어를 공부하면서 늘 느끼는 겁니다만,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은 없다고 할 정도로 말을 하는 순간 과거가 됩니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떠올리면 아직 하지 않았기에 미래입니다. 말은 살아있습니다. 변화합니다. 지나갑니다. 다가옵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말을 바라보는 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고,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지금, 이제 우리말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즐겁게 사는 연습도 해야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과거도 미래 엊그제 그끄제 올제 사이

2023.04.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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