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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여파, 관광객 발길 뚝

  ━   원문은 LA타임스 10월1일자 “A rough summer for tourism: L.A. sees less foot traffic, fewer international visitors” 기사입니다.     몇 달간 이어진 부정적인 뉴스가 LA에 혹독한 여름을 가져오며, 자연재해와 이민 단속으로 이미 타격을 입은 도시의 경제난을 더욱 심화시켰다.   캘리포니아 관광청(Visit California)이 9월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외국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명 이상 적은 수치다. 8월 한 달 동안만 봐도 입국자 수는 2024년 대비 7.5% 줄었다.   올해 이 지역의 경제와 도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1월 이튼(Eaton) 화재와 팔리세이즈(Palisades) 산불의 충격적인 장면들, 그리고 6월의 대규모 이민 단속은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며 관광객들을 멀어지게 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과 외교적 공세가 더해지면서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아예 미국을 기피하게 됐다.   할리우드 불러바드(Hollywood Boulevard)에는 관광객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고급 차량을 빌려 타고 ‘LA 셀피’를 남기려는 손님들을 상대로 일하는 ‘Ride Like A Star’의 직원 살림 오스만은 “예전에는 페라리나 포르쉐를 빌리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하지만 올 여름 찾아오는 손님 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TCL 차이니즈 극장 주변도 한산하다. 유명 배우들의 핸드프린트를 찍던 인파는 줄었고, 시내 관광버스나 마담 투소 밀랍인형 박물관을 찾는 사람도 줄었다. 거리에서 캐릭터 복장을 한 스파이더맨이나 미키마우스와 즉석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드물다. 인근 기념품 가게들은 판매 부진과 관세로 인해 가격을 인상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가장 두드러진 감소는 캐나다 관광객이었다. 올 여름 3개월 동안 캐나다발 입국자 수는 무려 32%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하고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 반감을 키웠다. 해외 언론에서는 미국 국경에서의 변덕스러운 입국 거부와 구금 사례를 집중 보도하며 관광 기피 심리를 부추겼다.   팜스프링스의 론 드하르트 시장은 “올 여름은 국내 관광객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만, 캐나다인들의 감소는 분명히 뼈아프다”며 “행정부의 조치로 캐나다 친구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다. 언제까지 미국 여행을 꺼릴지 알 수 없지만, 단기적인 현상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인도, 독일, 호주 관광객도 줄었다. 의외로 멕시코 관광객만은 늘었다. ICE의 이민 단속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관광객 수는 오히려 5% 증가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대부분의 공항 이용객 수도 감소했다. 2026년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을 앞두고 관광 감소는 산업 전반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롱비치 공항 국장 신시아 기드리는 “항공편 축소, 경제적 압박, 비용 상승으로 공항 이용객이 줄었다”며, 항공 수익 외에 식당과 기념품 판매 같은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LA 호텔협회 재키 필라 회장도 “호텔 객실 점유율과 행사 수요 모두 줄었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 부담까지 겹쳤다”고 지적했다. 호텔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2026년 7월 25달러, 2027년 7월 27.5달러, 2028년 7월에는 30달러로 단계적 인상이 예정돼 있어, 올림픽 직전 추가 압박이 불가피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메모리얼 데이 연휴 예약이 최대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제 테마파크 컨설팅 업체인 ‘인터내셔널 테마파크 서비스’의 데니스 슈피겔 대표는 “올해는 전국적으로 테마파크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경기 침체, 언론 보도, 관세, 혼란과 불확실성 때문에 집 근처에 머물며 ‘스테이케이션’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스 그레이트 아메리카는 11월에 184명의 시즌직 직원을 해고하고, 올해 시즌도 10월 26일 조기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주력 공연과 이벤트들도 취소됐다.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는 관광 의존도가 크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관광 지출은 1573억 달러로 전년 대비 3% 증가하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2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러나 올해 관광 감소는 주 전역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   LA관광청 아담 버크 대표는 성명을 통해 “로스앤젤레스는 캘리포니아의 주요 국제 관문이며, 관광 감소의 영향은 주 전역으로 퍼진다. 장기적인 회복은 세계 경제 상황과 미국에 대한 해외 인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호주 관광객 제프리와 테닐 머튼 부부는 두 딸과 함께 LA를 찾았다. 그는 할리우드 돌비 극장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이곳을 지지하거나 방문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세리스 데이비스미국 관광객 외국 관광객들 관광객 발길 캘리포니아 관광청

2025.10.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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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안에 나라가 있다? 키웨스트 ‘콘치 공화국’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 매우 작은 지역 내에서 실제로는 국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독립 국가임을 주장하는 주체를 일컫는다. 일부 공동체는 실제로 독립을 선포했다고 주장하며, 통화나 국기, 여권, 메달, 우표 등은 물론, 상징물이나 자체 법률, 정부 기구까지 갖추어 운영하기도 한다.   1982년, 미국 국경경비대(United States Border Patrol)는 마약과 불법체류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플로리다 키스(Key West)로 들어가는 유일한 육로인 1번 국도를 차단하고 차량 검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키웨스트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고,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 발생했다. 키웨스트 시 의회는 미 연방 정부의 봉쇄 조치가 지역 관광 산업을 위축시킨다고 항의했지만, 연방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이에 반발해 키웨스트 시장 데니스 워들로(Dennis Wardlow)와 시 의회는 같은 해 4월 23일, 상징적인 의미로 ‘콘치 공화국(Conch Republic)’의 독립을 선언했다. ‘콘치(Conch)’는 키웨스트 주민들이 주로 즐겨 먹는 소라를 뜻하기도 하고, 키웨스트 사람들을 일컫는 별칭이기도 하다. 지역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적절한 이름도 없었을 것이다. 워들로 시장은 스스로를 콘치 공화국의 총리로 칭하며, 미국에 상징적인 선전포고를 감행했다. 당시 퍼포먼스로 미국 해군 제복을 입은 남자의 머리 위에 빵 한 덩어리를 내리치며 포고의 의사를 표현했고, 불과 1분 만에 같은 인물에게 항복하며 10억 달러 규모의 대외 원조를 요청했다. 결국 미 연방 정부는 봉쇄 조치를 철회했다.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콘치 공화국은 이후 지역 정체성과 자부심의 상징이 되었다. 매년 4월 23일이면 독립 기념 행사가 열리고, 키웨스트 곳곳에는 콘치 공화국의 깃발이 나부낀다. 이 상징은 관광상품으로도 활용되며 지역 경제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있다. 도시만의 이야기가 도시의 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그런데 백악관은 워싱턴 D.C.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이라면 워싱턴 D.C.의 백악관이 떠오르겠지만, 키웨스트에도 또 다른 백악관이 있다. 1945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한 지 한 달여 만에 갑작스럽게 서거하면서 해리 S. 트루먼(Harry S. Truman)이 제33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부터 냉전 시기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에 미국과 세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인물로 평가된다.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을 파병한 인물로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그런 그가 집무와 휴식을 병행하기 위해 키웨스트를 찾았고, 총 11차례 방문해 175일간 머무르며 사용한 별장이 바로 ‘리틀 화이트 하우스(Little White House)’다.   트루먼 대통령 이전에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대통령이 이곳을 찾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이 머물며 무려 41개의 무기 관련 발명품을 만들었다. 이후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대통령은 요양을 위해,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은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현재는 사적지이자 박물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으며, 키웨스트의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또 하나의 명소는 맬러리 스퀘어(Mallory Square)다. 이곳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 해군장관이었던 스티븐 러셀 맬러리(Stephen Russell Mallory)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과거에는 단순한 부두와 낚시터였으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키웨스트 일몰(Sunset Celebration)’ 축제가 열리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 축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가 지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향해 박수를 보낸 일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매일 일몰 두 시간 전부터 거리 공연, 푸드 카트, 예술품 전시가 열리며, 수많은 관광객이 “See you at Sunset!”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맬러리 스퀘어에 모여든다. 분홍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석양은 이 도시에 또 다른 추억을 남긴다.  이곳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은 바로 ‘키 라임 파이(Key Lime Pie)’다. 라임(Lime)은 비타민 C가 풍부해 과거 영국 해군이 괴혈병을 예방하기 위해 즐겨 먹던 과일이다. 향이 독특하고 레몬보다 단맛이 강해 미국 가정에서도 향료로 자주 사용된다.   플로리다 주는 라임의 주요 생산지이며, 그중에서도 키웨스트에서 재배되는 ‘키 라임(Key Lime)’은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으며 노란빛이 감도는 연두색을 띤다. 살균 효과가 뛰어나고 간 해독과 소화 촉진, 두통 완화에도 좋다고 한다. 키웨스트에서는 1912년 철도가 놓이기 전까지 신선한 우유를 구하기 어려워 단맛이 첨가된 연유를 주로 사용했는데, 이 연유가 키 라임 파이의 커스터드를 만드는 데 적합했다.   특히 키 라임의 산 성분이 계란 노른자와 반응해 파이를 단단하게 굳히는 역할을 했기에, 처음에는 굽지 않고 만들어졌다. 현재는 식품 안전상의 이유로 짧은 시간 구워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짙은 노란빛을 띤 키 라임 파이는 향긋하고 시큼한 맛으로 키웨스트를 추억하게 한다.   미국 최대 여행사인 푸른투어에서는 키웨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여행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색과 향, 이야기가 가득한 도시, 키웨스트. 그곳에서 해질녘 콘치 공화국의 바람을 느끼며 키 라임 파이 한 조각을 맛보는 경험은, 그 어떤 명소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Key West’s spirit, every hour is happy hour.”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미국 공화국 콘치 공화국 키웨스트 사람들 관광객 발길

2025.07.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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