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대사관인데요"... 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기승
메릴랜드 클락스버그에 살고 있는 한인 자영업자 L씨는 지난 22일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섰다가, 운전 중에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주미한국대사관의 김모 사무관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 남성은대사관에 와 줄 것을 L씨에게 요청했다. 한국에 있는 한 법원에서 대사관으로 L씨를 위한 재판관련 서류가 와 있다면서 수취인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L씨는 "운전 중이니 5분 뒤에 다시 걸어달라"고 한 뒤 휴대폰에 찍힌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하지만, 그 전화번호는 워싱턴DC에 있는 주미한국대사관의 전화번호와 일치했다. 순간 L씨는 '사실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사관이 아니라 총영사관의 박모 사무관이라고 했다. L씨가 박씨에게 '서류를 가지러 갈테니 주소를 달라'고 하자 상대방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서류문제는 우리가 해결할테니 소셜넘버와 은행계좌 번호 등 신상정보를 달라"고 덧붙였다. 결국 돈 이야기가 나오자 L씨는 보이스피싱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고 다시 오는 전화는 받지 않았다. 버지니아 센터빌에 사는 주부 K모씨도 얼마 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버지니아 현직 경찰이라며 한 남성이 유창한 한국어로 '귀하께서는 국제사기사건에 연루되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것이다. 최근 들어 이같은 수법의 보이스피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총영사관(총영사 김의환)의 김봉주 영사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평소, 하루에 1-2통 오던 보이스피싱 관련 문의전화가 최근들어서는 매일 10통 이상씩 오고 있다"며 "실제로 적게는 3만불에서 많게는 수십 만불의 피해를 보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전적인 피해도 피해지만, 일단 이러한 전화를 받게 되면 피해자의 정신적인 고통이 심하다는 것이다. 두 달 전 버지니아 센터빌에 사는 직장인 H모씨는 조지아주 어느 작은 마을에 있는 한 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H씨의 신분증이 도용된 것 같으니 경찰서에 확인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H씨는 은행에서 알려준 경찰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가슴이 털썩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H씨의 신분이 중국과 마카오지역 조직폭력배들의 돈세탁 등 금융사기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인터폴이 수사중이고 H씨도 곧 체포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경찰은 검사라는 사람을 연결시켜줬고 보석금을 내면 체포를 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소 H씨는법집행과 소송절차에 밝았지만, 막상 본인이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눈 앞이 깜깜해졌다. H씨는 수사가 끝날때까지 경찰이 24시간 동안 그의 위치와 행적을 파악해야 한다고 해, 이동할 때마다 가짜경찰에게 위치를 보고하는가 하면, 잘 때도 노트북 비디오 카메라를 켜고 자는 등 열흘 가까이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 했다. 김봉주 영사는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같은 정부기관은 개인에게 전화를 하는 경우가 없다"면서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개인 신상 정보 및 은행 계좌번호 같은 것을 달라고 하면 일단 의심하고 전화를 끊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총영사관은 한인사회에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피해사례 및 예방법 등을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보이스피싱 대사관 기관 사칭 워싱턴 총영사관 관련 문의전화
2025.11.23. 12:14